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준비해야 한다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준비해야 한다
  • 승인 2018.01.16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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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아(이학박사, 전 대구시의원)


2015년에 개봉한 영화 ‘인턴’을 본 사람은 성공한 젊은 여성 CEO인 줄스 오스틴(앤 해서웨이 분) 보다는 인턴 벤 휘태커(로버트 드 니로 분)처럼 늙고 싶다는 생각을 누구나 한번쯤 했을 것이다. ‘인턴’은 30세의 워킹맘 줄스가 사회적 기업으로 인정받기 위해 시니어 일자리 배정을 지시하게 되는데 그 자리에 정년퇴직한 70세 노인을 고용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에게 배워가는 과정을 유쾌하고 잔잔한 감동으로 그려낸 영화이다. 그 영화에서 벤은 관람객 모두에게 기억될만한 대사를 남긴다.

“뮤지션은 은퇴 안한단 기사를 읽은 적이 있어요. 더 이상 음악이 떠오르지 않을 때까지 계속 한대요. 내 마음 속엔 아직 음악이 있어요. 확실해요.”

자동차나 가구와 그릇은 물론 값비싼 보석과 와인에도 사람들은 클래식 혹은 빈티지라는 개념으로 오래된 것을 더욱 귀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유독 사람에게만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뒷방 늙은이’ 라는 표현으로 노인에 대해 폄하하는 경우도 많다. 조기은퇴까지 겹쳐지면서 대한민국은 일자리 불안감이 전 세대에 걸쳐 공존하고 있다. 그래서 벤의 대사는 나에게도 오랫동안 기억되었다.

15세에서 64세까지의 ‘생산가능인구’ 비율이 급감하고 출산율은 그 보다 더 가파른 속도로 낮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7년 기준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가 14.2%를 차지하는 고령사회에 이미 진입했다. 이 속도라면 2020년대 중반에는 전체 인구의 21%이상이 65세 이상의 노인층이 차지하는 초고령화 사회가 될 것이다. 대구의 경우 중구, 남구 지역은 이미 전체인구의 19.4%가 65세 이상으로 인구 5명중 1명은 노인층이며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이 초읽기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대한민국은 심각한 인구위기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정부도 2018년 국정 최우선 과제를 ‘저출산 및 고령사회 대응’ 으로 정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공표했다. 그동안 정부는 북유럽 선진국가의 출산장려 제도와 일본의 노인복지제도 및 노인 일자리제도를 우리 사회의 실정에 맞게 도입하려고 노력해왔다. 하지만 이제까지의 저출산 및 고령사회 대응 정부 정책들은 사실 큰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했다. 육아부담을 줄여주는 것에 많은 무게를 둔 저출산 정책은 효과가 전무하다. 집행된 예산은 엄청난데 출산율은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 고령사회 정책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연금 조금 나눠주고 노인복지관 지어주는 안일한 생각의 노인 복지정책은 결코 초고령화 사회를 대비한 정책이 아니라는 것을 정부는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정부는 고령자를 위해 단지 노령연금과 같은 실효성이 부족한 정책이 아니라 영화 ‘인턴’같은 좀 더 적극적으로 노인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도적으로 사회전반에 도입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다보면 다소 느리더라도 사회전반에 팽배한 일자리 불안감도 저하시킬 수 있을 것이며 이는 자연스럽게 ‘아이를 낳아도 괜찮을 나라’ 라는 마음과도 연결될 것이다. 일본의 경우 정부가 나서서 정년연장을 주도하는 일환으로 공무원의 정년을 늦추는 것을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우리보다 경제성장을 빨리하고 10년 앞서 초고령화 사회를 맞은 일본 노인들은 이렇게 얘기한다. “살아 있는 것이 결코 행복한 것은 아니며 체감 물가는 계속 오르고 수령하는 연금은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 들고 있다.”고. 그리고 덧붙인다. “자식들에게 기댈 수도 없는 입장.”이라고. 정년퇴직과 동시에 사회로 다시 환원되어질 수 있는 시스템을 지역사회에 마련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또한 일본노인들과 똑같은 상황에 처할 것이다. 기대수명이 82.3세로 늘어난 만큼 노인들의 먹거리, 일거리, 여가거리, 정주 공간 등을 모두 고려한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노인 산업 연구가로 저명한 미국의 미켈연구소 폴어빙 대표는 전세계 실버산업을 선도하고 장수경제를 이끌 리더 국가로 한국을 지목했다. 한국은 그만큼 올바르게 노인 정책을 성공시킬 수 있는 준비된 나라라고 인정받고 있다. 고령화가 위기가 아닌 기회의 국가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의 기본권인 행복추구권을 노인인구들이 충분히 누릴 수 있을 그 날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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