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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님들 어디서 무엇을 하고 계시나요?

기사전송 2018-04-11, 21:5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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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행정학 박사)


각 부문별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장관의 이름을 몇 명이나 알고 계십니까? 나름 정치에 관심이 많은 필자의 경우에도 18부 5처의 장관들 중 서너 명 정도 외에는 이름이 떠오르지 않고, 오히려 청와대 수석비서들의 이름은 더 많이 떠오른다. 그 만큼 현 정부의 국정 운영이 내각 중심이 아닌 청와대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그리고 과연 이것이 정상적인가?

물론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판단에 따라, 북핵문제나 외교안보문제에 있어서 청와대 자체적으로 국정현안을 관리할 수 있지만, 현재와 같이 국정전반에 관한 청와대의 만기친람(萬機親覽)은 도를 넘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내각의 장관이나 청와대 비서들이 모두 대통령의 국정을 보좌하는 사람들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분명 그 역할은 다르고 또 달라야 한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국정의 무게 중심은 내각에 두어야 한다. 산적한 현안을 일선에서 풀어갈 사람은 내각의 장관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관은 비서들과 달리 임명에 있어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 만기친람식 국정운영 스타일은 장관들을 주눅 들게 하고, 국민 눈에는 내각은 무기력하고 존재감 없는 장관들로만 채워져 있다는 인상을 주게 된다.

헌정사상 초유의 탄핵정국에서 탄생한 현 정부의 이러한 운영방식은 탄핵정국을 빠르게 안정시키고, 꼬여 있던 외교현안들을 해결하는데 일부 기여하였다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옛말처럼 최근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비서들의 만기친람에 대한 부작용을 지적하는 비판이 자주 나오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청와대가 주요 현안을 직접 챙기면서 해당 업무를 관장하는 부처를 뛰어 넘는 일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헌법이 정한 국가 최고 정책심의기관으로서 국무회의가 대통령의 직무를 보좌하는 청와대 비서들에 의해 철저히 컨트롤 당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겠는가? 청와대 비서는 대통령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참모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지 이를 집행해야 하는 장관의 역할까지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 정부 들어서면서 장관은 안보이고 청와대 비서들만 보인다는 지적이 많다. 각종 방송매체에서 국민들의 생활과 직결되는 국가의 중대사를 발표할 때보면 장관은 보이지 않는다. 없는 것은 아닌데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대통령은 후보 시절 ‘소통’ 을 내세우며 장관 중심의 국정운영을 천명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정 전반에서 “내각은 들러리가 돼버렸고 장관들은 존재감이 없어진 지 오래다”라는 지적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몇 가지 사례를 보자. 최근 아랍에미리트와 비밀군사협정 문제가 터지나 해결사로 나선 것은 국무총리나 외교부장관이 아닌 대통령 비서실장이었고, 안보문제에서도 국방부장관과 대통령특보 간 갈등이 불거졌을 때 국방부장관을 질책하고 경고한 당사자도 비서실장, 남북정상회담 준비도 통일부 장관이 아닌 비서실장, 재활용 쓰레기문제도 환경부장관이 아닌 비서실장이 나섰다. 최저임금 현장점검에 나서고 TF단장을 맡은 사람이 경제부총리나 고용노동부 장관이 아닌 청와대 정책실장이었다. 청와대에 청원이 20만 건 이상 올라오면 국민권익위원장이 나서지 않고 민정수석이 나선다. 검경수사권 조정안 발표도 관계부처를 총괄하는 총리가 아니라 민정수석이 발표했다. 더욱이 개헌안만 해도 대통령발의안 즉 정부발의안을 법무부 장관이 아닌, 민정수석이 발표하였으며, 최근 논란이 된 가나 해역 피랍사건에서 문무대왕함 급파를 청와대에서는 적극적인 해명을 하였지만 외교부와 국방부를 건너뛰고 합참에 직접 지시했다는 의혹이 일어나고 있다. 이외에도 부동산 투기대책, 대북 대미 외교 등등 모든 국정 현안에 예외 없이 내각이 아닌 청와대가 주도하고 있다.

청와대의 직접적인 국정운영이 법에 저촉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비서는 비서로서의 역할이 있고 장관은 장관으로서의 역할이 있는 것이다. 대통령 비서가 국가 중요사안을 다 처리하면 총리와 장관, 그리고 각 부처의 수십만 명의 공무원 조직은 어디에 쓰려고 하는 것인가?

이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지도 1년이 지나가고 있다. 만기친람식 국정운영이 신속하고 효율적이라는 장점은 있지만 소관부처의 형해화(形骸化)와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으므로, 국정의 주요현안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에 소관부처가 배제되고 있다는 지적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간소한 의사결정에 따른 ‘오판’의 위험은 매우 크다. 이제 국정의 전면에 장관들이 나서서 국민을 설득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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