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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문화칼럼

소리 질러!

기사전송 2018-05-30, 21:2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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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국(수성아트피아 관장)


대화 1.‘쌤예 우리 오늘 연주, 2집 앨범 곡 이었는데 1집하고 다르지예?’

‘음…있잖아 1집하고 다른지 잘 모르겠고 실은 오늘 연주한 다른 밴드들의 음악까지 내한테는 모든 노래가 다 똑같이 들린다’

‘…’

대화 2.‘근데 느그 연주할 때 머리 막 흔드는 것, 헤드뱅잉 이라는 것 그거 왜 하는데?’

‘음…그거는 쌤이 노래할 때 손을 앞으로 뻗었다가 위로 들었다가 카는 것 하고 같은 겁니더’

‘아!’



때는 약 15~6년 전, 장소는 부산 해운대 어느 자그마한 클럽. 서너 팀의 록밴드와 함께 그 날의 콘서트를 막 끝낸, 당시 대구에서 꽤나 인기 있던 모 밴드 리드 기타리스트와 내가 나눈 대화다. 이것이 나와 록 그리고 로커와의 첫 음악적 만남이었다.

대화 1. 이 밴드의 멤버들이 1집 앨범 발매에 이어 심혈을 기울여 2집을 제작하고 마침 해운대 클럽 공연에서 야심차게 신곡들을 노래하게 된 것이었다. 때마침 차량이 부족했던 멤버들을 도와줄 겸 함께 동행 했던 나에게 기대에 찬 표정으로 공연 평을 물었으나 록음악에 무지했던 나는 그들의 기대와는 달리 썰렁한 답을 하고야 말았다. 록은 어쩌다 스치듯, 귀 동냥 하듯이 흘려들은 것이 전부인 나로서는 도무지 공연에 집중할 수 없었고, 그날 그 자리에서 몇 시간 동안 울려 퍼진 모든 음악이 내게는 다 비슷비슷하게 들린 것이다.

대화 2. 그날 대부분 연주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연주 중 폴짝 폴짝 뛰거나, 헤드뱅잉 즉 머리를 마구 흔들어 대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왜 그러는지 궁금해 한 나의 질문에 잠시 머뭇거리던 그 기타리스트가 평소 내가 무대에서 노래할 때의 모습과 비교해 설명해서 나를 아주 명확하게 이해시켰다. 참고로 대구의 이 록밴드는 그들의 스튜디오에 녹음실도 겸하고 있었고 그 당시 내가 무대에 오를 때면 가끔씩 장비를 공연장으로 잔뜩 가져와 내 노래를 녹음해 주며 내가 노는 모습을 익히 보아 알고 있던 터였다.

이처럼 록음악에 대하여 별 흥미도 없었고 알지도 못했던 내가 최근 열린 록 콘서트를 통해서 록음악의 진수를 제대로 맛 본 것 같고 또 대단히 좋아하게 되었다. 늦바람이라 할까? 내가 알고 있는 것 외 다른 것에는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나로서는 새로운 기쁨, 보물을 찾은 기분이다. 늘 보던 것만 바라보다 좀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려보니 또 다른 세상이 거기 있었던 것이다.

일전에 수성아트피아에서 ‘더 보컬리스트’라는 이름의 콘서트가 있었다. 이날 김경호, 박완규 그리고 소찬휘 이렇게 뛰어난 보컬리스트와 관객이 함께 뛰고 환호하며 즐기듯이 공연을 만들어갔다. 이 공연을 본 소감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록은 ‘특별한 소리를 타고난 사람이 극한의 음역까지 피를 토하듯 소리 지르는데서 보통사람이 느끼는 극한의 카타르시스’라고 말하고 싶다.

이 멋진 로커들은 전쟁터의 지휘관 같다. 손짓 한번, 구호 한번으로 객석을 들썩이게 만든다. 그리고 관객과 로커들은 이미 서로 간에 공유하고 있는 그들만의 문법이 있다. 그들은 이미 즐길 준비가 되어있다. ‘자 놀자 화끈하게’ 이런 한바탕 놀이판을 잘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 모두들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록발라드의 서정성도 아름답지만 하드록의 반복의 힘이 훨씬 큰 것 같다. 이는 사물놀이 공연 때도 확인 할 수 있다. 그들이 만들어 내는 음악적 힘은 나 같은 아재들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뛰며 환호하게 만들어 낸다. 이날 아재들뿐만 아니라 초로의 신사 숙녀 분들도 꽤 오셨는데 공연 내내 아이고 저 어르신들 자리에 앉아 편히 감상하다 또 금방 벌떡 일어나 뛰려면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헤드뱅잉은 터져 나오는 감정표현을 이것 말고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을 만큼 적절하고 잘 어울린다. 왜 로커들이 긴 생머리를 하고 있는지 이 동작을 보면 그 이유를 금방 알 수 있다. 이제 빌보드 차트 1위까지 하는 대단한 아이돌 가수들이 즐비한 한국에서 긴 생머리의 로커들이 자기 음악을 계속 만들어 가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들은 늘 이렇게 선동 한다 ‘소리 질러!!!’ 그에 응답하는 관객의 함성에 공연은 완성되고 로커들은 큰 힘을 낸다. 세상을 헤쳐 나가기 위한 용기와 응원 그리고 격려가 필요한 사람을 위하여 우리도 다 함께 ‘소리 질러~~~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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