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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교육논단

책을 읽는다는 것의 진짜 의미

기사전송 2018-02-22, 21:4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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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정(우리아이 1등 공부법 저자)


날씨가 추워서 아이들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엄마는 집에서 빈둥거리는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책 좀 읽어라.”라는 잔소리를 하게 된다. 아이는 핸드폰 게임을 하고 싶지만 엄마의 눈초리가 무서워 일단 책을 집어 든다. 처음에는 엄마의 강요로 책을 읽게 되더라도 독서의 시간동안 아이는 감동을 받기도 하고, 책 내용에 흥미를 느끼기도 한다. 어쩌면 반대로 재미없다고 느낄 수도 있다. 어쨌든 책을 읽는 동안 아이는 자신의 일상에서는 벌어지지 않는 짧은 여행을 하고 돌아온 길이다.

여행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엄마는 이렇게 묻는다. “책, 재미있었어?” 아이는 재미있었다거나 혹은 그 반대의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어떤 여행은 흥미진진하기도 하지만 어떤 여행은 실망스럽기도 하고, 가슴이 따뜻해질 때도 있는 반면 서늘해질 때도 있다. 여행이 좋아서 아무 말도 안 하고 싶을 때도 있고, 그 반대의 이유로 입을 다물고 싶어질 때도 있다. 반드시 재미있는 여행만 좋은 여행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엄마는 책을 읽고 난 아이가 활짝 웃으며 “응, 너무 너무 재미있었어!”라고 대답해주기를 기대한다. 만일 아이가 그런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엄마는 아이의 독서습관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진다. 그리고는 이런 고민에 빠진다.

‘어떻게 하면 아이가 더 책을 좋아하게 만들까? 무슨 책을 권해줘야 아이가 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나? 좋은 책읽기를 위해 내가 도와주어야할 일은 없을까?’

이 어려운 해답을 찾기 위해 엄마는 전문가가 추천한 책을 아이에게 권해주기도 하고, 옆집 엄마가 권하는 책을 사기도 하며, 아이 연령에 맞는 필독도서 목록을 검색하기도 한다. 때로는 홈쇼핑 호스트의 “이 책은 아이가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입니다!”라는 말에 혹해서 무이자 12개월 할부로 전집 50권을 들여놓기도 한다. 나 역시 많은 엄마들로부터 “우리아이에게 딱 맞는 책을 고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물론 아이가 책을 잘 읽기 위해서 기본적인 능력은 필요하다. 우선 아이 스스로 글자를 읽을 수 있어야하고, 활자에 거부감이 없어야 하며, 이야기 전개에 익숙해져야만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게 아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자동차 운전과 비슷하다. 우리가 운전을 해서 어디론가 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건 아주 단순하고 누구나 취득할 수 있는 기술에 불과하다. 그 차로 어디를 갈지, 어떤 길을 선택해서 갈지는 순전히 운전자의 선택일 뿐 누군가 정답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책읽기란 아이 스스로 운전을 해서 자신의 여행을 떠나는 일이다. 엄마가 아이를 승합차에 태워서 정답이라는 건물 앞에 내려주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엄마가 정답이라고 생각했던 건물 앞에 내린 아이가 ‘이런 여행은 하기 싫다.’다고 느낀다면 그건 정답이 아니라 오답이다.

여행이란 내가 원하는 시간에,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떠났을 때 만족감이 커지는 것이므로 다른 사람의 권유로, 다른 사람의 의지로 떠나서는 절대 궁극의 즐거움에 도달할 수 없다.

친구가 꼭 읽어보라고 권해준 책이 재미없다고 느낀 경험이나, 내가 읽고 큰 감동을 받은 책을 주변사람에게 권했더니 “별로던데?”라는 말을 들은 경험이 있는 것은 책을 읽는다는 것이 그 어떤 여행보다 훨씬 개인적이고, 훨씬 감정적인 여행이기에 그렇다.

그러니까 ‘아이에게 꼭 필요한 책을 읽게 해서 아이가 많은 도움을 받게 하겠다.’라는 실현 불가능한 욕심은 접어두고, 그 여행을 아이 스스로의 의지로 떠나도록 도와주는 것이 아이가 책을 잘 읽도록 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책의 첫 페이지를 여는 순간은 여행을 떠나기 위해 차에 시동을 거는 것과 같다. 어떤 사람은 최단거리로 여행하기를 원하고, 어떤 사람은 돌아가더라도 처음 가보는 길로 가길 원하며, 어떤 사람은 길을 잘못 접어들어 헤매다가 더 좋은 추억을 만들기도 한다. 가장 뜻 깊은 여행에 정답은 없다. 그러니까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책을 읽히겠다는 욕심을 내려놓고, 대신 책을 손에 쥔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주자.

“책을 읽는다는 것은 네 마음대로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는 것과 같은 일이란다. 이 책을 타고 여행을 떠나렴. 그리고 어디로든지 가라. 부디 아름다운 여행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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