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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교육논단

교육의 길, 세 가지 일(立敎三物)

기사전송 2018-03-29, 22: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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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전 중리초등 교장)


문화체육관부에서는 4월부터 어린이들을 위한 안전한 실내 체육환경 조성을 위하여 전국 178개 초등학교에 ‘가상현실(VR) 스포츠실’을 보급한다고 한다.

‘가상현실 스포츠실’은 학생들이 화면의 목표에 공을 발로 차거나 손으로 던져서 맞추는 공간이다. 또는 화면 속의 신체 동작을 따라할 수 있는 시스템도 함께 할 수도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설은 25년 전 열린교육을 한다고 야단법석을 떨 때도 시범학교에 설치되어 있었다. 그때는 ‘디디알(DDR)’이라고 불렀다. 흥겨운 음악을 틀어놓고 모니터의 표시대로 전후좌우 방향으로 발아래 판을 밟고 춤을 추는 기구였다. 그 당시 아이들은 신이 나서 리듬에 맞춰서 율동을 하고는 땀을 뻘뻘 흘리곤 하였었다. 좀 더 발전된 환경으로 만든 것이 ‘가상현실 스포츠실’인듯하다.

어쨌든 어린이들에게 위험요소를 제거한 환경에서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안전하게 체육환경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었다는 점에선 획기적이다.

소학동자 김굉필이 평생토록 읽었다는 ‘소학’ 내편 입교(立敎)에는 삼물(三物)에 대한 내용이 있다. ‘입교(立敎)’는 ‘교육의 길’이고 삼물(三物)은 ‘세 가지 일’이라는 의미이다. 옛날 중국 주나라에서는 교육을 맡은 대사도(大司徒)라는 직책을 가진 사람이 향(鄕)에서 세 가지 일(三物)을 가르쳤다고 한다..

그 첫째 일은 여섯 가지 덕이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능력, 어진 마음씨, 성스러움, 결단력, 최선을 다하는 자세, 다른 사람과 조화하는 능력이다. 이 육덕(六德)은 주위의 비난을 받을까봐 마음에 부담이 되는 도덕적인 요소가 많다. 가장 기본이 되므로 반드시 길러야 할 덕목들이었다.

2015년에 만든 인성교육진흥법에도 ‘인성교육핵심 가치·덕목’이 있다. 그 여덟 가지 요소가 ‘예, 효.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이다. 자신의 내면을 건전하게 가꾸고 인간다운 성품을 기르는 것은 육덕과 별반 다르지 않다.

둘째 일은 여섯 가지 행실이다. 부모님께 효도하고, 형제간에 우애 있고, 가족 간에 친밀하며, 외갓집과 화목하고, 벗과는 신의 있으며, 불쌍한 사람을 돕는 것이다. 이 육행(六行)은 당시엔 실행하지 않으면 여덟 가지의 형벌이 따랐다. 첨가된 두 가지는 유언비어, 민심이반 행동이었다.

셋째 일은 여섯 가지 기예적인 능력을 말한다. 예절, 음악, 활쏘기, 말 몰기, 서예, 셈하기이다. 이 육예(六藝)는 기능적인 능력이어서 기술을 습득하고 익히고 반복하여야 조화롭게 발전하는 것이다. 활쏘기, 말 몰기의 실제훈련은 현실에선 어렵다.

그렇지만 ‘가상현실 스포츠실’에서는 여섯 가지 기예 익히는 일이 장면만 바꾸어 놓으면 모두 가능하다. 가상현실(VR)은 시각과 청각에 가속도를 느끼는 감각까지 뇌를 속이는 ‘거짓’이다. 하지만 실시 해 볼만 하다.

사람의 뇌는 투입된 정보들을 의미기억(意味記憶)과 일화기억(逸話記憶)으로 처리한다고 한다.

옛날 초등학교 1학년 국어교과서 첫 단원에 ‘가자’라는 단어가 있었다. 이 용어는 행동을 나타내는 동사이다. 이 단어 하나로 한 시간이상 수업을 진행해야하는 교사들은 적이 당황한 적이 있었다.

경험이 많은 교사는 6하 원칙의 카드를 만들었다. 칠판에 커다랗게 ‘가자.’를 쓰고는 차례대로 카드를 한 장씩 붙여서 전체 학습을 시키는 것이었다. 카드의 순서를 바꿔가며 아이들에게 여러 번 반복훈련을 시켰다.

그리고 개별학습을 시키면서 형성평가를 실시하였다. 수업을 진행해보면 ‘무엇을’, ‘어떻게’에 대한 의미기억(意味記憶)에서는 아이들이 거침없이 대답을 하였다. 객관적인 사실이나 정보에 대한 기억 때문인 듯하였다.

그런데 ‘누가’, ‘언제’, ‘어디서’, ‘왜?’에 대한 일화기억(逸話記憶)은 대답을 많이 망설이거나 더듬거리기 일쑤였다. 아이들에겐 시간적 사건의 배열이 어렵고, 자기감정 표현도 쉽지 않은듯하였다. 그래도 반복하였더니 아이들은 재미있어 하였다

교육부장관을 지낸 백낙준 박사는 서당에서 천자문을 배울 때 위에서 아래로도 외웠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도 암송하였다고 한다. 그 때 암기한 것이 80년이 지난 후에도 갑작스레 생각이 나더란다. 에피소드는 일화기억이다.

공부는 재미있게 반복하면 기억된다. 어떻든 ‘교육의 길은 세 가지 일’이 근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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