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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교육논단

갑질하는 조현민은 직장에만 있는가?

기사전송 2018-05-03, 21: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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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정(우리아이 1등 공부법 저자)


지난 4월 27일 열린 남북정상회담 이후 모든 언론이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실어 나르느라 바빴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사람들의 관심을 끈 또 다른 뉴스가 있었으니 바로 ‘물벼락 갑질’ 의혹을 받고 있는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둘째 딸 조현민 전무의 소식이었다. 조현민 전무는 5월 1일 오전 폭행 및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강서경찰서에 출석했다. 기자들의 질문에 울먹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시민들의 분노는 가라앉을 줄 몰랐다.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서 아랫사람에게 행해지는 지속적인 욕설과 폭력은 당하는 사람의 영혼을 파괴한다. 상대방의 행동에 어떤 대항도 할 수 없다는 좌절감이, 인간이라면 마땅히 가져야하는 자유의지와 자존감을 망가뜨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한 것은 직장은 삶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직장에서 온갖 억울한 일을 겪었다 해도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가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 ‘내가 이들을 위해 다시 참아보리라’는 결심이 생긴다. 아마 많은 가장들이 이런 이유로 상사의 갑질을 견뎌내고 있을 것이다.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갑질이 계속 된다면 직장을 옮길 수도 있다. 어려운 일이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러니 직장 내 갑질은, 반드시 근절해야하는 폐단이긴 하지만 한 사람의 영혼을 영구적으로 파괴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런 폭력과 욕설이 가정에서 행해진다면 문제가 매우 심각해진다. 아이는 폭력을 휘두르는 부모를 피해 도망갈 곳이 없고, 다른 부모를 찾아 떠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아이가 가정 내에서 부모의 폭력을 일상적으로 겪다보면 아이의 몸과 마음은 돌이킬 수 없이 망가진다.

우리사회는 부모가 자식에게 행하는 폭력에 대해 유달리 너그럽다. ‘자식은 부모의 것’라는 전근대적 사고방식 때문일 것이다. 서구선진국들은 가정에서 폭력이 일어나면 부모와 아이를 격리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는 반면, 대한민국에서는 아이가 부모에게 맞다가 죽는 일도 일어난다.

물론 이런 일은 극단적인 사례다. 하지만 보통 집안에서도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고, 쥐어박거나 밀치고, 때리거나 벌세우는 일은 벌어진다. 부모가 사랑하는 자식에게 했으니 이런 일은 폭력이 아닌가?

사람들이 듣고 경악했던 조현민의 녹취파일에는 다음과 같은 말들이 녹음되어 있다.

“나를 잘 모르나 보지? 대답 안 한다고 그냥 넘어가는 사람 아니거든. 대답 안 할 거야? 내가 몇 번을 얘기를 했는데 이 따위로 갖고 와? 또 뒤에 가서 내 욕 진탕 하겠지? 맞아요? 안 맞아요?”라는 고성 뒤에는 “아우, 씨”라는 욕설이 이어진다.

아이를 세워놓고 엄마는 소리친다.

“엄마는 대답 안 한다고 그냥 넘어가는 사람 아니거든. 대답 안 할 거야? 엄마가 몇 번을 얘기했는데 이 따위로 해와? 너 속으로 엄마 욕하고 있지? 아우, 씨”

혹시 ‘나는 그런 적이 없다’라는 생각이 든다면 아이에게 물어보자.

“엄마가 조현민 같이 소리 지른 적 있니?”

아이가 “엄마는 절대 그런 적 없어!”라고 대답해주길 기대하겠지만 그런 대답을 듣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예전에도 부모들은 자식들을 때렸다. 우리 역시 부모한테 많이 맞고 자랐다. 빗자루부터 연탄집게, 구두주걱까지 맞은 도구도 천차만별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건강하게 자랐다. 맞은 뒤에 나가서 놀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심하게 혼나도 나가서 친구들을 만나면, 친구들이 우는 나를 위로를 해줬고 노는데 같이 끼워줬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보면 어느새 상처는 다 아물어있었다. 엄마의 눈을 피해 광이나 다락, 장독대에 숨어서 나 혼자 상처치유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아이들은 그럴 수 없다. 나가서 놀 수도, 엄마의 눈을 피해 숨을 수도 없다. 그저 아이들은 부모의 폭력을 견딜 뿐이다. 광고회사 직원들이 조현민으로부터 터무니없이 억울한 일을 당하면서도 “죄송합니다”를 연발했던 것처럼 말이다.

조현민은 자신의 잘못에 대해 “광고에 대한 애착이 너무 커서, 회사를 사랑해서 한 행동”이라는 말을 했다. 하지만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건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조현민의 행동은 자신의 힘을 이용해 아랫사람에게 행사했던 갑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우리가 아이에게 별 생각 없이 한 행동이 혹시 갑질이나 폭력은 아닐까 생각해보자. 우리는 흔히 “아이가 잘못하면 마땅히 야단쳐야한다”라고 말하지만 폭력을 당해도 마땅한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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