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
딜레마
  • 승인 2018.06.07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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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전 중리초등 교장)



대통령이 ‘최저임금 정책, 긍정효과가 90%’라고 하였다.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 이견들이 있는듯하다. 어공들(어쩌다 공무원이 된 사람들)과 늘공들(늘 공무원인 사람)의 시각차이가 큰 모양이다. 중소 기업인들은 딜레마에 빠진듯하다.

대법원장이 ‘판사 불랙리스트’사건을 3차 조사까지 지시했다. 결론은 ‘형사적으로 문제 삼기 어렵다.’였다. 그런데 대법원장은 ‘법원 안팎 의견을 수렴해 형사 고발 조치를 결정하겠다.’며 결정을 미뤘다. 법원에서도 찬·반으로 나뉘었다. 대법관들과 전체 판사들이 딜레마에 빠진듯하다. 궁지에 빠진 상태이다.

‘딜레마(dilemma)’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1. 선택해야 할 일은 두 가지 중 하나로 정해져 있는데, 그 어느 쪽을 선택해도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오게 되는 곤란한 상황. ‘궁지’로 순화‘ 2. 양도 논법’으로 되어 있다.

다른 국어사전에서는 ‘1. 양도논법(兩刀論法) 2. 진퇴유곡(進退維谷)의 난처한 지경’으로 나온다.

양도논법(兩刀論法)은 명제를 세우고, 긍정과 부정의 결론을 이끌어 내는 삼단 논법이다. ‘당신이 만일 정직하다면 세상 사람들이 미워할 것이고, 만일 부정직하다면 신이 미워할 것이다. 그러므로 세상 사람들의 미움을 받든지 신의 미움을 받든지 하여야 한다.’는 식이다. 어떤 문제의 조사결과에 관계없이 정직하든지 부정직하든지 다른 길은 없고 당연히 미움을 받아야만 한다.

진퇴유곡(進退維谷)은 ‘나아가거나 물러서지 못하고 꼼짝할 수 없는 경지.’라는 뜻이다. 이 말은 시경 대아 ‘상유(桑柔, 뽕나무 새잎 돋아)’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시의 배경은 중국 주나라 10대 려왕(?王)을 풍자한 내용이다.

려왕(王)은 포악하고 사치스럽고 교만하였다. 자연스레 백성들은 그를 비방하며 두려워하였다. 그러자 왕은 이웃 위(衛)나라의 무당을 불러서 왕을 비방하는 백성들을 감시하였고, 무당이 왕에게 보고하는 백성들은 무조건 죽였다.

날이 갈수록 감시와 탄압이 심해지자, 백성들은 감히 말을 하지 못하였다. 간혹 길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더라도 눈짓으로 뜻을 교환했다.

또한 제후들도 왕을 만나러 오지 않았다. 려왕(王)이 두려워 주나라에서는 감히 정치에 대해 말하는 자가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말하기를(人亦有言), 진퇴유곡(進退維谷)이라 하니라.’하고 풍자시를 읊었던 것이다.

유(維)는 ‘벼리’를 말한다. ‘그물의 위쪽부분, 그물코를 꿰어 잡아당겨가며 그물을 오므렸다 폈다하는 줄’을 말한다.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 그래서 이 ‘벼리’의 의미는 ‘일이나 글의 뼈대가 되는 줄거리’를 말하게 되었다.

‘벼리’로 쓰이는 한자말에 ‘기강(紀綱)’이 있다. 기강(紀綱)은 뼈대가 되는 중요한 규율과 질서를 말한다. 그물이 ‘벼리’를 이탈할 수 없듯이 인간은 도덕과 규범을 이탈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것을 어기면 죄(罪)를 받는다. 죄(罪)는 그릇된 일을 하여 법망(그물망머리 망, )에 걸려들었다는 의미를 갖는다.

앨버트 터커 교수의 ‘죄수의 딜레마’는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한 선택이 결국에는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불리한 결과를 유발하는 상황을 말한다.

두 명의 범죄자가 체포되어 각각 독방에 수감되었다. 경찰은 증거를 확보할 목적으로 두 범죄자에게 동일한 제안을 하였다. 자백을 하면 석방을 한다. 자백하지 않은 공범은 징역 3년을 받는다. 둘 다 자백하면 징역 2년을 받는다. 둘 다 묵비권을 행사하면 징역 6개월을 받는다.

한 범죄자가 상대방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묵비권’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신’에게 최선의 선택을 한다. 그것은 서로를 믿지 못하며 자신의 이익을 쫓기 때문이란다.

요즘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운동이 한창이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입후보자들끼리 정책 대결은 없고 비방만 일삼는 양상이다. 입후보자들이 ‘자신에게 최선의 선택’을 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도리어 궁지에 빠진듯하다.

옛날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내리는 말이 ‘윤언(綸言)’이다. 윗사람의 말은 명주실처럼 가늘지만 이것을 하달할 때는 ‘벼리’처럼 굵어진다는 뜻이다.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귀담아둘 말이다. 또한 학기 마지막에 흐트러진 학생들의 기강을 다잡으려는 교사들도 조심하여야만 한다. 자칫하다가는 궁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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