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해결책은 ‘소통’…아이들 입장 무조건 이해
학교폭력 해결책은 ‘소통’…아이들 입장 무조건 이해
  • 김기원
  • 승인 2013.09.22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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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자> 월암중 김태헌 교감(前 장학사)

6년간 학생생활지도 담당

사제동행 캠프·체험학습 등

교사-학생 소통 활성화 추진

대구 ‘가장 안전한 지역’ 기여

다양한 정책, 타지역 벤치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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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photo/first/201309/img_108861_1.jpg'학교폭력 예방의 달인/news/photo/first/201309/img_108861_1.jpg' 월암중 김태현 교감이 장학사 근무시설 업무를 보고있는 모습.
교육부와 대구시교육청이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구지역의 학교폭력이 전국 최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난 3월 25일부터 4월30일까지 실시한 2013년 1차 전국 학교폭력실태조사 결과, 대구지역은 학교폭력 ‘피해응답률’이 1.02%로 전국에서 가장 안전한 지역임을 입증했다. 대구가 전국에서 가장 안전한 지역이 된데는 학교폭력 근절에 관한 달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주인공은 지난 9월 월암중 교감으로 부임한 대구시교육청 학교생활문화과 생활지도담당 김태헌(51) 전 장학사.

그는 지난 6년간 대구시교육청에서 생활지도를 담당했다.

지난해 대구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숨 쉴 틈도 없이 생활한 그는 대구 정책이 전국으로 퍼져 학교폭력 근절에 관한 전국구 장학사가 됐다. 지난해 1월 대구 학교폭력근절대책 ‘핵’을 만들고, 같은 해 2월 교과부 학교폭력근절대책에도 큰 역할을 했다. 그는 1985년 교직생활을 시작해 현재 28년차다. 장학사 7년 경력의 대부분이 생활지도를 담당해 대구의 각종 학생관련 사안은 흔히 하는 말로 ‘통’이다.

그의 이런 경력은 학교에서도 다르지 않다. 교문에서 학생을 맞이하는 업무를 자처했고, 학생들과 어울리는 업무를 주도적으로 담당했다. 그에게는 ‘생활지도 달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닌다.

◇나=남

김 교감은 “학생들을 지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학생들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며 어른인 교사나 부모, 사회가 그렇게 되기란 매우 어렵다”고 했다. “따라서 가장 근접할 수 방법은 학생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면서 학생들의 생활을 이해하는 것만이 학생들에게 다가설 수 있다는 것을 모두가 잊지 말았으면 한다”고 했다.

교사시절 학생들에게 그가 가장 많이 한 말은 “세상에 공짜는 없다.”였다. 고민하는 학생이 많다면 무엇보다 교사나 부모, 사회의 노력이 그만큼 부족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자녀에게 ‘나는 이러한 어려움도 이겨냈는데’ 라는 생각보다 ‘그때 나도 이만큼 힘들었는데 너는 더 힘들겠지’ 라는 자세로 학생이나 자녀를 대할 수 있다면 어떻겠는가 하는 생각이었다.

그는 학생들에게 “나=남 이란 인식을 꼭 갖고 생활해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학교폭력 사안 발생 시 학교나 사회 각 계층에서 제기하고 있는 가해자 입장의 잘못된 인식이란 어쩌면 ‘나와 남은 다르다’ 는 생각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남과 같지 않다는 차이를 ‘나는 특별하다’는 잘못된 특권의식으로 인식하는 경향 때문이라는 것. 이러한 ‘나, 또는 내 자녀’가 ‘남’과 다르기에 잘못은 ‘너나 남의 자녀’에게 있다는 발상은 민주 시민사회의 가장 큰 적이며, 이러한 사회에서 어찌 남을 존중할 수 있겠는가하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학생 입장에서 일을 처리해야 ‘소통’

그는 2011년 말부터 안전하고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나름대로 학교폭력 대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면서 개인 생활을 엄두도 못 낼 정도로 쏟아 부운 땀과 정열이 학교와 학생, 사회가 변화되는 상황을 느끼면서 보람을 얻었다.

집안에서는 마이너스의 존재였다.

하지만 그는 아내, 막 제대한 아들, 민감한 고교생 막내 아들이 모든 상황을 이해해 주었기에 생활할 수 있었다고, 단란한 가족을 자랑했다.

김 교감은 학교폭력이 발생 했을 때 학교폭력을 먼저 보지 않는다. 아이들을 먼저 본다. 피해학생을 어찌 보호해야 하고, 또 가해학생은 어찌 구제할지를. 그 주위에 있는 학생들을 어떻게 보호 할지를.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안전한 생활이다. 그 다음이 사건이다.

그는 “학교폭력이 발생할때 피해자와 가해자의 입장을 듣고 이들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며 “모든 교사들이 전부 그렇겠지만 학생들 입장에서 일을 처리하면 답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김 교감은 2011년 전국을 떠들석 하게 한 권군 사건 이후 대구시교육청 학교폭력근절종합대책 중심을 ‘소통’으로 하자고 건의했다.

또 비밀을 보장하면서 신고를 활성화하기 위한 각종 신고시스템을 운영한다는 계획을 수립할 때도 항상 늘 이 대목을 상기했다.

아이가 말할 수 있는, 소통을 위해 ‘사제동행 행복시간’, ‘사제동행 체험학습’, ‘사제동행 캠프’등을 새롭게 추진했다. 교사와 학생 간 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한 대표적 사업이었다.

◇학교폭력 예방, 사회 전체가 움직여야

소통 시 좀 더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학급활동비를 처음으로 (당시 초등1인당 4천원, 중·고등학생 1인 6천원씩 지원) 편성했다. 소액이지만 아이와 대화 할 때 딱딱한 환경을 만들지 않게 하기 위해서 였다. 햄버거 놓고 대화하고, 같이 음료수 마시며 대화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

그 외에 학교폭력 신고활성화를 위해 각 학교별 2명의 ‘우리학교 경찰관’제도를 운영했다. 학교의 복도와 기둥 벽면, 그리고 학교 홈페이지에 우리학교 경찰관의 사진과 연락처를 게시한 것도 학생들이 위기상황이나 피해를 당하면 언제든지 신고하라는 방안이었다. 그 이후 대구의 모든 학교가 학생과 소통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다. 각급학교에는 교별 특성에 맞는 소통 방법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그 증거로 지난 3월 실시한 학교폭력실태조사에서 피해사실을 알린 사람으로 교사에게 신고한 비율이 전국평균보다 월등하게 높았다. 결국 교사와 학생간 소통으로 인한 학교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 학교폭력은 학교만의 일이 아니고 학부모를 포함한 사회 모두가 함께 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진 것이다.

작년 1월, 6대 종단 대표자가 함께 모여 학생들의 안전을 고민하고, 2월, 대구시장을 비롯한 대구의 모든 사회단체가 함께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학교폭력 멈춰!”를 외치며 거리를 누볐다.

또 청소년·종교·사회단체지도사, 학원관계자, 태권도사범 등 학생들을 접하는 모든 기관들은 학생과 좀 더 소통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상담연수에 참여했고, 대구교육청이 제작한 학교폭력 예방 뮤지컬 ‘선인장 꽃 피다’를 관람하면서 학생들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학생들이 안전하게 생활하도록 캠페인 참여, 다양한 기부 등을 통해 모든 시민들이 관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어른들의 관심이 학교폭력 해결의 열쇠

이러한 학교, 교육청 및 사회의 협조는 바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1월, 전국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처음 실시한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대구지역 피해응답률이 전국최저로 나타났다. 이 결과를 보고 많은 이들이 의아해했지만, 지난해 10월 2차 실태조사는 물론 올해 4월 실태조사까지도 모두 대구 학교폭력 피해응답률은 전국최저로 나타났다. 이는 대구지역이 전국에서 가장 안전한 지역이라는 것이며, 그것은 바로 학교나 교육청의 노력 못지않게 적극적으로 협조한 대구시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대구지역의 학교폭력이 전국 최저인 것은 다양한 정책을 현장에서 반영할수 있도록 힘을 주신 교육감과, 학부모, 교사, 학생, 지역민들의 도움 때문”이라며 “지금은 타 지역에서 벤치마킹을 하러 오고 있다”고 했다.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2000년 초반 일선학교에 있을 때 학년이 함께 움직이는 소풍을 반별 체험학습으로 운영하자고 건의, 실행에 옮겼을 때다.

반별로 행선지가 다르고 일정이 다르다 보니, 출발 시간과 하교 시간은 천차만별이었다.

출발은 오전 7시에서 9시30분 까지 하고, 하교는 오후 5시30분에서 늦게는 10시까지 였다. 학교장을 설득해 반별 체험학습을 강행했지만 걱정이 태산같았다. 반별 체험을 기획하고 진행하다 보니 입이 다 불어 텄었다. 입이 불어 튼 댓가는 전교생의 새로운 경험, 행복, 만족감이었다. 그는 기억을 되돌리며 학생들은 다양한 행복을 체험했고, 그것이 교사의 행복이었다고 했다. 지금음 반별, 소그룹 체험학습이 대세인 것을 보면 10년을 당긴 셈이다.

교직경력 시 가장 마음 아픈 일 은 1993년께 모 여중 2학년 담임을 맡았을 때다. 부적응 학생이 유달리 많았고 그 중 한 학생이었던 A양이 그 다음해 여름, 휴학했다. 1년 정도 충전하고 오는 것이 인생을 위해 좋은 기회라 생각했는데 결국 A양은 학교를 그만 두었다. 그 후 수년 뒤 A양를 검정고시 시험감독 갔다가 우연이 만났었다.

몇 년이 지난 뒤 그에게 “인생의 마지막 담임선생님”이라고 하면서 A양이 찾아 왔었다. 전문대를 졸업하고 찾아온 A양은 웃는 얼굴로 왔지만 자신을 무척 심난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인생의 마지막 담임이 중학생 담임이라니…. 그때 그 아이를 어떻게든 졸업시켰어야 했는데… 그랬다면 이렇게 긴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될 테고, 험난하게 가지 않아도 될 텐데’라며 혼자 후회를 많이 했다고 했다.

김 교감은 “학교폭력을 없애기 위해서는 교사의 사랑과 관심은 물론 학부모, 지역민들의 지속적 관심이 필요하다”며 “아이들과 학부모, 교사가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남승현기자 namsh2c@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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