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 싸운 천일결사 마음속 佛을 깨닫다
암과 싸운 천일결사 마음속 佛을 깨닫다
  • 황인옥
  • 승인 2016.05.0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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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대학大관음사 우학 스님

교단의 청정성 회복 기원하며

스님 11명과 수행결사체 조직

무문관 닫아걸고 천일간 참선

위암 등 죽을 고비 네 번 넘겨

절제하는 삶으로 병마 극복

“마음이 성품이고 부처가 마음”

고통 없애려면 불심 회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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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 폐관수행 회향 후 무문관을 나서고 있는 스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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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학 스님
“체력이 많이 달린다. 지금도 몸살기가 있어 아주 힘이 든다.”

예전보다 몸이 좋지 않다고 솔직하게 고백하는 한국불교대학大관음사 회주인 우학 스님에게서 인간적인 향기가 물씬 났다. 약한 모습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솔직함이 이웃집 어른처럼 친근했다.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만난, 천일 동안의 폐관 수행을 끝내고 중생의 세계로 다시 돌아온 우학 스님은 그렇게 부드럽고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성직자 특유의 근엄함 대신 병약해진 몸 상태와 깨달음의 과정을 가감 없이 털어놓으며 3년 전보다 훨씬 편안해진 모습을 비쳤다. 모든 것을 내려놓은 달관자의 그것처럼.

우학 스님은 2013년 5월 24일 하안거 결제 일에 한국불교대학大관음사 감포 도량에 폐관 수행에 들어가 2016년 음력 2월 22일까지 천일 동안의 폐관수행인 무문관 결사를 했다. 폐관 수행은 일체 문 밖 출입을 금하고 바깥세상과 담을 쌓고 수행하는 수행 중에서도 가장 고난이도의 수행이다.

◇ 천일 결사 중 네 번의 병마를 이겨내다.

- 지금 건강은 어떤가.

“천일 동안의 폐관 수행 과정에 1년에 한번 꼴로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 마장(魔障)이 낀 것이다. 천일 결사 회향 후에 체력을 회복한 요즘도 힘이 달린다.”

- 위암 진단까지 받았다고 들었다.

“폐관 수행 첫 해인 2013년 초겨울에 몸에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나서 두 달 정도 고생을 했다. 건조하면 더 심해지기 때문에 방을 차갑게 하고 물을 많이 마시며 견뎌냈는데, 그때 가려움 때문에 옷도 제대로 입지 못했다. 그 시기 몸에 찬기가 많이 들어간 탓인지, 이듬해인 2014년 3월부터 위가 죽을 지경으로 아프기 시작했다.”

- 위암이었나.

“위가 심각하게 아프니 진단을 받아야 했는데, 내가 폐관 수행중이니 병원 가서 검사를 할 수 없지 않겠나. 그래서 의료진을 불러 공양투입구를 통해 혈액을 채취해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혈액스마트암검진을 했는데, 위암일 가능성이 90%라는 진단을 받았다.”

- 충격이 컸을 것 같다.

“내가 이렇게까지 절제된 삶을 사는데도 병이 왔으니 상좌들에게 부끄럽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그러면서 육신을 버려야겠다는 생각까지 갔다. 그러다 5월 27일 새벽에 깨서 관세음보살을 내 얼굴에 클로즈업 시키고 화두인 시심마를 궁구하는데 문득 불(佛)의 존재를 확인하는 체험을 하게 됐다. 그 다음날인 29일과 30일에도 다시 부처의 상(相)과 용(用)적인 본성이 또렷이 보였다. 그러면서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생겨났다.”

- 폐관 수행을 계속하기 힘들었을 것 같다.

“폐관수행을 중단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대신 암과 관련된 서적들을 구해 달라고 해서 탐독했다. 거기서 암을 극복하는 방법들을 찾아서 수행 중에 할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만들어서 시행했다. 7개월 남짓 암과의 사투를 벌이고 다시 종양지수를 체크해보니 정상에 가까운 수치가 나왔다.”

◇ 교단의 청정성 회복과 스스로의 마음공부를 염원하며 폐관수행 들어가

우학 스님의 천일 무문관 청정결사는 12명의 수좌스님들과 함께 했다. 단체 폐관 수행은 국내에서도 드문 일이다. 이 때문에 한국불교대학大관음사의 이번 천일 무문관 청정결사가 관심을 모았다.

- 천일 폐관 수행 결사를 결심한 배경은 무엇인가?

“과거에 비해 세상이 시끄러워졌고, 불교계도 조용하다 할 수 없었다. 옛날에는 이럴 때 선정(禪定)과 지혜(智慧)를 겸수(兼修)하는 정혜결사((定慧結社)나 백련결사(白蓮結社) 같은 결사를 했다. 지금이 청정을 행하는 모임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혼자보다는 모임체를 가지고 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겠나 싶었다. 그래서 모임을 만들어 하게 됐다.”

-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시작했나.

“첫째는 교단의 청정성 회복이었고, 둘째는 내 스스로의 마음 공부였다. 수행자는 늘 마음공부에 갈증을 느낀다. 나와 내 주위가 마음이 청정해지면 결국 그것이 교단의 청정성 회복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폐관 수행 설명을 해 달라.

“폐관((閉關) 수행은 문을 잠그고 하는 수행이다. 내용적으로는 참선(參禪)이고, 방법적인 측면에서는 문을 잠그는 폐관, 일체 말을 하지 않는 완전묵언, 하루에 한 끼만 공양하는 일종식이 있다.”

- 폐관 수행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듣고, 보고 하는 일상에서 번뇌 망상이 개입된다. 문을 걸어 잠그고 세상과 벽을 쳐 듣지 않고, 보지 않고, 세속적인 냄새를 맡지 않으면 6가지 감각도 닫히게 된다. 그렇게 감각의 문을 닫으면 번뇌망상이 사라지고 자연스럽게 자기자신을 들여다보는 집중 상태가 된다.”

- 수행 중에 마장이라고 표현한 병마가 찾아오기도 하고 여러 가지 난관이 닥친다고 들었다.

“처음에는 외로움을 느낀다. 더 깊어지면 공포 같은 것도 엄습한다. 때로는 헛소리를 지껄이는 정신병 환자로까지 가기도 한다. 벽이 덮치고 천장이 내려앉는 것 같은 경험도 할 수 있다.”

- 그런 어려움을 감수하면서까지 폐관 수행을 하는 뜻은 어디 있나?

“세속적으로 말하면 ‘모 아니면 도’다. 바꿔 말하면 굉장한 부담을 안고 하지만, 잘하면 큰 성과를 낼 수도 있다는 의미다.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는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지 않겠나?”

폐관 수행을 위한 감포 도량의 무문관은 3.3㎡ 남짓한 방과 6.6㎡ 여의 마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쪽문으로 하루 한끼 공양을 들이는 사람 외에는 누구도 무문관에 들어갈 수 없다.

- 하루 일과가 궁금하다.

“새벽 3~4시에 일어나서 108배를 하고 종일 참선을 한다. 참선하는 사이사이에 운동을 하고, 순간순간 깨달음이 오면 게송을 읊기도 하고 붓글씨로 남기기도 한다. 경전사겸을 하거나 조사어록을 읽기도 한다. 경전이나 조사어록은 수행 중 스승의 역할을 한다.”

- 마당에 꽃과 풀을 가꾸었다고 들었다.

“수행 중의 고독함을 달래는 데는 자연과의 대화가 큰 도움이 된다. 수행 중에는 지극히 고요한 상태가 되고, 꽃이 피고 벌레가 나는 현상들이 지극한 생명으로 다가온다. 특히 정신적인 깨달음을 얻은 후에는 더 그렇다. 날짐승, 풀 한 포기까지 대화가 가능하다.”

- 무문관 생활과 깨달음의 과정을 일기로 남기고, 중생들이 볼 수 있도록 책으로 출간했다.

“무문관 일기가 6권의 책으로 나왔고 향후 7권도 낼 예정이다. 무문관 수행 일기를 책으로 낸 배경에는 나 스스로 폐관수행을 정리하는 의미도 있고, 책을 읽는 중생의 깨달음을 향한 발심(發心)의 의미도 있다.”

- 한국불교대학大관음사하면 우리나라 최고의 전법도량으로 꼽힌다. 선지자의 수행과정을 일기를 책으로 출간한 것도 포교의 한 방편으로 보인다.

“지극한 깨달음에 이르는 불법을 전하는 포교는 불교 수행자나 신도 모두의 의무다. 이때 불법을 제대로 알아야 포교를 하지 않겠나. 부처님의 사상을 바로 배운 뒤에 수행이 뒤따르고, 그래서 내공이 생기면 사회적 봉사로 포교가 이뤄져야 한다. 수행 중 일기를 세상에 내 놓은 것 또한 그런 단계로 보면 된다.”

- 포교와 불법 공부의 관계가 중요해 보인다.

“우리는 철저하게 이 둘의 조화를 따른다. 우리는 평생 공부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大관음사라는 절 이름 앞에 한국불교대학이 먼저 놓인 뜻도 여기에 있다. 25년 전에 포교당을 낼 때도 그랬다. 일반들에게도 교육이 성공의 지름길이듯이, 불자도 변함없는 수행을 위해서는 평생 불법을 공부해야 한다. 공부는 수행의 에너지원이다. 포교가 곧 수행이고 수행이 곧 포교인데, 교육은 그 시작이다.”

◇ 마음이 곧 자기 성품이요, 부처는 바로 마음이다.

우학 스님은 기자의 질문에 거침없는 즉답으로 응수했다. 폐관수행에서의 깨달음 후 불법, 중생을 위한 지혜 등의 주제에서 막힘이 없었다. 달리는 기운과 달리 의식은 또렷했고, 지혜의 말은 깊었다.

- 천일 수행을 통해 깨달은 바는 무엇인가?

“심즉자성불시심(心卽自性佛是心)이다. ‘마음이 곧 자기 성품이요, 부처는 바로 마음이로다’라는 뜻이다. 수행자가 찾는 이 부처가 곧 마음이다.”

- 마음의 속성이 궁금하다.

“마음은 네 가지가 있다. 첫째는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는 중생의 마음이다. 다음 단계는 나 자신을 잊는 몰아(沒我)의 마음이며, 그 다음은 지혜가 마음을 다스리는 묘심(妙心)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 가장 큰 깨달음의 단계인 공심(空心)이 있다. 공심(空心)은 지혜와 마음이 한 덩어리가 되는 단계다.”

- 왜 마음인가.

“마음에는 중생의 마음과 불심(佛心)이 있다. 이 둘 중에서 근본적인 마음이 불심(佛心)이다. 불심(佛心)을 회복하는 것은 ‘따뜻’하고, ‘청정’하고, ‘광활’한 참 마음을 회복하는 것이다. 이것 회복하지 못하면 탐심과 시기질투, 스트레스의 노예가 된다. 모든 고통을 없애고 행복해지려면 그 근원을 봐야 하는데 그것이 불심(佛心)이다.“

- 중생이 본래적 마음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다. 어떻게 해야 하나?

“스스로 마음을 닦아야 한다. 선지식과 정법도량을 접하며 마음에 자극을 주고 수행을 통해 가려진 마음을 드러내야 한다. 이것이 개인의 차원처럼 보이지만 더 큰 공동체의 차원이다. 한 사람의 수행이 깊어지고 청정하게 되면 공동체가 청정해지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 한국불교대학大관음사가 불자의 마음공부를 위해 마련한 공간이 있다고 들었다.

“감포 도량에 세 동의 공간을 지어놓고 있다. 한 동은 비구, 또 한 동은 비구니, 그리고 나머지 한 동은 재가자들의 수행을 위한 공간이다. 신청하면 불자라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 장기적인 계획으로 2020년까지 명상힐링마을을 감포 도량 안에 건립할 계획이다. 감포도량을 오가는 셔틀버스를 운영해 대구에서 쉽게 오가며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 인간성 회복 통해 참 행복 구해야...

- 이쯤에서 중생의 삶으로 돌아와 보겠다. 멀지않은 미래는 많은 분야에서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인공지능 로봇과 인간이 경쟁해야 하는 시대가 된다는 의미다. 이때 인공지능 로봇과 차별화되는 인간의 가치는 어디서 찾아야 하나?

“아무리 인공지능 로봇이라는 기계문명이 발달해도 로봇이 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 따뜻한 감정, 아름다운 심성, 자비심 등이 그렇다. 이것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마음이다. 이런 부분에서 인간의 가치를 찾으면 인공지능 로봇을 충분히 제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시대가 될수록 불교같은 종교의 역할이 더 커질 것이다. 그런 시대를 지금 준비해야 한다. 천일 폐관 수행도 그런 시대를 준비하는 마음공부가 아니겠나?”

- 요즘 사람들이 화가 난 것처럼 살아가고 있다. 조금의 갈등도 참지 못하고 욱하는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 어떻게 다시금 인간성을 회복해야 하나?

“그것 역시 수행을 통해야만 가능하다. 불법을 통해 본질의 에너지를 확인하고, 그 에너지를 믿고 끊임없이 수행해서 참마음을 회복하면 자연스럽게 인간성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다.”

- 인간은 생로병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는 곧 ‘고통’과 연관된다. 인간의 평생 화두라고도 할 수 있는 ‘고통’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고통’은 자업자득으로 봐야 한다. 나로부터 왔다는 것이다. 이 인식이 선행돼야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고통’이 나로부터 왔다는 것을 받아들일 때 원망하는 마음이 사라지고 내면의 개혁이 일어난다. 그러면서 고통이 사라진다.”

- 모든 인간이 추구하는 것이 ‘행복’이다. 하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다.

“행복은 상대적이다. 이것이 보통 사람들의 한계다. 진정한 행복은 절대적 행복이다. 누구와 비교하는 행복이 아니라 나만의 인격체를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그런 행복이다. 마음 공부를 통해 이것을 자각해야 진정한 행복에 이를 수 있다.”

- 마지막으로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불자들에게 덕담을 해달라.

“깨달음이라는 정신적인 경지를 경험했다 하더라도 습이 있어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하물며 일반 중생은 더할 것이다. 바람이 그쳐도 파도는 계속해서 치는 것과 같다. 불자는 죽는 그날까지 공부하고 수행해야 한다. 부처님 오신 날에 ‘계속 정진’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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