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 청소 아줌마, 연매출 8억원 ‘신화’가 되다
청각장애 청소 아줌마, 연매출 8억원 ‘신화’가 되다
  • 곽동훈
  • 승인 2016.05.02 11:0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소하는 마을 박정옥 대표
이혼·청각장애 겹친 불행
어린 두딸 위해 생계전선
특유의 성실·친절 ‘눈도장’
자활센터서 옹골찬 인생 2막
10년 만에 연매출 8억 달성
무료 방역·취약계층 고용 등
힘든 시절 잊지 않고 나눔도
20151217_202117
지난해 12월 열린 조직문화 만들기 저녁식사 자리에서 박정옥 대표(왼쪽)가 직원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어떤 회사에 취업하기 위해서라도 ‘학력’과 ‘스펙’은 구직자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무기이자 열쇠다. 하지만 이 두 가지 모두를 가지지 못했던 한 장애여성이 성실함과 꾸준함을 무기로 철옹성같이 견고한 ‘편견의 유리 천장’을 깨버린다.

삶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힘든 청각장애 기초수급자에서 연매출 8억의 기업 대표로 인생역전에 성공한 ‘청소하는 마을’ 박정옥(여·55)대표를 만나 유쾌한 성공 스토리를 들어봤다.(편집자주)

중동호흡기증후군 예방소독 자원봉사
청소하는 마을은 지난해 6월에는 메르스 예방을 위해 지역 학교와 공공단체 등을 찾아 무료 방역 봉사활동도 실시했다.

KakaoTalk_20160501_231553007
박정옥 대표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박 대표는 1961년 경남 거창에서 2남 1녀 중 장녀로 태어났다. 박 대표는 아버지를 가족에게 더없이 다정하고 아내에겐 최고의 로맨티스트였다고 기억한다. 가난했지만 그의 삶에서 가장 평범했고 그래서 행복한 시절이 바로 어릴적 시절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행복한 시절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7살때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그때부터 남동생들을 돌보며 실질적인 엄마 역할을 해왔다고 했다. 억척스런 어머니 덕분에 고등학교까지 졸업할 수 있었다는 그녀는 어려운 가정형편에 대학은 꿈도 꾸지 못했다고 했다. 경남 거창상고를 졸업한 후 대구의 섬유공장에 들어가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학교 선생님의 말을 듣고 대구 한 섬유회사에서 원단 검사원으로 일을 시작했다. 당시 월급은 13만원으로 웬만한 직장인보다 많았지만 10년 가까이 밤낮없이 일해온 그녀의 통장엔 30만원도 채 남아있지 않았다. 동생들의 학비를 전부 책임져야 했기 때문이다.

26살에 결혼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딸을 낳았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이혼과 함께 장애까지…불행은 겹쳐서 찾아왔다. 특히 10여년 전 만성 진주종성 중이염을 앓고 달팽이관이 감염돼 찾아온 갑작스러운 장애는 그녀에게 절망과도 같았다. 보청기를 착용하지 않으면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였다.

막막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이었지만, 어린 두 딸을 생각하니 그대로 물러설 수가 없었다.

특별한 기술조차 가지고 있지 않아 매일 같이 아침 일찍 식당에 나가 일을 허드렛일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청력에 문제가 있어 번번이 일을 그만둬야만 했다.

취약계층에게 주어지는 한시적인 일거리라도 얻고자 공공근로 사업을 신청했지만 당시 남편 명의의 재산이 있다는 이유로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박 대표는 “담당 공무원에게 ‘당장 쌀 살 돈도 없는데 이런 사람에게 일을 주지 않으면 누구에게 주냐’며 ‘어떻게 하면 일을 할 수 있냐’고 따지듯 물었다”면서 “담당 공무원은 복지카드를 갖고 있는지 물었고, 그렇게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때 ‘얻고 싶은 것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묻고 요구해서 얻어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연매출 8억 달성…“차별화된 경쟁력은 바로 성실함”

주민센터에서 청소업무를 시작하게 된 박 대표는 특유의 성실함과 친절함으로 청소업무뿐 아니라 몸이 불편한 어르신이 오면 부축도 하고 민원인들에게 안내를 하기도 했다.

평소 그녀의 성실함을 눈여겨 본 동장과 사회복지공무원의 도움으로 2002년부터 대구수성구지역자활센터 청소사업단에서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한다.

주변에서 ‘별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매사에 열심인 박정옥 대표는 이후 자활기업인 ‘청소하는마을’에 참여하며 인생의 전환기를 맞이했고 또 지난 2006년 조합원들의 지지를 받아 마침내 자활기업 ‘청소하는마을’의 대표가 됐다.

박 대표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당시 자활기업이었던 ‘청소하는마을’을 고용노동부의 사회적기업으로 키우고자 사업자를 주식회사로 전환했다. 그리고 2011년 대구시 예비사회적기업을 거쳐 2012년 4월 고용노동부로부터 대구지역 최초 청소분야 사회적기업으로 인정받으며 지금에까지 이르렀다.

지난 10년간 ‘청소하는 마을’은 건물청소 등 청소분야의 오랜 경험을 통해 얻어진 우수한 경쟁력과 차별화된 핵심역량으로 꾸준한 성장을 이룬 청소 전문기업으로 발돋움 했다. 공공기관, 학교, 병원 등의 건물위생관리를 통해 민원인의 왕래가 잦은 공공시설물 위생환경관리에 대한 전문성으로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청결관리와 건물보존에 대한 최적화된 노하우를 갖고 있다.

또 건물의 용도와 재질에 최적화된 미화관리 기법을 적용하며 청결은 기본으로 인적관리 서비스 향상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대구지역 각종 공공기관과 학교 등 30여 개의 튼튼한 고객도 확보됐다.

대구도시철도공사와 대구오페라하우스, 대구시청 등과 청소용역 계약을 체결하면서 매출도 크게 늘어났다. 특유의 성실함 탓에 입소문이 나고 재계약이 이어지면서 2014년 2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8억원을 넘어섰고 지난 2012년 인증 기준 9명 남짓의 유급근로자가 올해 3월말 기준 69명으로 크게 늘었다.

또 사회적경제의 표준적 사업모델 개발로 지난 2014년 전국자활기업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했고, 지난해 5월에는 자활사업 발전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수성구청장 표창도 받았다.

박 대표는 지난날을 읖조리듯 말하며 “누구에게나 굴곡은 존재하지만 누가 보든 보지 않든 스스로에게 만족할 수 있도록 꾸준하게 노력한다면 기회는 누구나에게 찾아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상을 받고 회사가 커지는 것도 좋지만 가장 큰 보람을 느낄 때는 청소가 끝난 뒤 깨끗해진 모습을 보는 것”이라며 “일을 맡긴 분들에게 듣는 칭찬만큼 기분 좋은 것은 없다”고 말한다.

◇“사회로부터 받은 도움, 이젠 돌려드려야죠”

소외계층 자활사업 참여자로 시작해 탈수급자로, 나아가 CEO로 거듭난 박정옥 대표는 어려울 때 사회로부터 받았던 따뜻한 도움을 다시 환원하기 위해 지난해 3월부터 수성구청 희망복지사업단의 ‘착한나눔가게’로 등록해 매월 50만원씩 지원하고 있다.

또 매년 연말연시에는 지역 자활단체를 찾아 직원들과 함께 김장 김치를 담궈 전달하고 있으며, 지난해 6월에는 메르스 예방을 위해 지역 학교와 공공단체 등을 찾아 무료 방역 봉사활동도 실시했다.

박 대표는 “어릴 때부터 가난하게 살았고 공부도, 사회생활도 힘들었지만 나를 도와주는 이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라며 “받은 만큼 베풀어야 한다는 신념 아래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을 주고자 항상 마음속에 품고 있던 생각을 실천할 수 있게 돼 너무 기쁘다”고 말한다.

박 대표의 고용철학은 사회 환원방식과 일맥상통한다.

기초생활수급자로 힘들게 살았던 과거를 떠올리며, 과거의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여성들을 고용하고 있다.

직원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매년 영화관람의 날, 정기산행 등을 꾸준하게 여는 등 문화활동 지원에도 적극적이다.

박 대표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하며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주어진 역할을 다하겠다”면서 “아울러 회사를 건실하게 키워 여성, 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양질의 일자리 제공을 위해 노력하고 정당한 근로복지 환경과 자립에 대한 희망을 주는 롤 모델을 만들겠다”고 강한 포부를 밝혔다.

또 “안정적으로 회사를 이끌어가면서 누구나 행복한 기업을 만들고 싶어 한다. 삶이 힘들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자활의 의지만 굽히지 않는다면 희망은 반드시 찾아온다”며 미래를 꿈꾸는 이들에게 희망과 격려의 메시지도 함께 전했다.

청소하는 사람도, 청소 서비스를 받는 사람도 모두 행복한 청소 전문기업 청소하는 마을. 청소하는 마을에는 오늘도 자활을 꿈꾸는 우리 이웃들의 행복한 웃음꽃이 피어나고 있다.

곽동훈기자 kwak@idaegu.co.kr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