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인터뷰> '체육人' 대구FC 김재하 대표이사
<와이드인터뷰> '체육人' 대구FC 김재하 대표이사
  • 대구신문
  • 승인 2012.11.1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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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현장과 팬들에 실천, '꼴찌구단' 모습 탈피
지난 9일 대구스타디움에서 대구시민프로축구단 대구FC 김재하(59) 대표이사를 만났다.

2010년 연말 38년 간 몸담았던 삼성에서 퇴임한 후 김범일 대구시장(대구FC 구단주)의 요청으로 대구FC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긴지 2년이 다 됐다.

그 때를 생각하는 듯 눈을 지긋이 감았다. 잠시 숨을 고른 뒤 곧바로 말을 이어갔다.

김재하 대표이사는 "대구FC가 지역민에게 사랑받고 자랑거리가 되는 구단이 될 수 있도록 먼저 시민들에게 다가서 마음속 깊숙히 자리잡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잘한 결정인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결정한 만큼 최선을 다 하겠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어요"라고 평소보다 약간 높은 톤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당시 그는 퇴임 후 자신을 돌아 볼 시간이 필요했다고 했다. 삼성그룹에서 임원만 11년간 한 그는 퇴임후에도 안정된 생활이 보장됐었다.

바쁘게 살아온 만큼 여유를 갖고 그동안 소홀했던 가족과 친지, 친구들을 돌아볼 시간을 가질 생각이었다.

하지만 대구FC를 맡으면서 뒤돌아 볼 여유도 없이 더 바빠졌다. 그는 "쉴 시간을 주지 않는 팔자인거 같아요. 이제는 프로스포츠가 소명인것 같습니다"라고 말하며 특유의 너털 웃음을 지었다.

취임 당시만 해도 주위의 우려가 컸다. 돈 걱정 안하는 부자구단에서 당장 끼니 걱정해야하는 시민구단으로 자리를 옮겼기 때문이다.

그는 "이렇게 어려운줄은 몰랐다"며 구단의 재정현황을 파악한 후 한숨밖에 안 나오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동안 삼성에서 쌓았던 프로스포츠구단 운영 노하우를 대구FC에 접목하고 싶어도 재정이 뒷받침 되지 않는 상황에서 암담했다고 했다.

하지만 삼성 시절에도 늘 어려운 상황에서 보직을 맡은 경험이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던 도전정신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모두가 어렵다고 했지만 오히려 한번 해볼 만 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동안 지역민들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드린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삼성에 몸담으면서 많은 것을 누렸고, 그 이면에는 지역민들의 뜨거운 사랑이 가장 컸다"면서 마지막으로 지역에 봉사를 한다는 생각으로 대구FC 대표이사직을 받아들였다고 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에 대구스타디움 내에 있는 대구FC 사무국에서 그를 만나기로 했다. 약속시간 보다 20분쯤 일찍 구단 사무실에 도착해 김 대표이사를 기다렸다.

그는 약속시간에 맞춰 구단 사무실로 들어왔다. 약간 상기된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구단주인 김범일 대구시장을 면담하고 오는 길이었다.

그는 면담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구단 운영 전반에 대해 김 시장과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눴고, 공감대를 형성했다고만 했다.

최근 김 대표이사의 사직설이 나돈 점을 감안하면 심각한 얘기가 오갔을 것으로 보였다. 지난달말부터 그는 계속해야 될지 아니면 그만둬야할지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면담은 자신의 상황과 구단의 미래를 염두에 둔 만남이었을 것으로 짐작이 갔다.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더 질문을 하지 않았다.

다른 얘기로 화제를 돌렸다. 현재의 구단 상황과 미래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그는 그라운드를 보면 가슴이 설렌다고 말문을 뗐다. 그만큼 아직 일에 대한 열정이 넘친다는 얘기다.

곧바로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대구FC의 청사진을 풀어나갔다.

그는 삼성 라이온즈에서 11년 동안 단장, 상무와 전무, 부사장을 역임할 만큼 삼성그룹에서도 탁월한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생소한 프로축구계에 뛰어 들때만 해도 스스로도 반신반의했다고 한다. 잘 할 수 있을까 보다는 열악한 시민구단의 현실이 암담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일단 시작한 만큼 모든 열정을 쏟아 붙는다는 각오로 2년여 간 열심히 뛰어 다녔다고 했다.
평소 자신의 행동 지침으로 삼고 있는 '소통'을 현장과 구단, 그리고 팬들을 대상으로 실천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구단을 운영했다고 했다.

그의 노력으로 채 2년도 안돼 패배의식에 젖어 있던 '꼴찌구단'을 프로축구 시민구단의 모델로 변모시켰다.

이쯤되면 프로스포츠 전문 경영인(CEO)로 손색이 없는 성과다. 하지만 아직 그는 배가 고프다고 한다. 프로스포츠의 목표는 우승이라는 말로 꿈을 내비쳤다.

아직은 모든 여건이 이르지만 3년내 우승도 가능한 팀으로 변화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암담했어요, 팬들도 외면하고 선수는 물론 구단 직원들 조차도 패배의식에 젖어 있는것이 가장 큰 문제였어요"

그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구단의 변화에 주력했다. 그가 가장 먼저 한 것은 팬들과의 만남이었다.
취임 후 첫 광주 원정경기에서 역대 구단 대표이사로는 처음으로 관중석에서 팬들과 함께 응원을 했다.

대구로 돌아온 그는 곧바로 스포터즈와의 면담을 가졌다. 그동안 대구FC에 대한 쏟아진 불만을 경청,구단 운영에 적극 반영했다. 그 결과 김 대표이사의 진정성을 확인한 스포터즈들은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자로 돌아섰다.

아울러 김 대표이사는 대구시민들의 성원속에 출범한 대구FC가 그동안 시민들에게 외면받고 있는 현실을 아쉬웠다고 했다.

때문에 시민들속으로 깊숙히 파고들어갈 수 있는 길을 모색했다. 그가 삼성 퇴임후 구상한 봉사활동을 실천하기로 한 것이다.

국내 프로스포츠 구단으로는 처음으로 시즌중 꾸준하게 지역 봉사활동을 전개했다. 비 시즌중에는 각종 시설과 복지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펼치는 한편 시즌중에는 매주 지역 초·중학교를 대상으로 배식봉사 및 축구클리닉, 그리고 유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축구야 놀자' 프로그램을 꾸준하게 실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처음에는 인식부족으로 모두가 어려워 했다. 하지만 1년여 간의 시간이 흐르면서 대구FC에 대한 지역민들의 인식이 점점 좋아지기 시작했다. 구단 직원들과 선수들도 봉사활동에 참여하면서 보람과 소속감을 느끼면서 구단에 활기가 생겼다.

관중동원에도 직접 나섰다. "대구FC를 응원하러 온 관중들에게 보답하고, 이슈를 만들어 축구장으로 발길을 돌릴 수 있도록 이벤트를 만들어야 했어요"

김 대표이사는 올 해 평소 친분이 있는 기업인들과 지인들을 일일히 찾아 후원을 받아냈다. 올해 대구FC 홈경기때 실시하고 있는 '으랏차차 응원릴레이' 행사에 경품으로 제공된 총 14대의 자동차를 발품을 팔아 지원을 받아 관중들에게 돌려줬다.

그 결과 올 시즌 대구FC 관중수가 전년대비 15% 증가한 평균 7천800명으로 부쩍 늘어났다.

선수단의 체질 개선도 어느정도 성과를 거뒀다.

" 2011시즌은 승부조작 파문등의 악재속에서도 리그 12위를 차지해 어느정도 성과를 거뒀어요. 하지만 대구FC가 한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했어요"

그는 2011시즌 종료후 곧바로 승부수를 던졌다. 그동안 구상하고 있는 선수단의 체질 개선을 위해 과감하게 외국인 감독 영입을 선택했다.

브라질 출신 모아시르 페레이라 감독을 전격 영입, 선수들에게 선진축구를 접목했다. 올 시즌 도입된 스플릿시스템에서 당초 목표였던 8강 진입은 아쉽게 실패했지만 경쟁력있는 구단으로 발돋움하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김 대표이사의 이 같은 선택은 재정이 열악한 시민구단의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승부수였다. 국내 A급 선수의 몸값이 10억원에 이르는 현실에서 외국으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대구FC 김재하 대표이사가 올 초 열린 배식봉사에서 지역 노인에게 밥을 퍼 주고 있다.

그의 선택이 맞았다. 올 시즌 대구FC는 올림픽 대표를 배출하는 성과를 얻었다. 또 올림픽 대표로 뛴 김기희를 지난달 카타르 리그에 거액을 받는 조건으로 임대하는 등 본격적인 선수 마케팅의 길을 열어 구단 재정에도 숨통을 틔웠다.

그는 벌써 이미 내년 구상을 마쳤다고 했다.

"구단 경영자는 예견된 상황이외에도 차선책을 준비해야합니다. 지난해는 회복기였다면 내년은 한 단계 더 도약을 할 수 있는 시즌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는 이미 내년시즌을 대비해 선수단 운영과 구단 재정 등에 대한 구상을 마무리, 실천에 나섰다. 안정적인 구단 운영을 위해 지역기업후원회와 개인 후원회 구성을 위해 뛰고 있다고 했다.

당분간은 대구시와 지역 기업의 후원으로 구단을 운영할 수 밖에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재정자립 기반을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선수단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제는 우승까지 넘볼 수 있는 구단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선수단에도 변화를 줘야 합니다"

말을 아꼈다. 아직 시즌이 진행중이어서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하지만 큰 폭의 변화를 시사했다.

다시 김 대표이사의 얘기로 화제를 바꿨다.1953년 경주에서 출생한 그는 대구상고(현 상원고)를 거쳐 영남대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쳤다. 지난 1972년 제일모직에 입사 한 후 2010년 삼성 라이온즈 부사장으로 퇴직했다. 38년 간을 삼성그룹에서 일했다.

평소 야구광인 그는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하면서 삼성 라이온즈에 지원, 창단멤버로 실무를 당담했다. 잠시 제일모직과 삼성 라이온즈로 자리를 옮긴 뒤 1999년 11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단장(상무, 전무, 부사장)을 역임했다. 재임 기간동안인 2002년과 2005년, 2006년 세차례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대구시민들의 염원인 삼성야구의 우승꿈을 현실로 실현한 것이다.

삼성 우승얘기로 화제가 이어졌다. 그가 퇴임한 이후 삼성이 2년 연속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때문에 복잡한 심경일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명쾌하게 말했다. "축하해야죠, 지역민들에게 기쁨을 주는 구단입니다. 적극적으로 응원해야죠, 대구FC도 같이 우승하면 더 좋겠죠"라고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삼성이 최근 좋은 성적을 내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예전 삼성은 외풍 때문에 사실 구단 운영이 어려웠어요. 잦은 감독교체 등 외부의 입김이 워낙 셌죠." 그는 재임시절 철저한 역할 분담을 실현하는데 주력했다고 했다. 현재의 시스템으로 정착이 되는 과정에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했다.

그는 "구단과 감독, 선수가 철저하게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면 좋은 성적이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된다"며 "작년 취임 후 대구FC에도 이 부분이 정착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1시간 가까이 인터뷰가 이어지고 있었다. 얘기는 다시 축구로 돌아갔다. "강등에서는 벗어났지만 아쉬웠어요". 그는 올 시즌 성적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고 했다. 프로구단은 목적은 우승에 있다고 했다. 대구FC에 대한 팬들의 기대치가 많이 높아졌기 때문에 내년에는 더 좋은 성적을 내야 만족할 것 같다고 했다.이 때문에 내년시즌은 더 부담이 크다고 했다.

인터뷰 말미, 그는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청사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구FC가 지역민들에게 기쁨을 주는 동력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성적은 물론 지역 친화적인 구단으로 깊숙히 자리잡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재임기간동안 반드시 2가지 목표는 꼭 실현하고 싶다고 했다. 리그 1~3위 팀에게 주어지는 아시아침피언리그 진출과 FA컵 우승이다. 아울러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의 명문클럽과의 결연을 통한 선수교류와 비 시즌중 상호교류전을 성사시켜 대구FC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싶다고 했다.

김재하 대표이사는 "대구FC가 진정한 시민구단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지역 친화적인 구단으로 변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지역민들에게 사랑받고, 자랑거리가 되는 구단이 될 수 있도록 먼저 시민들에게 다가서 마음속 깊숙히 자리잡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상환기자 leesh@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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