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석 평소보다 100석 늘려
“우린 사람보다 당이 먼저
저 양반되면 대구 바뀔수도”
“열심히 하소” 손 내밀기도
“표 얻으려 인사” 반감 여전
오후 1시 정각,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전 의원이 강당에 들어섰다. 그는 “절마(저 자식) 뭐 하는 놈인데 여기 나와서 얘기하노? 그러시는데, 대구에서 오랜만에 하는 강연이니 조금만 참고 얘기를 들어주이소”라며 입을 열었다. 김 전 의원의 대구 강연은 메르스 여파 이후 5개월여 만이다.
강연 도중 어르신들에게 명함을 내밀며 김부겸 새정치민주연합 전 의원에 대해 묻자 “말하기 조심스럽다”며 손사래를 쳤다. 한두 마디 얘기하다가도 이름을 알려달라면 손을 내저었다. 한 어르신은 “김부겸 좋다고 하면 ‘빨갱이’라고 손가락질 할까 봐 얘기를 못하겠다”고 말했다. 30분째 눈치를 살피며 묻던 끝에 은성자(73·여·수성구 황금동) 어르신이 인터뷰를 수락했다. 은 어르신은 “저 양반 사람은 좋잖아. 우리 모임에선 항시 그러는데, 당이… 우리 같은 노인네는 사람보다 당을 먼저 보잖아. 당적만 바꾸면 (내년 총선은) 수월할거다”고 말했다. 정정식(76·수성구 중동) 어르신은 “(김 전 의원을 가리켜) 다 옳은 말이다. 똑똑한 사람이란 거 모두 안다. 저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면 대구를 바꿀 수 있겠단 생각도 든다. 그런데 선거 때면 기왕이면 내가 지지하는 당을 찍지 않겠나”라고 했다.
야당에 대한 반감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어르신도 눈에 띄었다. 좌석 뒤편에서 한 어르신은 “앞쪽에 앉은 사람은 다 민주당 사람들”이라며 못마땅한 듯 중얼거렸다. 강당 밖 복도에 있던 어르신들은 “자기 당이 잘못했다고 하는데, 그런다고 당을 바꾸지는 않는다. 표 하나 더 얻을라고 저러는 거다. 지금은 인사하는데, 투표만 해봐라. 인사하겠나?”라고 했다.
하지만, 김 전 의원에게 호감을 보이는 어르신들도 보였다. 김모(60·수성구 범물동) 어르신은 “대구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빚을 졌다고 생각하는데, 박근혜 대통령 당선으로 갚았다고 본다. 그런데 그게 대구를 좀먹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대구도 정치적인 관점을 바꿔야 한다. 그러려면 김부겸을 믿어야 한다”고 말했다. 몇몇 어르신은 강연 도중 김 전 의원에게 종종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1시간을 꽉 채운 강연이 끝나자 김 전 의원의 주변으로 서너 명의 어르신이 다가왔다. 한 어르신이 김 전 의원의 손을 잡고 “선거 때마다 보수정당에 몰표를 줬는데…. 바뀌는 게 없다. 힘내서 내년에 잘해보라”고 했다. “열심히 하이소”라며 악수를 건네는 어르신도 있었다.
손선우기자 sunwoo@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