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소 개인전 ‘BECOMING’…우손갤러리 내년 1월 12일까지
이강소 개인전 ‘BECOMING’…우손갤러리 내년 1월 12일까지
  • 김성미
  • 승인 2017.10.24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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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년 걸친 예술세계 ‘한눈에’
‘존재란 무엇인가?’ 의문 제기
비디오·조각·퍼포먼스·회화…
실험적 방식으로 작업 시도
70년대 초기~최신작 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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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소 작가.

이강소는 한국적인 바탕에서 기존의 미술에 반기를 드는 실험적인 작업으로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해왔다. 70년대 작업초기에는 당시 유행하던 실존이란 논의에 대해 회의를 가지면서 ‘존재에 관한 의문’으로부터 출발했다.

이 시기 이강소의 주제는 끊임없이 급변하는 서구미술의 형식 변화가 한국의 젊은 작가들의 의식 상황들과는 다소 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그룹을 결성하고, 계속해서 한국현대미술 운동을 대구에서 전국으로 확장해갔다.

1973년 첫 개인전 ‘선술집(제목:소멸)’은 당시 그의 의식세계의 반영이다. 이강소는 서울 명동화랑에 일주일간 선술집을 설치하고 실제로 관객이 체험하도록 했다. 이 일련의 프로세스는 배후에 ‘현실’이란 환영에 대한 체험을 환기하는데 의미를 두었다.

80년대로 접어들자 이벤트, 비디오 작업, 새로운 형식의 평면회화, 조각, 사진 등 다양한 장르로 매체를 확장하며 현실과 환영이 불분명한 또 다른 차원의 세계에 대한 암시로 주제를 확장해갔다. 이 시기 이성적인 사고, 즉 기계론적인 사고로부터 직관을 믿는 유기적인 사고로의 전환을 주장하기 시작한 것도 이와 맥을 함께 한다.

“세계는 우리 인간이 인식할 수 없는 신비로 가득하다. 우리 자신이 우주 자체로서 유기적으로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퍼포먼스와 달리 평면회화는 일필휘지로 드러난다. 분석적이고 이론적인 접근보다 대상이나 현상을 보고 즉각적으로 느끼는 깨달음의 상태를 한 획에 오롯이 담아낸다. 일필휘지는 우리가 관습적으로 생각하던 현실 세계가 아닌 직관이 펼쳐내는 또 다른 차원의 세계에 대한 표현이다.

순간적인 깨달음으로부터 오는 일필휘지, 직관이야말로 유기적 사고의 총체이며 동양정신의 정수다. 이는 그의 작업이 동양성과 끈끈하게 연결된 이유다. “오랫동안 열심히 작업하다보니 얽혀있던 필획들이 하나의 필획으로 수렴됐다. 그런 부단한 작업들이 쌓여 인품이 되고, 그 인품이 직관, 또는 일필휘지로 드러난다.”

이강소는 한국적인 바탕에서 기존의 미술에 반기를 드는 실험적인 작업으로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해왔다. 1973년 ‘선술집’ 전시 이후, 1974년에는 대한민국 현대미술제의 효시인 ‘대구현대미술제’ 결성 멤버로 참여했다.

1975년 제9회 파리비엔날레에 초대됐을 때는 닭을 3일 동안 전시장에 방사시켜 그 흔적을 기록한 이른바 ‘닭 퍼포먼스’로 국제적인 관심을 모았다.

특히 80년대의 전위적인 퍼포먼스에서 조각과 회화로 변화는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당시 사회적 분위기는 조각과 회화에 박했다. 현대적인 매체로 추앙받던 설치와 달리 조각과 회화는 진부함으로 치부됐다.

하지만 이강소는 그 진부함에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했다. 미래적인 인식 틀을 새롭게 추가하거나 동양성이라는 전혀 다른 세계관을 대입하며 진부함을 현대미술의 핵으로 끌어올리려 애썼다.

“실체의 존재를 탐구하는 주제는 70년대부터 지금까지 동일하다. 변한 것이 있다면 현재성이다. 시공간을 인식하는 방식이 3차원에서 4차원 등으로 시대마다 변해왔다. 나는 그 시대의 현재성에 집중한다. 아니 그 너머까지도 포섭한다고 것이 더 타당하겠다.”

현재성을 중시하는 이강소는 지금까지 통용되어 온 현대미술의 개념에 대해서도 못마땅해 했다. 그러면서 근대성을 핵심으로 하는 한국단색화도 현대미술이라고 칭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추상표현주의 미술의 선구자인 잭슨 폴락에 의해 시작되어 20세기를 지나온 현대미술에 대한 개념을 21세기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한국단색화도 근대성을 토대로 하고 있어 과연 현대미술인가 의문을 가져야 한다.”

최근 개막한 우손갤러리 두 번째 개인전 ‘BECOMING’은 실험성 강한 초기 퍼포먼스브터 흙을 던져 만드는 세라믹 작업, 직관에 의해 일필휘지로 포착한 회화 등의 이강소 예술의 여정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놓았다.

특히 4차원의 흔적을 직관으로 단숨에 잡아낸 신작 회화는 더 완숙미로 다가온다. 전시는 2018년 1월 12일까지. 053-427-7736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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