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에 ‘주민 목소리’ 입혔다…마을의 표정이 밝아졌다
골목에 ‘주민 목소리’ 입혔다…마을의 표정이 밝아졌다
  • 정민지
  • 승인 2015.06.14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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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당 2·3동 ‘반고개 마을’

서구 ‘더 좋은마을 만들기’ 사업 완료

낡은 골목길 재정비·마을텃밭 등 조성

마을걷기 코스, 벽화 등 테마별 볼거리

카페·마을기업으로 수익 창출도
/news/photo/first/201506/img_167480_1.jpg"반고개마을2/news/photo/first/201506/img_167480_1.jpg"
서구 내당2·3동 /news/photo/first/201506/img_167480_1.jpg'더 좋은 마을 만들기/news/photo/first/201506/img_167480_1.jpg'사업 으로 골목에 그려진 벽화.
‘마을’이라는 단어의 뜻은 두 가지다. 하나는 ‘(주로 시골에서)여러 집이 모여 사는 곳’,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의미다. 또 다른 뜻은 ‘이웃에 놀러 다니는 일’이다.

과거에 후자의 의미로 ‘마을’이라는 말을 썼는지는 알 수 없지만, 현재 그런 의미로 쓰이지는 않는다.

대구 서구 내당 2·3동(반고개 마을)은 최근 3년간 추진했던 ‘더 좋은 마을 만들기’ 사업을 완료했다. 이 사업에 쓰인 ‘마을’의 속뜻이가 아마도 잊혀진 두번째 뜻이 아닐까 싶다.

지난 2012년 대구지역 최초로 기존 전면철거형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대안으로 수복형 도시재생사업으로 시작된 ‘더 좋은 마을 만들기’.

작게는 쓰레기로 골치 아픈 전신주 주변에 쉼터를 조성해 깨끗한 동네를 만드는 것에서부터 깨지고 낡은 골목길 포장과 폐공가를 없애 마을 텃밭을 꾸미는 것까지, 이 동네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팍팍한 일상 속 데면데면 살아왔던 이웃과 만나는 사랑방으로 쓰일 마을애 희망커뮤니티센터도 만들어졌다.

도시재생의 가치 공유가 중요한 만큼 주민들의 논의는 더디게 진행됐고, 각자 다른 바람들이 모아지지 않아 사업 하나하나가 쉽게 진행된 것이 없었다.

그럼에도 냉정히 보자면 지역 공동체 활성화를 목표로 주민들이 한걸음씩 서툴게 내디딘 지난 3년의 시간만으로 이웃에 놀러 다닐 정도의 ‘마을’이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어쩌면 앞으로가 진정한 ‘더 좋은’ 마을로 가는 시작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내당 2·3동 반고개마을이 그간의 변화를 ‘노둣돌’로 만들어갈 마을을 상상해보고, 그리고 응원하자. (편집자주)

◆반고개 마을의 ‘반고개’란?

더 좋은 마을 만들기 사업 지역은 내당 2·3동 ‘반고개 마을’이다.

반월당에서 달구벌대로를 타고 성서방향으로 달리다보면 꽤 긴 오르막의 끝에 도시철도 2호선 ‘반고개역’ 출구가 보인다. 이곳에서부터 반고개의 유명 먹거리 ‘무침회 골목’이 시작된다. 무침회 골목 뒤편 동네가 ‘더 좋은 마을 만들기’사업 대상지다.

이곳을 부르는 ‘반고개’라는 지명에는 여러가지 유래가 있다.

반고개는 고개 반쪽이라는 의미로서 옛날에 성내로 시집온 성 바깥 출신 새댁이 명절 때 차마 친정에 갈 형편은 안돼 이 고개 반쯤에서 거꾸로 성 밖으로 시집간 성내출신의 새댁들과 안부를 교환했다는데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또 고개가 그리 높이 않고 반밖에 되지 않아 슬쩍 넘는 고개 ‘반고새’에서 변형됐다는 이야기와 조선 말기부터 일제강점기까지 대구로 장을 보러 들어오는 강창 및 다사 주민들과 호남 상인들이 이곳 고개를 넘는 도중 떼강도를 빈번히 만나 고개를 반밖에 넘지 못해 100명 정도가 모여야 고개를 다 넘어갈 수 있었다는데서 유래된 ‘반(半)고개’라는 이야기도 있다.

밤고개·바람고개 등으로 불렸다는 설도 있는데 ‘밤고개’는 이 일대에 밤이 많아서, ‘바람고개’란 이름은 당시 이 일대 고개가 가파르고 높아 바람이 세찼다고 해 붙여졌다는 것.

과거 이 지역은 전국 최대규모의 우(牛)시장이 번성했다.

1969년 신문기사에 따르면 달성공원 입구에서 내당동으로 우시장이 옮겨온 후 장날이면 하루 400여두, 연간 3~4만두를 거래하는 등 약 20억원이 거래액을 자랑하는 곳이었다.

대부분의 원도심이 그렇듯 반고개 마을 역시 과거의 영화는 잊혀지고 노후된 주택 밀집지역으로 남겨졌다.

◆걷기 코스 따라 바뀐 동네 둘러보니

반고개 마을은 단독주택뿐 아니라 폐공가와 나대지가 많아 주거환경 개선이 시급했다.

지난 2012년 사업대상지로 선정된 후 결성된 주민협의체는 ‘주민참여형 도시학교’에 참가해 도시재생에 기초해 지역의 문제점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이를 토대로 주민 정주여건 개선을 위한 사업이 추진됐다.

최근 주민협의체에서 만든 ‘가보고 싶은 반고개 마을 걷기 코스’를 따라 그간의 성과를 확인할 수 있다.

무침회 골목과 가까운 1코스에는 하나의 지붕 아래 수십개의 작은방이 들어선 ‘쪽방촌’이 있다. 천막과 타이어 등으로 덮은 지붕을 보수하고 복잡하게 얽혀있던 전기선과 가스호스 등을 정리했다. 외벽도 도색해 밝은 이미지를 더했다.

2코스는 벽화를 감상할 수 있다. 반고개의 유래 중 하나인 친정 소식을 전해 듣는 것과 유사한 ‘반보기’를 형상화한 벽화와 과거 융성했던 우시장, 흔적 없이 사라진 이 일대 고분에서 출토된 유물 등 테마별 벽화를 꾸며 볼거리를 더했다.

특히 좁고 어두운 골목 담장에 빛이 나오는 패널을 설치, 지역 주민과 학생들이 직접 그린 작품을 전시, 밤길 골목을 밝혀주면서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돋보였다.

주민들이 가장 체감하는 곳은 3~4코스다. 가로등이 전혀 없는데다 폐공가가 많아 우범지대였던 곳을 탈바꿈시켰기 때문이다.

쓰레기 투기가 빈번했던 폐공가를 마을 주차장과 텃밭, 쉼터 등으로 각각 조성했다. 갈라지고 깨진 도로를 포장하고 조명과 CCTV를 설치해 주민들의 불안감을 다소 덜게했다.

◆이제부터 시작, 공동체 복원은 시간이 걸리는 일

주거환경 개선만큼 주민들이 함께할 수 있는 공동체 사업도 진행됐다. 반고개 마을은 무침회·침구 골목 등이 활성화돼 있어 주거지만 남은 원도심에 비해 주민 자생력이 높아 발전 잠재력이 있는 지역이다. 결속력과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공간 마련과 수익사업을 추진했다.

주민협의체는 기존에 공터로 쓰던 곳에 카페와 마을홍보관을 조성했고 주민 소통 장소로 활용될 커뮤니티센터를 만들었다. 커뮤니티센터 1층에는 마을기업이 들어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 2층에는 작은 도서관을 열기도 했다. 카페와 마을기업을 통해 얻어진 수입은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 지역환원사업에 쓸 계획이다.

지난 3일 주민협의체는 사업 완료를 기념하고 새롭게 단장한 반고개마을을 알리기 위해 커뮤니티센터에서 일일바자회를 열었다.

이날 강창석 주민협의체 대표는 “한정된 예산으로 주민들의 의견을 조율해 사업을 진행하느라 힘들었지만 남들이 보면 ‘티도 안난다’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민들은 조금씩 변화를 느끼고 있다.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천천히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갈 것이다”고 말했다.

정민지기자 jm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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