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1,500m 파나마…게이샤 체리 익는 ‘천상의 낙원’
해발 1,500m 파나마…게이샤 체리 익는 ‘천상의 낙원’
  • 황인옥
  • 승인 2017.04.13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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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규의 커피이야기-(7) 에스메랄다 농장 방문기 上
활성화산인 바루산 가까이 위치
비옥한 화산토양·높은 일교차
커피열매 재배 천혜환경 갖춰
붉게 잘 익은 생두 진한 단맛 자랑
종자 욕심에 씨앗 슬쩍 챙기기도
쉐이드트리와 커피나무
에스메랄다농장의 쉐이드트리와 커피나무.

게이샤 커피열매-2
게이샤 커피 열매.
수상실적
에스메랄다 커피농장의 수상 실적.
커피농장의 프로세싱공장
에스메랄다 커피농장의 프로세싱 공장.

오늘은 게이샤 커피 하나로 세계 유명 커피 경연을 모두 휩쓸면서 세계 커피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진 파나마의 에스메랄다(Hacienda La Esmeralda) 커피농장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내가 이 커피농장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에스메랄다 농장에서 시행한 2008년 게이샤 커피 국제경매 무렵이었다. 우리는 매년 개최되는 게이샤 커피경매에 참여(게이샤 커피경매를 위해 초기부터 게이샤 커피 입찰 팀을 조직했다.)하면서 이렇게 멋진 커피의 맛과 향을 가진 게이샤 커피는 어떤 환경에서 자랄까하면서 궁금해 했었다. 그래서 나는 시간을 내서 꼭 그 농장에 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바램이 간절하면 이루어지는 것처럼, 2년의 시간이 지나고 그 희망은 현실이 됐다. 지금으로부터 7년 전인 2010년에 게이샤 커피에 관심이 있는 몇 명과 함께 파나마 에스메랄다 농장을 방문하는 여행을 추진했다.

◇피터슨 가(家)의 파나마 이주

에스메랄다 커피농장의 스토리는 지금 농장주인인 프라이스 피터슨(Price Peterson)의 아버지 루돌프 피터슨(Rudolph A. Peterson)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루둘프 피터슨은 1967년에 평생 다니던 은행을 퇴임하고 받은 은퇴연금으로 파나마의 팔미라(Palmira)지역에 농장을 구입했다. 그는 농장을 그의 아들 프라이스 피터슨에게 물려주었다. 프라이스는 파나마로 온 이후, 차남인 다니엘 피터슨(Daniel Peterson)을 낳았다. 그 차남 다니엘 피터슨이 성장해서 그의 누나 레이첼과 함께 게이샤 커피나무를 직접 기르고 생산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프라이스 피터슨은 파나마 농장에 도착해서 처음에는 우유 생산에 심혈을 기울였다. 커피가 농장 안에서 생산되고 있었지만 그 양이 적었고 주요 생산품이 아니었다. 커피는 1987년이 되어서야 에스메랄다 농장의 주요 생산품이 됐다. 그 후 1994년 커피 프로세싱 장비가 공장에 도입되고 커피의 모든 생산과정이 에스메랄다 농장 자체에서 가능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커피생산업체로 활동하게 됐다.

◇에스메랄다 농장

에스메랄다 농장은 정말 높은 고지대에 있었다. 우리는 계획된 하루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에스메랄다 농장으로 출발을 서둘렀다. 일행을 태운 4륜 RV차량은 비포장 산악 길을 힘차게 오르고 또 올랐다. 드디어 에스메랄다 농장입구에 도착했다. 깊은 산 속에 위치한 에스메랄다 농장은 해발 1,005m에서 1,524m의 범위에 걸쳐있었다. 이 농장이 위치한 팔미라(Palmira)지역은 파나마의 국립공원 일부로 열대의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농장의 면적은 134ha. 농장 입구에는 다니엘 피터슨과 레이첼이 먼저 도착해서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차에서 내려 간단하게 소개를 마치고 서둘러 농장을 도보로 오르기 시작했다.

게이샤 커피는 키 큰 나무들 사이에서 자라고 있었다. 강렬한 햇볕을 싫어하는 게이샤 커피나무는 그늘을 필요로 했다. 농장의 공기는 신선했다. 숨을 깊게 들여 마셔보았다. 그러자 공기에서 상큼한 레몬의 향기 같은 게이샤 커피의 맛과 향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쉐이드 트리에서 떨어진 낙엽은 오랫동안 퇴적돼 비옥한 토양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수확을 마친 지역을 벗어나자 아직 수확이 시작되지 않은 커피나무에 게이샤 커피체리(커피열매)가 빼꼭히 달려있었다. 우리들은 커피나무에 매달린 게이샤 체리를 보고 흥분했다. 게이샤 커피체리는 다른 커피의 것보다 좀 길쭉한 형태를 지니고 있었다. 나는 게이샤 생두의 맛이 궁금해서 참을 수 없었다. 곁에서 동행한 다니엘 몰래 붉게 잘 익은 게이샤 커피체리를 따서 입에 넣었다. 살짝 씹으니 진한 단맛의 과즙이 입안으로 흘러 나왔다. 맛은 보통의 커피체리와 비슷했지만 당도가 좀 더 진한 것 같았다. 나는 아직 단맛으로 끈적끈적한 펄프가 붙어 있는 게이샤 커피 씨앗 두 개를 슬쩍 주머니에 넣었다. 게이샤 커피 종자를 한국에 꼭 가져가고 싶었다. 이미 온실에 타국의 산지에서 가져온 커피나무 20여 그루가 자라고 있었지만, 게이샤 커피나무는 없었다. 지금 남산골 작은 온실에는 이때 가져 온 게이샤의 씨앗이 자라서 게이샤 체리가 달려있다.

숲을 지나 평지부분으로 나오니 지근거리에 아직도 화산활동을 하고 있는 바루(Volcan Baru)산이 보였다. 다니엘 피터슨은 저 멀리 지평선처럼 보이는 그 아득한 부분이 태평양 바다라고 설명해 주었다. 아, 바로 이런 곳이 커피나무가 잘 자랄 수 있는 천혜의 환경이구나. 책에서 공부하면서 상상했던 천혜의 커피재배환경이 이곳 파나마 보케테였다. 비옥한 화산토양, 맛과 향기를 농축시키는 일교차, 농부들의 끊임없는 연구와 보살핌이 있는 이곳에서 자란 커피는 맛이 없을 수 없었다.

농장을 내려와 사진으로 보았던 에스메랄다 농장의 사무실과 커피 처리시설에 도착했다. 다른 곳과는 달리 커피 건조장의 규모가 작았다. 게이샤 커피의 건조는 소량으로 분류해서 건조하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수확한 장소와 수확 날짜를 구분하고 있었다. 건조장 바닥에 놓여 진 한 팻말에는 ‘TRAPICHE 12 GRANJA‘라고 쓰여 있었다. 읽어보아도 의미를 알 수 없어서 나중에 다니엘 에게 물어보니 자신들의 농장을 지역, 환경, 고도 그리고 수확 시점과 시간 등으로 구분해 내부적으로 부여한 명칭이라고 했다. 그는 이렇게 구분해서 관리하기 때문에 같은 게이샤 커피라도 맛과 향에서 서로 차이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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