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규의 커피이야기>아프리카 너른 품서 태어나 남미로 전세계인의 곁으로
<이병규의 커피이야기>아프리카 너른 품서 태어나 남미로 전세계인의 곁으로
  • 황인옥
  • 승인 2017.04.25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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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파나마 게이샤 유래와 정체
에티오피아 게샤 숲서 수집된 커피 씨앗
1930년대 아비시니안·게이샤란 이름으로
케냐·탄자니아 수출…1953년 남미 첫 소개
10년 후 파나마 돈파치 농장 통해 명성 얻어
"잡종교배종"vs"잡종 가능성 낮아"
파나마 게이샤種, 전문가 의견 엇갈려
Great Rift Valley 사진
에티오피아 그레이트 리프트 밸리

‘세계 최고의 커피, 파나마의 게이샤는 어떤 커피죠?’라는 고객의 질문에, 나는 즉석에서 명쾌한 대답을 내어놓지 못했다. 그 이유는 게이샤 커피의 길고 긴 이야기를 짧고 간략하게 설명할 능력이 부족했던 것이고, 다른 또 하나는 공부를 게을리 한 탓이다. 그런데 근래에 만학도의 즐거움에 빠진 필자가 커피공부를 하면서 모아둔 자료와 논문들이 있어서 쉽지 않은 주제로 이글을 쓰게 됐다. 게이샤 커피가 파나마에 도착되기까지의 경로를 추적하고, 이동과정에서 형성된 유전적 형질변화를 농학자들은 전문가로서 어떤 시각을 가지고 바라보고 있는 가를 확인해 봄으로서 좀 더 게이샤 커피의 본질에 다가가고 싶었다.

이 글의 주된 내용은 프랑스의 CIRAD(프랑스가 개발도상국에서 운영하는 농업 및 개발 연구기관으로 농경학 연구 국제 협력 센터)소속의 농학자이자 식물 육종가인 장 피에르 라부시(Jean Pierre Labouisse)의 연구보고서와 샌프란시스코에서 커피관련 국제전문컨설팅과 교육을 하는 부트커피(Boot Coffee)연구소에서 로스트(ROAST)잡지에 기고했던 몇 편의 게이샤 커피관련 자료를 참고했다.
장 피에르 라부시는 “현재 중앙아메리카에서 자라는 게이샤는 1931년 에티오피아 게샤(GESHA)에서 채집한 종자의 후손들입니다. 원종 채집 이후 여러 나라에서 증식 주기를 여러 번 거친 후 고르고 골라 현재의 게이샤가 나온 것이죠. 이 과정에서 아마도 유전적 부동과 유전자 이입도 발생했을 겁니다”라고 하면서, “내가 게샤 숲에서 만난 커피나무들과 지금 중앙아메리카에서 재배하는 게이샤에 일부 공통된 유전자가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서로 동일한 품종인 것은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게이샤 커피가 어떻게 에티오피아에서 파나마로 이동을 했고, 그 이동과정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라는 주제를 가지고 독자가 이해하기 편하도록 구체적인 근거와 관련 자료를 조합해서 그 스토리를 필자가 재구성했다.

게이샤 커피 이야기의 시작은 고대 인류의 흔적이 남아있는 인류의 요람이라고 불리는 그레이트 리프트 밸리(Great Rift Valley)의 북쪽에 있는 에티오피아 남서부의 게샤(GESHA) 숲에서 시작된다. 당시 수집된 게이샤 커피 씨앗은 다른 커피나무의 씨앗들과 함께 섞여 있었다. 이렇게 수집된 커피 씨앗은 영국 대사관에서 관리되고 분배돼졌는데, 1931년과 1932년에 아비시니안(Abyssinian)과 게이샤(Geisha)라는 이름으로 케냐의 농업연구소(KARI) 산하의 키탈레(Kitale) 센터로 수출됐다. 그 후, 케냐에서 자란 씨앗은 1936년 탄자니아의 커피연구소(TaCRI)의 리아문구(Lyamungu) 농장과 우간다의 농업연구소가 있는 카완다(Kawanda) 지역에 심어졌고, 탄자니아 리아문구(Lyamungu) 농장에서 자란 게이샤 커피의 자손은 커피녹병(Coffee-rust resistant)에 강한 vc-496 이라는 이름으로 1세대 하이브리드(F1 Hybrids)품종으로 파생됐다. 또다시 게이샤 종자는 개량을 위해, 1953년 7월 코스타리카에 있는 농업과 천연자원을 연구하는 연구소인 카티에(CATIE)에 처음으로 소개가 됐다.

그 후 파나마에 게이샤 커피가 도착한 것은 10년이 지난 1963년이었다. 파나마 돈 파치(Don Pachi) 농장의 파치 세라친(Pachi Serracin)은 녹병에 강한 커피품종을 찾아서 코스타리카 커피연구소에 갔다. 그는 연구소에서 추천하는 녹병에 강한 몇몇 종류의 커피씨앗을 파나마로 가져왔는데, 이 씨앗 속에 운명의 게이샤 커피가 함께 들어있었다.

파치 세라친의 둘째아들인 프란시스코 세라친(Francisco Serracin)의 말에 따르면, 부친인 파치 세라친은 농장에 티피카(typica), 카투라(caturra), 카투아이(catuai), 부르봉(bourbon), 게이샤(geisha), 산 라몬(san ramon), 파체(pache) 와 문도노보(mundo novo)까지 8 종의 품종을 모두 같이 심어놓고, 바이어들이 원하는 품종의 커피를 한 농장에서 사 갈 수 있도록 하는 마케팅 전략을 세워 농장을 운영했다고 했다.

프란시스코 세라친의 형이자 파치 세라친의 큰아들인 마리오 세라친(Dr. Mario Serracin)은 파나마에서 게이샤 커피전문가이자 농학자로 이름이 나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오늘날의 게이샤 커피가 이처럼 독특한 맛을 가지게 된 것은 에티오피아의 유산을 간직한 게이샤 커피가 여러 품종과 함께 자라면서 자연적으로 교배돼 만들어진 품종이라는 것이다. 이 주장에 대해, 윌리엄 부트는 마리오 세라친의 의견을 에티오피아 방문 시, 짐마에 있는 에티오피아 농업연구센타의 육종학전문가인 바에타 벨라체우(Dr. Bayetta Bellachew) 박사에게 문의했다. 벨라체우 박사는 다음과 같이 조금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잡종교배의 가능성은 비교적 낮다. 커피 품종은 각각의 유전 형질이 다양하고, 꽃이 피는 시기의 타이밍과 나무의 근접성 등 많은 요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전통적으로 다양한 커피 품종을 위한 육종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 동질의 식물로 고정적 유전구조를 가지고 있는 같은 식물에 다른 유전적 결합이 들어 있는 잡종성 식물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게이샤 커피의 흥미로운 자연현상을 해석하는 방법으로 게이샤 커피나무는 이질 접합식물(Heterozygous Plant)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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