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신뢰를 원했던 두 남자의 어긋난 브로맨스
진정한 신뢰를 원했던 두 남자의 어긋난 브로맨스
  • 윤주민
  • 승인 2017.05.18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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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에서 가까워진 경찰과 조폭
서로 욕망 감추고 아슬아슬 줄다리기
등장인물 중심 전개로 몰입도 높여
선악 구분없는 진솔한 표현 “좋아요”
타 느와르 영화 스토리 답습 ‘옥의 티’
불한당
재호의 아지트에서 대치하고 있는 재호(설경구)와 현수(임시완).

경기도의 한 교도소. 몸에 잉어 한두 마리를 걸친 조폭들이 벌이고 있는 뺨 때리기 배틀에 빈약한 체구의 현수(임시완)가 느닷없이 도전장을 내민다.

깡으로 버티던 현수는 반칙으로 덩치(?)를 때려눕히고 결국 그의 패거리들과 한바탕 싸움을 벌인다. 그날 밤. 식당 안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본 재호(설경구)가 현수 방을 찾는다.

‘건드려도 될 사람’과 ‘건드려서는 안 될 사람’을 구분 짓는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며 강력한 인상을 남긴 채 재호는 떠난다.

다음날 아무일이 벌어지지 않자 현수는 재호가 손을 쓴 것이라고 직감, 가벼운 목례로 예를 표한다.

평화롭던 교도소 생활에 이 둘 사이가 가까워지는 결정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호남지방의 정통 주먹 출신 성환(허준호)이 교도소로 오게 되고 이권 싸움 과정에서 재호는 현수의 도움으로 죽음을 모면한다.

이 사건 후 재호와 현수의 사이는 급속도로 발전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현수의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갑자기 사망하게 되고 재호는 절규하는 현수를 위해 권력을 이용해 외출을 허가하도록 소장에게 손을 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현수는 더 이상 재호를 속일 수 없다고 판단, 자신이 경찰임을 고백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호는 출소 후 현수를 데리고 다니며 조직의 대소사를 맡긴다.

이들의 우정과 의리가 더욱 두터워질 때 쯤 현수의 직속 상관 인숙(전혜진)은 마약 조직 일망타진을 위해 현수를 압박한다.

서로를 완벽히 믿지는 않지만 이미 정이 들어버린 두 사람. 잠입경찰 현수와 이를 알고도 받아준 조폭 재호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은 교도소 수감 시절과 출소 후 이야기를 시간의 흐름과 관계없이 번갈아 보여주면서 서사의 줄기를 뻗쳐 나간다.

스토리 전개는 물론 영화 이해도에 있어서 관객들의 부담감을 덜었다. 사건 중심의 전개가 아닌 등장인물들이 겪는 내적 갈등 위주의 스토리가 펼쳐진다.

이로 인해 더해지는 인물간의 감정은 관객에게까지 고스란히 전달되면서 긴장감을 유발한다. 누구를 믿어야할지 갈팡질팡하는 현수와 이미 마음을 굳혀버린 듯 한 재호의 모습은 관객에 따라 평이 갈린다. 개인의 성향에 따라 어느 한 쪽의 인물 감정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무리하게 수사를 강행하는 인숙과 현수 사이에서 발생하는 일련의 상황은 진정한 정의와 악이 무엇인지 구분할 수 없는 듯한 느낌을 준다.

<좋아요>
기존의 틀을 깨버린 점에서 높은 평을 얻을 만 하다. 대부분의 언더커버 작품이 보여준 것처럼 영화 후반 부분에 도달해야 주인공의 정체가 드러난다.

하지만 불한당은 초·중반에서부터 주인공이 경찰이라는 신상을 덜컥 공개해버린다. 이 때문에 늘어질 법한 스토리를 확 졸라 매는 효과를 거뒀다.

잠입 경찰이라는 중대한 임무를 맡고 있지만 진짜 조폭처럼 행세하는 현수의 상황은 관객들로 하여금 결말에 대한 궁금증을 일찌감치 자아내면서 몰입도를 높였다.

<별로요>
영화를 보는 동안 재호와 현수 사이를 두고 ‘신세계’ 황정민과 이정재의 모습이 대비됐다. 한국 대표 누아르 작품으로 우뚝 선 영향 탓일까. 괜히 두 영화를 비교하는 방자함이 도를 넘어버렸다. 과정부터 결말에 이르기까지 모두 다른 방식의 영화가 전개되지만 신세계의 그림자를 쉽사리 떨쳐낼 수 없었다.

이 뿐만 아니다. 나름 언더커버 누아르 작품의 틀을 깨는 신선함을 보였지만 속고 속이는 과정에서 겪는 경찰의 딜레마라든지 긴박한 상황 연출의 부재는 아쉬운 부분이었다.

늘 그래왔던 상황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표현했지만 주입식 교육처럼 박혀버린 기존 누아르 영화에 대한 기대를 떨쳐내지 못한 게 사실이다.

어머니 죽음에 대한 분노를 한 번쯤 시원하게 터뜨렸으면 좋았을텐데라는 마음은 혼자만의 욕심일까.

윤주민기자 yjm@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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