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제 피해야”vs“난개발 불 보듯”…민자공원 갈등
“일몰제 피해야”vs“난개발 불 보듯”…민자공원 갈등
  • 최규열
  • 승인 2017.06.25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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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민자공원 조성 ‘산 넘어 산’
市, 2020년까지 소유주에 반납
‘도시공원 일몰제’ 대안으로 제시
일부 시민 “생활권 침해” 반대
경제단체도 반대 의사 밝혀
남 시장 필요성·장점 설득에도
시의회 “심도 있는 심사 필요”
중앙공원 조성 안건 ‘보류’ 의결
당분간 사업 표류 가능성 커져
윤종호-산업건설위원장결의문제안설명
경북지역에서 최초로 민간자본을 유치해 공원을 조성하는 ‘구미 민간공원 조성사업’이 주민들과 시민단체, 구미시의회의 제동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민간공원 조성 사업 안건을 보류시킨 구미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 본회의 모습.
구미시의회 제공
구미중앙공원조감도
경북 구미시가 추진하고 있는 민간공원인 중앙공원의 조감도. 송정·형곡·광평·사곡동 일대 65만6천여㎡에 민간자본 8천202억원을 들여 중앙공원과 아파트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구미시 제공
경북지역에서 처음으로 민간자본을 유치해 공원을 조성하는 ‘구미 민자공원 조성사업’이 곳곳에서 암초를 만나 난항을 겪고 있다.

구미시는 ‘도시공원 일몰제’에 따른 대책으로 ‘민자공원 개발’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역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아 사업 추진이 답보 상태에 빠질 공산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생활권과 환경권이 침해받을 수 있다”는 주민 여론에 더해 시민단체와 구미시의회까지 제동을 걸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 갈등의 단초는 ‘도시공원 일몰제’

28일 구미시에 따르면 공원일몰제로 추진되는 민자공원은 모두 3곳으로 ‘중앙공원’(송정·형곡·광평·사곡동 65만6천여㎡, 사업비 8천202억원, 29층 아파트 3천493가구), ‘꽃동산공원’(도량동 75만㎡, 사업비 1조165억원, 45층 아파트 3천955가구), ‘동락2지구공원’(임수동 8만3천여㎡, 사업비 3천55억원, 40층 아파트 1천20가구)이다.

민자공원 3곳에 투입되는 총사업비는 2조1천422억원이나 된다. 공원 인근에 함께 조성되는 아파트 가구 수는 8천500 가구에 육박하는 규모다.

구미시의 민자공원 조성 카드는 공원일몰제가 계기였다. 구미시 측은 공원일몰제 때문에 2020년 6월 이전까지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원일몰제는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공원을 개발·관리할 수 없을 때 민간개발자가 사유지 70%를 기부 채납하면 30% 이내에서 개발을 허용하는 게 핵심내용이다.

공원용지 70%에 주민복지센터, 스포츠센터, 식물원, 자연학습장 등을 조성한 뒤 자치단체에 기부채납하면 그 대가로 부지 30%에 아파트를 건설해 공원조성 비용을 환수하고 이익을 남기게 하는 것이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지난 1999년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인 근린공원 사유재산권 침해를 두고 20년이 지나면 효력을 상실한다(일몰제)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 때문에 도시공원을 조성하지 않으면 2020년 7월 1일 자로 토지소유자에게 종전 용도지역으로 환원해야 한다.

구미시 관계자는 “시의 재정상황이 열악해 민간자본을 들여 공원을 만들려고 한다. 만약 민자공원을 조성하지 않고 토지소유자에게 환원하면 난개발과 사유재산권 행사가 도를 넘어 시민들의 휴식처인 공원 기능이 상실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해부터 전국 14개 시·군이 민자공원 47곳을 추진하고 있다”며 “개발에 따른 각종 편익이 증대되고 시민들의 복지증진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부 주민들과 시민단체는 “일조권과 조망권 등 생활권 침해가 우려된다”며 구미시 방침에 맞서고 있다. 광평동 주민 김모(48)씨는 “고층 아파트 건설 과정에서 막대한 산림훼손과 자연파괴가 발생할 것”이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이 떠안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구미경실련도 “시민 삶의 질을 지키는 공익적 입장에서 공원개발 방향과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를 묵살하고 민자사업자의 사업계획대로 개발하면 난개발이 불가피하다”며 “특히 구미시 주택보급률이 122%에 이르는 터에 민자공원 조성 대가로 아파트 8천500가구를 추가 공급하면 구미지역은 아파트 미분양 폭탄이 터진다”고 주장했다.

특히 구미경실련은 “민자공원 사업이 통과하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경북도지사 출마를 노리는 남유진 구미시장의 낙선운동도 불사하겠다” 말했다.

◇ 시민단체·주민에 이어 구미시의회도 ‘제동’

구미시민과 시민단체는 부산의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산시의 경우 사전에 공익과 사익의 기준을 제시하는 공모 방식을 선택하고 접수 직후 곧바로 시민공청회부터 열어 시민 소통과 협치로 민자공원 문제의 해법을 찾고 있다.

이처럼 민자공원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구미시의회는 민자공원 중 하나인 중앙공원 조성사업 안건을 통과시키지 않아 민자공원 사업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커졌다.

구미시의회는 지난 27일 본회의를 열고 구미시가 민간자본으로 추진하려던 중앙공원 조성사업 안건을 보류했다. 중앙공원 조성은 협약사업이어서 시의회 동의를 얻지 못하면 추진하지 못한다.

남유진 구미시장이 직접 나서 시민단체와 일부 주민들의 민자공원 특혜의혹을 반박하며 사업 필요성을 강조했으나 구미시의회가 이 사업에 제동을 걸어 민자공원 조성사업은 당분간 속도를 내지 못할 전망이다.

구미시의회는 “산업건설위원회가 조건부 승인해 본회의에 상정했지만 주민과 시민단체 반발이 극심해 보다 심도 있는 심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이 안건을 통과시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오는 30일 민자공원 개발과 관련해 구미시를 비롯한 각 지방자치단체 담당자들을 긴급 소집할 예정이다.

각 지자체가 추진 중인 민자공원 특례사업과 관련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이 자리에서 국토부는 지자체 담당자들과 함께 각 지역별 사업추진 현황, 지역사회 동향, 대처 및 제도개선 방향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도시공원 일몰제 해결을 위한 국회 토론회’ 자리에서 “장기미집행 공원 해소문제는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 및 시민단체 등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야 하는 공동 과제”라며 “수시로 의견을 묻고 자리를 같이 해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최규열·남승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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