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 의욕 꺾는 ‘불통·독선’…있는 자원도 못 살려
예술인 의욕 꺾는 ‘불통·독선’…있는 자원도 못 살려
  • 김종현
  • 승인 2017.06.29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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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예술혼 없는 문화지원단체
귀국독주회 가진 인재 중
2년 내 재공연 15% 불과
일부 예술인들 “딤프 등
대규모 행사에 지원 집중
소규모 단체에도 관심” 호소
단체 성향따라 지원금 차등
“공정한 심사 기준 필요” 주장
문화지원단체 특정 인사
권력 남용 의혹도 제기
대구청년클래식음악제2
대구청년 클래식 음악제.
지역에서 클래식을 전공하고 독일 등지에서 공부한 뒤 귀국 음악회를 갖는 청년들이 많다. 클래식 전공자들의 공연을 돕고 있는 A씨는 귀국독주회를 가진 인재가 2년내 대구에서 다시 독주회를 갖는 경우가 15%도 안된다고 전했다. 한해 20명 정도가 귀국독주회를 한다면 살아남는 수는 2명 아니면 3명에 그친다는 얘기다. 대부분 서울에 가면 그나마 연주기회가 많을까 기대하고 서울로 떠나지만 공연기회는 그리 많지 않고, 열악한 주거시설에서 버텨야 하는 힘든 타향살이가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이들이 지역에서 자리잡지 못하는 것은 공연시장 규모가 적은 탓도 있지만 공연기회 자체가 많지않기 때문이다. 연주자들은 콘서트홀 대관료와 홍보비 마련이 걱정이다. 100만 원 가까운 대관료와 기획사에 맡길 경우 200만~300만 원까지 드는 홍보비는 젊은 아티스트들이 부모에게 손을 내밀기가 어려운 금액이다.

최근 1천500만 원의 지원만 있으면 젊은 음악가들로 구성된 클래식 공연을 하겠다는 한 제안이 있었지만 대구문화재단의 문예창작기금 지원에서 제외됐다.

재단측은 “심사를 통해 200만 원에서 1천만 원까지 지원하도록 규정돼 있다”며 “1억 5천만 원으로 모두 51개팀에 지원했다. 1천만원 지원 받은 팀은 거의 없고 대부분 300만 원에서 500만 원 이하를 지원받았다”고 해명했다. 음악계 관계자는 “DIMF 예산이 현재 28억 원이나 되는데 그 돈의 10분의 1만 투자하면 현재 지역의 클래식 자원으로 볼때 가칭 ‘클래식 페스티벌’ 같은 음악제를 5년 안에 대구의 대표 음악제로 만들 수 있다며 아무리 얘기해도 움직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대구시교육청은 초등학생에서 고등학생 대상의 1일 체험교육으로 ‘꿈과 희망이 있는 청년클래식 음악제’를 대구학생문화센터에서 올 연말까지 16회에 걸쳐 진행하고 있다. 이 행사는 당초 학생들이 집중력 부족으로 산만한 행사가 되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행사를 기획한 젊은 음악도들이 학생들 눈 높이에 맞춘 해설과 세련된 연주로 문화센터 관계자들과 선생님들이 놀랄 정도록 좋은 반응을 얻었다.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을 넘나드는 음악과 해설이, 핸드폰 게임에 빠져 살던 학생들을 음악의 세계에 빠지게 하고, 기립박수를 치게 만들었다. 칠성동 모 초등학교에서 만난 한 학생은 “낮에는 놀 곳이 없고 밤에는 무서운 이곳에서 난생 처음 이런 음악을 들었다”며 감사를 표시했다. 어릴 때 클래식을 접한 이들의 삶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 질적으로 다르다고 한다. 힘들고 어려울 때 어린시절 들은 아름다운 선율을 기억하면 인생의 위기를 이겨낼 수도 있다. 대구시는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가입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성인뿐만 아니라 어린 학생들조차 문화욕구는 다양하고 높으나 문화정책은 예산지원 규정에 얽매여있다.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은 올해 1년 365일 중 93일(하루 2회 포함)만 공연일이 잡혀있다. 챔버홀은 190일(하루 2~3회 포함)예약이 돼있다. 1월과 2월은 기획공연이 없어 이 기간이나 공연이 없는 날에 얼마든지 시민들을 위한 기획공연이 가능하다. 콘서트하우스 관계자는 “전체 공연의 85%이상이 지역 음악인 공연이고 기획공연과 지역예술가 독주회 등도 열어주고 있다”면서 “지난해 누구는 (독주회)해주고 누구는 안해주느냐는 말이 나와 중단했다가 올해 다시 지역예술가 독주회를 재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 음악인들은 “지역 콘서트홀에서 지역 예술인의 공연을 많이 하는 것은 당연하다. 기획안을 가져가면 ‘이미 하고 있다’며 잘라버릴 게 아니라 객관적인 심사를 통해 공정하게 연주자를 선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무대가 없어서 대구를 떠나는 젊은 예술가들을 붙잡기 위해서라도 대관료 할인제 시행 등을 통해 자발적 공연기획을 비롯한 시민들의 움직임을 정책으로 연결해야 대구시의 문화가 발전하고 대구가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말이 많다고 중단할 게 아니라 불평을 ‘넘치는 에너지’로 수용해 프로그램을 넓히는 것이 콘서트하우스의 일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1천200 명의 회원을 거느린 대구문인협회는 연간 2억원 가까운 예산을 지원받는다. 반면 200명의 회원이 있는 진보적 성향의 대구경북 작가회의는 한해 600만 원 지원이 전부다. 대구문학관은 7월 경 새 운영주체를 모집할 예정으로 문인협회 대구지회와 대구경북 작가회의가 응모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경북 작가회의 김용락 회장은 “현재 대구문학관은 중구의 4층건물가운데 2개층만 임대해 사용하는 수준인데 대구 문학관을 대구미술관 인근으로 이전하고 이상화, 이육사 현진권 등을 배출한 지역답게 지역민들이 긍지를 가질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문학은 회원 수가 아니라 얼마나 우수한 작품세계를 가지고 있느냐로 판단해야 하는데 이런 평가 고민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보수적인 문인협회가 상대적으로 혜택을 본 반면 블랙리스트에 명단이 오른 작가회의는 그동안 지자체의 관심에서도 소외됐던 셈이다.

권영진 시장 취임이후 오페라 축제와 뮤지컬 축제가 활성화됐고 대한민국 연극제도 개최하는 등 문화예술분야 예산과 지원이 크게 늘어났다. 문화재단 등 관련부서 공무원과 직원들도 늘어난 업무량 속에서도 나름 지역문화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매년 지역 대학이 배출하는 2천여 명의 청년 예술인들이 지역에서 날개를 펼 수 있도록 청년 예술가 지원에도 묘책을 찾고 있다. 하지만 청년 예술인들은 여전히 대구를 떠나고 있다.

대중음악과 클래식, 문학 등 각 분야의 지역 문화 인재들은 (대구시와 문화재단이 모르는 곳에서) 시민들에게 높은 수준의 예술을 전달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나 대구시는 이를 연결할 방법을 찾지 못한 채 대규모 행사에 집중하는 인상이다. 프랑스 등의 음악축제는 내집 가까운 곳에서 수준높은 음악예술을 즐길수 있도록 배려한다. 예술인들은 소규모 공연이라도 관객과 수시로 접촉할 수 있어 만족하고 시민들도 자신이 문화예술에서 소외됐다고 느낄 틈이 없다. 이런 곳이 문화예술 도시다. 올해 초 대구인디밴드 모임은 자체 기획으로 라이브 클럽데이 행사를 개최했다. 대구와 전남의 인디밴드 22팀이 참여해 유료관객 400여 명을 모으는 성과를 거뒀다. 지역 문화예술인들은 대구의 문화저력을 표출할 곳을 찾고있지만 대구시의 문화행정은 이들을 외면하거나 엇박자로 나가고 있다는 지적이 적잖다.

지역의 일부 예술인들은 모 문화관련단체를 ‘지역 문화예술인의 적’이라며 공공연히 적대시한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처음 입사했을 때 선배들이 이 곳은 OOO재단(모 간부의 이름)이라고 말하며 그에게 찍히면 끝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대표도 어쩔 수 없는 파워를 갖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맘에 들지 않는 직원들을 전공과 상관없는 부서에 보냈다가 10명 가까이 동반 퇴사하는 일도 있었다. 전문성이 중요시되는 기관에서 개인의 입맛대로 조직이 굴러간다면 그 단체가 예술인을 대하는 자세가 어떨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문화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 개인의 달란트가 중요한 곳이다. 지역 문화계는 지역을 잘아는 전문가에게 문화단체 일을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화예술인을 만날 때조차 사비를 사용하던 지역출신 대표가 어느날 비판기사때문에 물러난 뒤 지역을 모르는 중앙출신 인사가 들어섰고 그 뒤 업무추진비가 사사로이 사용된다는 말이 들린다.

인사의 단추가 잘못 끼워진 상태에서 올바른 행정을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각종 예술인 지원대상 선발에 입김이 작용하거나, 특정 단체에 일감 몰아주기, 친인척으로 회자되는 사람이 중요 보직을 맡은 데 대해 문제가 있다며 구성원들이 상급부서에 고발해도 시정되지 않는 일이 반복된다면 그 지역 문화예술계는 겉은 화려해도 쇠락할 수 밖에 없다. 문화예술의 도시는 시장 혼자 노력으로 달성되지 않지만 시장의 리더십이 조금만 발휘되어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끝>

김종현기자 oplm@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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