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풍처럼 펼쳐진 주흘산 자락에 초록빛 향기로운 사과 익는 고장
병풍처럼 펼쳐진 주흘산 자락에 초록빛 향기로운 사과 익는 고장
  • 남승렬
  • 승인 2017.08.01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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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 새재팔영사과마을
주민 80% 이상이 사과 농사 종사
단단한 과육 뛰어난 맛 효자노릇 ‘톡톡’
주민 스스로 풀뿌리 자생단체 구성
홀몸어르신 돌봄 등 다양한 봉사 눈길
사과따기 등 체험 프로그램 인기
문경 (17)
주흘산이 병풍같이 둘러싼 문경 새재팔영사과마을은 천혜의 자연경관을 간직한 아름다운 곳이다. 충청북도와 접경을 이루며 풍광이 뛰어난 문경새재도립공원, 월악산.속리산국립공원을 끼고 있다. 드론 촬영

순후한 인심을 자랑하는 경북 북부지역의 한 마을을 찾은 날은 여름사과로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아오리’(쓰가루)‘의 본격적인 출하를 앞둔 7월말께였다. 마을 곳곳의 과수원에는 풋풋하고 탐스러운 아오리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동네 어귀 한 과수원에서 발길이 멈췄다. 과수원을 손질하던 한 농민으로부터 건네 받은 아오리를 한 입 깨물자 ‘아삭’하는 소리와 함께 한여름의 더위와 텁텁함을 한번에 날려버릴 듯한 청량감이 입 안 가득 밀려왔다. “맛이 어때요? 사과는 우리 마을을 대표하는 특산품이자 가장 큰 자랑거리입니다.” 아오리를 건네준 농민의 설명을 다 듣고 마을을 둘러보니 과수원이 지천으로 펼쳐져 있었다. ‘사과마을’이라는 별칭이 붙은 이곳, 경북 문경시 새재팔영사과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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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재팔영사과마을의 한 과수원에 여름사과인 ‘아오리’가 주렁주렁 달려있다.

◇ 주민 80%가 사과 재배

새재팔영사과마을은 충청북도와 접경을 이루며 경관이 뛰어난 문경새재도립공원과 월악산, 속리산 국립공원을 끼고 있다. 80% 이상의 가구가 사과를 재배하는, 말그대로 ‘사과의 고장’이다.

지형상으로 다소 험준한 산악으로 둘러쌓인 분지다. 예부터 서울로 향하는 교통상의 요충인 관계로 지역민이 사회·문화적으로 남부지방과 중부지방의 점이적(漸移的·서로 다른 지리적 특성을 가진 두 지역 사이에 위치해 중간적인 현상을 나타내는 지대)인 독특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취재진이 이 곳 팔영사과마을을 찾은 날, 팔영사과에 대한 주민들의 칭찬은 끊이지 않았다. 주민들의 설명에 따르면 팔영사과는 소백산맥 산간지대의 큰 일교차와 석회암 토질에서 생산돼 과육이 단단하고, 맛과 향이 뛰어나다.

주변에는 문경새재와 드리마 촬영장, 전국 유일의 보양온천인 문경온천 등이 있어 사시사철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새재팔영사과마을은 문경지역 정보화마을 ‘제1호’다. 2004년 정보화마을로 지정된 이후 그동안 수많은 성과를 냈다. 지난해 열린 ‘2015년 정보화마을 경북지도자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데 이어, 올해 ‘제15회 전국 정보화마을 지도자 대회’에서는 행정자치부장관상을 받는 등 전국의 정보화마을 가운데 운영성과 측면에서 모범지역으로 평가 받고 있다.

◇ ‘무형’의 자랑…주민 단합과 인심

이 마을의 ‘유형’의 자랑거리가 사과라면, ‘무형’의 자랑거리는 주민들의 화합과 넉넉한 인심이다.

주민들은 스스로 풀뿌리 자생단체를 만들어 봉사활동 등 지역사회를 위한 다양한 선행을 펴고 있다. 마을에 뿌리내린 자생단체는 팔영사과작목반, 부녀회, 청년회, 노인회, 운영위원회 등 5개 단체다.

특히 부녀회는 해마다 홀몸어르신들에게 김장과 부식 등을 전달하는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또 재활용품을 수집, 선별해 환경보호에 일조하는 한편 이를 통해 부녀회 기금도 마련, 지역사회에 봉사하고 있다. 이밖에도 경로잔치를 비롯한 마을의 각종 행사 준비 등 대소사를 챙기고 있다.

노인회 어르신들은 경험으로 쌓은 사과농사 지식을 중·장년층에게 물려주고, 아이들에게는 어른공경과 효 정신 등을 가르치고 있다. 무엇보다 마을의 역사를 보존해 그 역사와 조상의 얼을 자손들에게 물려줌으로써 마을의 전통과 역사를 이어가게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주민들은 특유의 단합으로 다양한 ‘마을체험 프로그램’을 발굴해 마을을 알리고 있다. 체험프로그램으로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사과따기 체험’이다. 문경사과축제가 열리는 매년 9~10월 즈음에는 전국에서 밀려드는 예약으로 주민들은 행복한 비명을 지른다. 사과따기 체험은 도시민들에게는 수확의 보람을 느끼게 해주고, 농가들은 일손 걱정을 덜면서 판매소득을 올릴 수 있어 1석3조의 효과가 있다.

이밖에도 마을 인근에서 진행되는 산악자전거 타기, 철로자전거 타기, 클레이 사격, 패러글라이딩 등 레저형 체험프로그램도 인기가 높다.

새재팔영사과마을 주민들이 가장 바쁜 시기는 9~10월달이다. 사과 수확은 물론 추석 명절이 있는 시기라 전국에서 밀려드는 온라인 사과 주문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한다. 특히 이 즈음에는 문경사과축제도 열려 관광객 맞이에 한창이라고.

화제가 문경사과축제로 흐르자 주민들은 다음에 꼭 오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다음에 여유로울 때 문경사과축제 한번 놀러오세요. 팔영사과 맛도 마음껏 보시고 문경새재도 둘러보시고…. 지친 몸과 마음 달랠 수 있는 최적지는 팔영사과마을입니다.”

글=전규언·남승렬기자

사진=전영호기자

황용식 팔영사과마을운영위원장3

“천혜의 자연환경 속에서 생산되는 팔영사과의 맛은 전국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황용식(53·사진) 문경 새재팔영사과마을 운영위원장은 이 마을의 특산물인 사과 자랑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는 “백두대간의 정기를 듬뿍 받은 팔영사과는 해발 400m 이상의, 일교차가 큰 소백산맥의 석회암 지대에서 재배돼 과육이 단단하고 저장성이 다른 지역의 사과보다 높다”며 “국내를 대표하는 친환경농업 고품질 사과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새재팔영사과마을은 80% 이상의 가구가 사과를 재배하고 있다. 황 위원장 역시 사과 농사로 자식들을 뒷바라지했다.

황 위원장은 “2004년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의 정보화마을로 지정된 이후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면서 팔영사과는 전국적 유명세를 타게 됐다”며 “팔영사과는 우리 마을 주민들에게는 최고의 ‘효자’인 셈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주민들간 단합이 잘되고 공동선별, 공동출하 방식으로 농사를 짓다보니 인건비도 절감되고 그 이익은 모두 주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며 “억대 농가도 20농가쯤 된다”고 덧붙였다.

문경새재도립공원
문경새재도립공원

◇ 문경새재도립공원

백두대간의 조령산 마루를 넘는 새재는 예로부터 한강과 낙동강 유역을 잇는 영남대로 상의 가장 높고 험한 고개였다. 임진왜란 이후 이 곳에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 등 3개의 관문(사적 제147호)을 설치 국방의 요새로 삼았다.

◇ 석탄박물관

문경 가은읍의 한 폐광업소를 활용해 실제 광업소 분위기와 갱도를 체험할 수 있도록 조성한 곳이다. 석탄의 생성과 석탄산업의 변천사를 한눈에 알 수 있는 탄광 체험장이다. 후세들에게 석탄산업 전반에 대하여 이해할 수 있는 학습장으로 활용해 석탄에 대한 기억을 되새기고자 1999년 5월에 개관했다.

◇ 주흘산

영남대로를 사이에 두고 조령산과 마주보고 있으며 영남대로의 관문인 문경새재가 있는 산이다. 문경읍 북쪽에 있는 소백산맥의 높은 산 중의 하나로, 높이 1천106m이다. 북동쪽에 있는 소백산(1천440m), 남쪽의 속리산(1천58m) 등과 함께 경상북도와 충청북도의 경계를 이룬다. 주변의 지질은 풍화에 약한 화강암지대인 데 비해 이 산은 풍화에 강한 규암질변성암인 까닭에 높은 산으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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