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춰왔던 상처들을 어루만져봐”
“감춰왔던 상처들을 어루만져봐”
  • 윤주민
  • 승인 2017.09.2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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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아왔던 나에게 용기를 전하다
순수한 힐링 영화 ‘몬스터 콜’
괴물과 진심 나누는 12살 소년
마음 속 아픔 받아들이며 성장
진솔한 감정변화 등 그려내며
표현 서툰 현대인에 메시지 전해
영화
코너(루이스 맥더겔)가 괴물과 마주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어느새 어른이된 우리에게 또 어른이될 모든 이들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할 영화 한 편이 극장가에 상영 중이다.

제법 험악하게 생긴 주목나무 몬스터(목소리 리엄 니슨)가 등장하지만 12살 어린 소년과 완성해가는 네 가지 이야기는 뭉클하기만 하다.

가슴 한편에 묻어둔 이야기처럼 그 누구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지 못하는 어른들. 이런 어른들의 아픈 가슴을 어루만져 주는 영화 ‘몬스터 콜(감독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이다.

주인공 12살 소년 코너(루이스 맥더겔)의 하루는 벅차다. 어린 나이에 감당할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

학교에서는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집에서는 아픈 엄마(펠리시티 존스)를 돌보는 게 일이다.

아픈 엄마를 위해 힘든 내색을 하지 않는 것이 대견스럽기만 하다. 이런 코너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있다. 매일 밤 꾸는 악몽이다.

코너의 꿈은 괴롭다. 꿈의 내용이 마치 자신의 마음을 비추는 ‘마법거울’처럼 이내 속내를 들키기 때문. 꿈도 매번 똑같은 장면에서 끝난다.

꿈의 결말을 알기에 스스로 잠에서 깨어 버린다.

그러던 어느날 코너에게 몬스터가 찾아온다. 창가 너머로 보이는 주목나무가 몬스터로 찾아온 것.

12시 7분이면 찾아오는 몬스터는 코너에게 세 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네 번째 이야기는 코너의 몫이라며.

몬스터는 코너의 비밀을 알고 있는 듯 다그친다.

마지막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코너는 결국 아프고 힘들기만 한 자신의 마음을 몬스터에게 털어놓는다.

그 누구에게 말하기도, 들키기도 싫었던 이야기다. 아마 영화는 마지막 순간을 위해 108분의 러닝타임이 필요한 건지도 모른다.

영화 ‘몬스터 콜’은 동화 같은 일종의 힐링(Healing) 영화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읽어주던 동화책처럼 영화관에서 우리는 눈과 귀로 또 한 편의 동화를 보고 듣는다.

힘든 삶에도 꿋꿋이 살아가는 코너를 보고 있노라면 ‘어린 시절 나는 왜 성숙하지 못했나’하는 자책이 앞선다.

그러다가도 할머니(시고니 위버) 앞에서 떼를 쓰는 모습을 보면 아직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처럼 보여 가슴이 먹먹하다. 12살 소년이 감당하기엔 모든 상황이 너무 벅찼기에.

영화는 엄마의 사랑을 필요로 하는 어린 소년이 아닌 엄마를 잃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12살 아이의 성장을 그리고 있다.

어린 소년을 힘들게만 하던 몬스터의 세 가지 이야기는 어느새 치유로 되돌아온다.

엄마의 병세가 악화되자 몬스터를 찾아와 울부짖는 코너. 설움이 폭발하며 관객의 감성을 자극한다. 눈물이 흐르는 것은 당연한 일.

다만 걱정이 있다면 이와 비슷한 경험이 있는 관객들이다. 비수를 꽂는 듯 가슴이 아릴 것이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고이 간직해온 우리들의 마음이 스크린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되기 때문이다.

몬스터는 불현듯 코너 앞에 나타난 것일까. 생각하기 나름이다.

하지만 영화는 말한다. 상상속 생명체를 통해서라도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라고 말이다.

그렇게 영화는 몬스터를 통해 코너의 감정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나간다. 또 우리들에게 전하고 있다. “야! 조금 더 솔직해져봐. 말해도 돼. 울어도 괜찮아”라고. 엄마의 그림책, 엄마의 눈에 비친 몬스터. 영화는 스크린이 어두워졌음에도 우리에게 수많은 메시지와 여운을 남긴 채 끝난다.

아프면 아픈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울고 싶은 날엔 하염없이 울어보는 게 어떨까.

우리네 마음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몬스터를 마주할 수 있도록 말이다.

윤주민기자 yjm@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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