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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처럼 찾아온 촉촉한 사랑, 살포시 눈물 적시네

기사전송 2018-03-15, 21: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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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메이크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1년 전 세상 떠났던 아내
어느날 비와 함께 돌아와
기억 잃은 채 남편과 함께
추억 더듬으며 기억 되찾아
2004년 日 동명 원작소설 바탕
한국 정서·감성 등 섞어 재해석
인물간 관계·감정 변화에 집중
로맨스·코미디 ‘두 토끼’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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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스틸 컷.


우진(소지섭)과 그의 아들 지호(김지환)는 하염없이 ‘장마’를 기다린다. 요리뿐만 아니라 자신의 셔츠 단추도 잘 꿰지 못하는 서툰 아빠 우진, 그리고 엄마를 그리워하며 매일 우비를 입고 등교하는 지호에게는 1년 전 세상을 떠난 수아(손예진)의 빈자리가 크다.

“비가 오는 계절, 다시 돌아오겠다”는 믿을 수 없는 말을 남기고 간 수아를,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지만 ‘혹시’하는 마음에 이내 비의 계절을 기다린다.

그러던 어느 날 그토록 바라던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과학적으로 설명조차 불가능한 상황이 이어진다. 거짓말처럼 수아가 돌아온 것.

생전의 기억을 모두 잃고 돌아온 수아지만 우진과 지호는 마냥 기쁘기만 하다. 조심스럽지만 우진과 지호는 수아가 죽었다는 사실을 숨긴 채 그녀를 맞이한다.

잃었던 기억을 더듬으며 아내이자 엄마로 자신의 생전 모습을 알아가는 수아, 우진과 지호는 그렇게 또 한 번 사랑을 키워나간다.

결론부터. 한국인 감성에 맞게 잘 버무려졌다.

그러나 원작에 따른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아쉬움도 있다.

일본판 영화의 진한 여운에 빠진 경험이 있는 관객으로선 은연중에 기존 OST 마츠타니 스구루의 ‘시간을 넘어서’가 그리울 수도.

일본 원작 소설·영화를 본 관객과 그렇지 않은, 결국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판단은 오롯이 관객의 몫이다.

2004년 일본에서 이치카와 다쿠지의 원작 소설을 스크린에 옮겨 4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한국판으로 재탄생됐다.

첫 연출 데뷔작으로 무대에 오른 이장훈 감독은 멜로 영화의 베테랑 배우 소지섭과 손예진을 캐스팅하며 8년 동안 간직해온 자신의 꿈을 이뤘다.

이 감독은 영화 보다 소설에 중점을 두고 작업을 진행, 인물간의 관계와 감정이 쌓이는 과정에 집중했다. 이치카와 다쿠지의 원작을 먼저 접한 이 감독은 영화보다는 스크린에 한 편의 소설을 녹여내고자 했다.

영화는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전개로 흘러간다. 일본 특유의 감성과 달리 한국 정서와 코미디가 결합돼 관객에게는 한국적 입맛을 느끼게 했다.

조연 고창석을 소지섭의 친구로 투입시켜 웃음을 유발, 한국 멜로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신파적인 이미지를 조금이나마 지우려 애쓴 이 감독의 노력이 돋보인다.

호불호에 따른 원작과의 비교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쉽게 평을 내릴 수 없다.

실제로 영화는 재해석에 따라 원작과 다른, 새로운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거북하지 않다는 게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곳곳에 산재해 있는 신파를 지양하기 위한 장치가 다소 애매하다.

굳이 설명하자면 약간의 군더더기가 있다는 것. 우진이 일하고 있는 수영장의 선배 강사가 그 예다.

일본판 영화에서는 타쿠미(우진 역)는 직장 동료 여성의 관심을 받고 있다. 한국판에서도 마찬가지. 우진은 현정(손여은)의 짝사랑 대상이다.

문제는 식상하다 못해 지긋지긋할 정도의 콘셉트가 여기서 나온다.

일본판에선 미오(수아 역)가 타쿠미의 동료 여성을 만나는 장면을 추가하면서 눈물샘을 자극, 가족을 두고 떠나야 하는 미오의 속사정을 들려준다.

떠날 수밖에 없는 미오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면서 안타까움을 배로 늘린다.

하지만 한국판에선 이 대신 우진의 선배를 모진 인물로 비추면서 괜한 분노심(?)을 유발시킨다.

말 그대로 ‘괜한’ 장면을 추가인 셈이다. 수아 홀로 지호의 학예회를 보게 하는 역할처럼 보이지만 크게 와 닿지 않는다. 잔잔한 감동과 깊은 여운을 선사하는 일본판과 달리 한국판은 생기발랄함을 부여하면서 엄마와 아들간의 전형적인 드라마로 관객의 가슴을 두드린다.

이 영화의 진면목은 중·후반에서야 드러난다.

우진과 수아의 사랑이 이뤄지는 과정, 관객에게 달콤한 로맨틱함을 선사하지만 기어코 눈시울을 적시게 만든다.

모든 것을 알면서도 생애 단 한 번의 마지막 사랑을 위해 수화기를 드는 수아. 그녀의 선택은 ‘멋진 인생’이었다.

윤주민기자 yjm@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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