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수십만평 고산 습지…지금도 ‘건강한 자연생태계’
정상 수십만평 고산 습지…지금도 ‘건강한 자연생태계’
  • 윤주민
  • 승인 2018.04.24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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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현과 함께하는 대구의 걷기 길 <17>최정산 숲길(누리길)
우록동 임도 드라이브 코스 유명
진달래·억새 등 ‘사시사철 장관’
군부대 주둔·‘지뢰매설’ 표지판
승용차 접근 가능…가족 휴식처 인기
시인 이하석 ‘가창 대학살’ 시집 발간
200년 된 ‘달성조길방가옥’ 민속자료
주암산
청산에서 바라본 최정산,
천년고찰 남지장사
청산 정상 표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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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산
배바위에서 본 최정산 능선.

#7구간 41.5km

비슬산에 가려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정산은 가창면이 전원주택지로 알려지면서 시민들이 즐겨 찾는 산이 되었다. 최정산 주변에 만들어진 <최정산 숲길>은 모두 7구간, 41.5km의 걷기길이다. 원래 <최정산 숲길>로 만들어졌으나 전국적으로 누리길 사업이 실시되면서 최정산 숲길과 중복되게 만들어진 길이 <최정산 누리길>이다.

△1구간:운흥사~헬기장(3.7km) △2구간:헬기장~광덕사(5.7km) △3구간:대구미술광장~최정산 목장(5.6km) △4구간:헐티재~최정산 목장(7.0km) △5구간:팔조령~최정산 목장(12.6km)△6구간:우록경로당~녹동서원(5.1km) △7구간:녹동서원~바람재(1.8km).

최정산 정상에 가장 쉽게 접근하는 방법은 가창면사무소에서 팔조령 방향으로 가창로를 따라가다가 주리 진입로에서 승용차로 오르는 길이다. 일반적인 트레킹은 가창댐 쪽의 광덕사와 운흥사에서 최정산으로 오르는 방법이고, 주암산 기도원, 가창초등학교, 가창중학교 등지에서 주암산에 올라 최정산으로 접근하는 방법도 있다. 최정산 정상은 지금도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으며, 옛날에는 중요한 군사시설이 있어서 민간인 접근을 막았고, 지뢰매설 지역이었다. 지금도 정상 부근에는 지뢰매설지역 경고판이 다수 보인다. 정상 주변의 지뢰는 거의 제거되었지만 아직도 미회수 지뢰가 있다하니 허가된 등산길로만 다녀야 한다. 최정산 정상 헬기장(통신탑)에서 대구시가지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북쪽으로 가면 주암산, 광덕사(혹은 주암산 기도원)를 거쳐 가창댐 입구에 이른다. 6km 정도의 최정산~광덕사 종주길은 대구시가지, 가창면의 너른 들판, 앞산, 용지봉, 팔공산의 모습을 조망할 수 있어 찾는 사람이 많다.

최정산 목장지역(포니목장터-지도에는 통점령으로 표기되어 있음)에서 남쪽에는 비슬산의 웅장한 산세가 펼쳐지고, 서쪽에는 헐티재, 정대계곡, 조길방가옥, 운흥사, 대구미술광장 등이 있다. 통점령(通店領)은 달성군 가창면 주리와 청도군 각북면 지슬리 통점마을을 잇는 재로서 청산재 혹은 지슬재로 부르고 현재는 목장지역이다. 이 지역은 넓은 고산분지와 고산습지가 펼쳐지고 찾는 사람이 적어 지금도 건강한 자연생태계가 유지되고 있다. 고산분지에서 표지판을 따라 동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청산, 우미산, 삼성산, 팔조령으로 가는 길이다. 목장에서 청산(802m)까지 2km 남짓한 구간은 편한 걷기 길이다. 청산 가는 길은 지금은 종주길이 조성되어 걷기에 편하지만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주변에 발달한 고산습지 때문에 질퍽질퍽한 진흙탕 길이었다. 청산에서 팔조령으로 가는 길 중간 중간에서 비슬지맥, 대구둘레길, 9산 종주길, 비슬산 둘레길, 홍두깨산 가는 길 등이 분기(分岐)한다.

청산에서 팔조령으로 가는 길 중간지점에서 두 개의 임도를 만난다. 하나는 우록동 버스종점에서 청도군 각북면 지슬리로 가는 임도(우록동 버스종점에서 지슬리까지 10km)이고, 하나는 우록동 버스종점에서 청도군 이서면 수야리로 가는 임도(비슬산 둘레길 제 7구간, 백합나무길)이다. 임도의 진입로를 아는 사람이 적어 호젓한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하다.

최정산 숲길의 모든 구간은 등산길이 편하고 아직 많이 알려진 길이 아니어서 번잡한 것을 싫어하는 등산 매니아들이 자주 찾는다. 또한 이 길은 그날의 컨디션을 살펴 편하게 등산거리를 줄이거나 늘릴 수 있는 장점이 있고, 교통편이 허락되면 인적 드문 홍두깨산(604m), 대밭골산을 거쳐 청도군 풍각면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 구간 구간마다 대구시가지, 가창면 전역, 비슬산~앞산 줄기, 청도군 각북면·풍각면·이서면 지역을 살필 수 있고, 목장지역(통점령)에는 봄에는 연분홍빛 진달래, 여름에는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운무, 가을이면 어른 키보다 높게 자라는 억새, 겨울에는 광활한 설경이 펼쳐져 최정산 등산길을 더욱 장관으로 만든다.

미나리 재배로 유명한 가창면 정대리 주민들은 교통이 불편하던 옛날에는 서쪽 재(정대재)를 넘어 화원 장을 보러 다녔는데, 재를 넘으면 화원읍 본리리 마비정 벽화마을로 가게 된다. 가창면 용계리 가창수변공원에서 산길을 따라 달비고개를 넘으면 평안동산과 달서구 청소년 수련관을 거쳐 월광수변공원(도원지)에 이르게 된다. 최정산 숲길(누리길)을 전체적으로 살피면 다음 그림과 같다.

#최정산 숲길(누리길) 이야기

최정산(905m)의 산세는 비슬산 주봉에서 헐티재를 지나 시작되어 비슬지맥을 따라 팔조령 방향으로 이어지고, 북쪽으로는 주암산(847m)을 따라 가창댐 입구까지 뻗어 있다. 최정산 서쪽 사면을 따라 흐르는 물은 정대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과 합쳐져 용계천을 이루며 가창댐의 수원이 된다. 최정산 정상에는 수십만 평의 고위평탄면이 발달하여 강원도 대관령과 비슷한 모습이고, 고산습지가 발달하여 고랭지 목축이 이루어진다. 산자락에는 가창댐, 운흥사, 남지장사, 녹동서원, 조길방가옥, 대구미술광장 등이 있어 일상에 지친 대구시민들에게 넉넉한 휴식처를 제공하고, 승용차로 접근이 가능하여 주말에는 가족단위의 여행객이 몰린다.

또한 최정산은 산세가 비슬산과 비슷하여 수없이 많은 걷기길이 만들어져 있고, 주변 경치와 어우러져 멋진 트레킹 코스를 제공한다. 멀리 낙동정맥에서 분기한 <비슬지맥>, 비슬산 주변에 만들어진 <비슬산 둘레길>, 대구시 경계를 따라가는 <대구둘레길>, 9개의 봉우리를 종주하는 <9산 종주길> 등이 최정산 자락을 지나고 있으며, 달성군에서 조성한 <최정산 숲길(누리길)>, <가창누리길>은 최정산 지역의 대표적인 걷기길이다.

대구시 수성구 파동에서 신천을 따라 가창면사무소 앞의 찐빵골목을 지나면 가창댐이 있다. 홍수기에 신천이 범람하여 대구시가지가 자주 물바다가 되었는데 이를 막기 위해 1959년 가창댐이 만들어졌다. 비슬산과 최정산 사이의 정대계곡을 지나 용계천을 흐르는 물은 차고 맑아 냉천(冷泉)이란 지명을 남겼고, 가창저수지는 대구시의 상수도원이 되었다. 저수지를 따라 벚꽃이 피어나고, 깨끗한 수면 위에 주암산과 달비골 산 그림자가 비치면 가창댐의 눈부신 경치가 돋보인다. 하지만 이곳에는 슬픈 역사가 있다.

가창댐 주변은 1950년 7월 한 달 동안 1만여 명의 민간인이 학살된 곳이다. 6.25로 낙동강까지 후퇴한 이승만 정부는 전세가 불리하자 대구형무소에 수감된 1946년 대구 10월항쟁 관련자, 1948년 제주 4.3항쟁 관련자, 국민보도연맹원들을 집단 학살하게 된다. 대구형무소의 수감자들은 가창댐, 경산 코발트 광산, 칠곡 신동재 등지로 끌려가 학살되었다. 전형적인 국가권력에 의한 민간인 학살인 셈이다. 가창댐 주변에서 학살된 민간인만 1만 명이 넘는다는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의 발표가 있었다. 1950년 7월 가창대학살과 1950년 10월 황해도 신천대학살(3만 5천으로 추정)은 전형적인 국가권력에 의한 민간인 학살로 규정되고 있으며 우리 역사의 아픈 기억이 되고 있다.

가창면에 거주하는 시인 이하석의 <천둥의 뿌리>는 가창계곡에서 전쟁 전.후에 자행된 민간인 학살에 대한 죽음의 기억을 담은 시집이다. <천둥의 뿌리>는 억울하게 죽은 죽음을 호명하여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한 섬세하고 예리한 시집으로 평가된다.

대구 최정산은 서울 우면산, 인천 문학산, 성남 남한산성 등지와 함께 지뢰매설지역 중 하나이다. 최정산 정상에 주둔한 군부대 주변에는 지금도 지뢰지역임을 표시한 경고판이 있는데, 주변의 지뢰가 완전하게 제거되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가창면 우록리에 있는 남지장사는 1300여 년 전에 창건된 지장보살을 모신 사찰이다. 동구 공산면 팔공산 가는 길에 있는 북지장사와 대칭되는 사찰로서 대구 지역 전체가 지장신앙의 근거지임을 추측케 한다. 남지장사는 임진왜란 당시 사명대사가 지휘하던 승병과 의병장 우배순이 이끄는 의병을 훈련한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왜군의 방화로 소실되었다가 임란 후에 중창되었다. 남지장사 아래의 우록리에 있는 녹동서원은 임진왜란 때 귀화한 왜장 김충선을 모신 곳이고, 서원 앞에는 한일교류우호관이 있다. 녹동서원에서 우미산 방향으로 비슬산둘레길 제7코스가 펼쳐지고, 목백합이 아름다워 <우록 백합나무길>이라 명명되었다.

가창면 오리의 운흥사는 1200년 된 신라시대의 사찰이고, 운흥사 뒤편 700m 지점에는 조선국권회복단을 결성하여 활동한 정운일(鄭雲馹) 선생 묘소가 있다. 윤상태, 서상일, 이시영, 정운일 등이 1915년 앞산 안일암에서 결성한 조선국권회복단은 3.1운동에도 적극 참여하였고, 항일무장투쟁으로 활동의 폭을 넓혀간 대구지역의 대표적인 항일운동조직이었다.

정상의 바위가 배를 닮아서 이름 붙여진 주암산(배바위)은 기독교도들의 기도처로 유명하다. 구약성경에 언급된 노아의 방주가 바로 배바위라는 그릇된 믿음으로 주암산 정상 부근에는 움막을 짓고 밤새워 기도하는 할머니들이 많다.

가창면 정대리에 있는 달성조길방가옥(達城趙吉芳家屋)은 200여 년 된 초가집으로 강원도 삼척의 너와집과 함께 주요민속자료로 보존되고 있다. 대구미술광장은 대구지역의 신진 미술 작가들을 위한 창작 공간이다. 미술 작가들의 작업지원, 전시, 국제교류를 위해 2001년 건립하였다.

칼럼니스트 bluesunk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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