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로 대구읍성 들머리…문화콘텐츠 살려 ‘명품 길’로
영남대로 대구읍성 들머리…문화콘텐츠 살려 ‘명품 길’로
  • 채광순
  • 승인 2018.05.03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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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현과 함께하는 대구의 걷기 길 <18>달성 가창 누리길
들길·마을길 이어진 친환경 산책로
맑은 신천 상류지역 전원주택 즐비
8명 모여 안전하게 넘던 ‘팔조령’
관광자원 이용 스토리텔링 개발을
달성군 서원 많아 문화·학술 선도
선비들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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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창벌판
가창벌판
가창누리길-한천서원-2
한천서원
가창누리길-비내고개 (2)
비내고개
가창누리길-광산고개
광산고개

#3구간 총 24.8㎞

가창면의 지형을 전체적으로 살피면 서쪽에는 비슬산, 최정산이 늘어서 있고, 동쪽에는 동학산, 상원산이 있어서 깊은 협곡을 형성한다. 남북으로는 팔조령에서 수성구 파동으로 이어지는 신천이 있고, 신천을 따라 좁은 평야지대가 형성되어 있다. 신천 상류의 물은 차고 맑아 지금도 냉천(冷泉) 혹은 한천(寒泉)이란 지명을 남기고 있다. 최정산의 기운과 신천의 맑은 계곡이 어우러진 가창면은 전원주택지로 인기가 높다. 가창댐에서 헐티재로 가는 오리, 정대리는 말할 것도 없고, 수성구 파동에서 팔조령으로 가는 가창로(嘉昌路) 좌우의 냉천리, 행정리, 상원리, 단산리, 대일리, 삼산리, 옥분리, 주리, 우록리 등에는 골짜기마다 전원주택과 식당이 즐비하다.

조선시대 부산에서 한양으로 가던 영남대로의 교통요지였던 가창면에는 팔공산 지역만큼이나 걷기길이 많다. 비슬지맥, 9산종주길, 비슬산둘레길, 대구둘레길 등이 가창면 경계선을 따라 이어지고, 최정산 둘레에는 <최정산 누리길>이 있다. 주위의 발달한 산지 사이에 형성된 신천 상류지점의 좁은 평야지대에는 <달성가창 누리길>이 만들어져 길을 따라 가창면의 속살과 가창면민들의 생활상을 잘 보여준다.

2012년 달성군은 가창면 평야지대와 산악지대에 3구간 총 24.8km의 걷기길을 조성하여 <달성가창 누리길>이라 명명했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친환경 산책로를 만들어 시민, 군민, 면민들에게 취미활동과 건강생활을 하도록 조성된 <가창누리길> 3구간의 경로와 거리, 소요시간은 다음과 같다.

△1구간(5.5km/90분): 단산리 마을회관~ 단산지~ 상원지~ 가제골 회관~ 서상원리 마을회관~ 전평지△2구간(7.7km/2시간): 가창체육공원~ 전평지~ 천연염색장~ 가창체육공원△3구간(11.6km/4시간): 행정교~ 행정2리 마을회관~ 서당골 못~ 용지봉 안부~ 감태봉~ 광산고개~ 병풍산~ 비내고개~ 상원리~ 한천서원~ 행정교.

1구간과 2구간은 마을길과 들길을 걷는 길이어서 가족 산보도 가능한 편안한 길이고, 마을회관이나 저수지, 체육공원 등으로 연결되어 가창면의 풍속이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3구간은 용지봉, 감태봉, 병풍산, 비내고개를 오르내리는 길이어서 출발 전에 본격적인 트레킹 준비를 해야 한다. 3코스는 가창면을 조망할 수 있는 산길이어서 가창누리길 중에서 가장 좋은 걷기 구간이다. <가창누리길> 전체를 살피면 다음 그림과 같다.

#가창누리길 이야기

가창면은 대구시 달성군 동부에 위치하며 달성군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한다. 달성군 전 지역은 낙동강을 끼고 있어서 넓은 충적평야가 발달해 있지만, 가창면은 중앙에 최정산이 있어서 거의 산지로 이루어져 있다. 가창면은 남쪽으로 팔조령 터널을 지나면 청도군 이서면이고, 동쪽에는 경산시 남천면, 북쪽에는 수성구와 접하고 있다. 교통이 불편하던 옛날에 정대리는 화원읍과 같은 생활권이었고, 삼산리, 우록동은 청도군 이서면과 같은 생활권이었다. 그러나 신천대로가 개통되면서 가창면 전 지역은 대구시 수성구와 같은 생활권을 형성하게 되었다.

최정산 주변으로 스파밸리, 힐크레스트, 녹동서원, 남지장사, 운흥사, 대구미술광장, 조길방가옥, 가창댐, 한천서원 등의 관광명소가 있고, 행정리에는 마사회 TV경마장이 있어서 일 년 내내 말 먹이를 주러 오는 경마 도박꾼이 붐빈다. 가창면 사무소는 용계리에 있고, 면사무소 앞에는 찐빵골목이 형성되어 이 지역의 대표적인 먹거리가 되고 있다. 가창찐빵은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에서 생산되는 안흥찐빵보다 더욱 맛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용계리에는 대한중석이 운영하던 중석광산이 있었는데, 대한중석이 이스라엘의 금속기업인 MC그룹에 매각되어 지금은 대구텍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대구지역에는 최초의 서원인 무태의 연경서원과 유서 깊은 도동서원 외에도 24개의 서원이 있는데 그 중에서 절반이 넘는 서원이 달성군에 있다. 향교가 공립교육기관인데 반해 서원은 강학과 제향의 기능을 가진 현재의 사립학교와 같은 기능을 했으므로 조선시대에는 달성군이 대구지역의 문화와 학술을 선도하는 곳이었다. 당시 영남의 선비들은 임진왜란 때는 의병장으로 활동하였고, 평소에는 백성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다. 계동 전경창의 제자인 정사철, 서사원, 손처눌, 곽재겸, 정광천, 이주, 곽재우 등 대구 지역의 선비들은 높은 사회적인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인 의무를 다 했기에 항상 존경의 대상이었다. 달성군을 대구 문화의 뿌리라고 부르는 것도 이러한 서원 중심의 문화가 달성군 지역에 널리 퍼져있어서 정신문화의 토양이 그만큼 풍요로웠기 때문이다.

달성군 구지면의 도동서원(道東書院)은 한훤당 김굉필을 배향한 서원이다. 16세기 중반에 한강과 퇴계가 정몽주, 길재, 김종직의 학맥을 잇는 김굉필을 도동서원에 배향하고 유학의 도가 동쪽으로 왔다고 해서 도동서원이라 이름 붙였다. 김굉필은 김종직에게 배우고 정암 조광조에게 학문을 전수한 기호사림파의 주축인물이다. 낙동강변의 이노정(二老亭)도 김굉필과 정여창이 무오사화로 낙향하여 후학에게 강학한 것을 기리기 위해 건립되었다. 그 외에도 달성군에는 화원의 인흥서원, 다사의 이강, 용호서원, 하빈의 낙빈서원, 현풍의 이양, 암곡서원, 유가의 예연서원, 구지의 도동, 화산, 송담서원, 가창의 녹동, 한천서원이 있다. 교육기관이지만 추모와 제향의 기능을 가진 서당(승호, 금암, 남계 등)을 합하면 서원의 숫자는 더 많아진다.

가창면 행정리에 있는 한천서원(寒泉書院)은 927년 고려 태조 왕건을 도와 동수전투에서 신숭겸, 김락 장군과 함께 전사하여 고려 개국공신으로 추서된 전이갑(全以甲), 전의갑(全義甲) 형제를 배향한 서원이다. 한천서원은 정선(旌善) 전씨에서 분적한 옥산(玉山) 전씨 문중이 조선 후기에 건립하였다. 기원전 18년, 고구려 동명왕의 아들 온조(溫祚)는 따르는 신하 10명과 함께 십제(十濟-후에 百濟)를 건국했다. 정선 전씨의 도시조(都始祖)인 전섭은 십제공신(十濟功臣) 중 한 명이다. 옥산(현재의 경산) 전씨의 시조는 전섭의 27세손인 전영령(全永齡)이다.

조선중기 문신이자 대구지역 성리학의 선구자로 인정되는 옥산인 전경창(全慶昌)은 가창면 용계동 동쪽(신천 동쪽-현재의 수성구 파동)에 살았기에 호를 계동(溪東)이라 하였다. 대구 성리학의 1세대라 할 수 있는 전경창, 채응린, 정사철의 제자들이 임진왜란 때에는 대구지역의 의병장으로 활동하였고, 왜란 후에는 17세기 대구 성리학의 르네상스를 꽃 피웠다. 전경창, 이숙량이 대구 최초의 서원인 연경서원 건립을 주도하였고, 전경창의 제자들이 의병장으로 활동하였고, 이숙량은 임진왜란 당시에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진주성 전투에서 전사한 사실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가창면 행정리의 한천서원(寒泉書院)은 강당과 사당 사이에 담장을 설치한 특이한 구조로 되어있고, 서원 앞의 거대한 고인돌과 수령 800년의 은행나무가 눈길을 끈다. 가창면 우록동에 있는 녹동서원은 임진왜란 초기에 귀화하여 전공을 세운 왜장 김충선을 배향한 서원이다. 한천서원과 녹동서원을 잘 정비하여 가창면의 관광자원으로 개발한다면 대구문화의 뿌리 찾기에도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청도군 이서면에서 달성군 가창면 삼산리로 넘던 재를 팔조령이라 하고, 조선시대에는 영남대로가 통과하던 교통의 요지였다. 옛날에는 짐승과 산적이 자주 출몰하여 8명이 되어야 서로 도와가며 재를 넘는 고개라서 팔조령(八助嶺)이라 부른다.

영남대로는 조선 초기에 만들어진 정치, 문화, 군사적으로 중요한 간선도로의 하나로서 부산을 출발하여 삼랑진, 밀양, 청도군 화양읍~ 이서면~ 팔조령~ 가창로~ 대구읍성~ 팔달나루터를 지나 한양으로 가던 천 리길이었다. 영남대로는 전라도의 삼남대로와 함께 조선의 중요한 간선도로였다.

삼남대로는 전남 해남군 북평면 이진리를 출발하여 나주, 전주, 천안삼거리를 지나 한양에 이르는 길인데, 전라도 지역은 이미 오래전부터 삼남대로를 따라 걷기길을 조성하여 많은 도보여행자들이 탐방, 순례하고 있다. 경상도 지역의 지자체도 옛사람들의 애환이 서린 영남대로를 복원하여 역사, 지리, 환경, 문화적으로 온고지신(溫故知新)하려는 탐방객이 즐겨 찾는 길이 되도록 해야 한다. 영남대로가 새롭게 조성되면 올레길, 해파랑길, 둘레길, 종주길보다 문화 콘텐츠와 스토리가 더욱 풍부한 명품 걷기길이 될 것이다.

칼럼니스트 bluesunk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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