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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곱고 아리따워…요정이라 했던가

기사전송 2018-05-17, 21: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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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휘영의 야생화 편지 (18)설앵초·큰앵초
홍자색으로 피었다 보라색으로 변해
설앵초, 봄눈 녹으며 눈을 뚫고 피어
지구온난화 계속 될 경우 멸종 우려
큰앵초, 전국의 높은 산 숲 속서 자라
일반적인 앵초 비해 15~35㎝ 더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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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처럼 화려한 숲속의 요정

나무들의 새순이 연둣빛으로 물들어 가던 것이 어느새 초록의 짙은 녹음으로 변해 간다. 이제 여름도 멀지 않았나 보다. 녹음의 싱그러운 내음보다 30도를 넘나드는 날씨가 더 자극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고산지대에서는 낙엽수림의 새싹이 돋아나고 이제 봄인가 하면서 벚꽃처럼 화사한 연분홍 또는 홍자색의 꽃을 숲속에서 내미는 녀석이 있다. 앵초, 설앵초, 큰앵초와 같은 앵초속(primula)의 풀꽃이다. 대개 낙엽수림 아래의 습윤한 반그늘에서 자라는 풀꽃은 새순이 돋아나기 전에 꽃을 피우고 서둘러 열매를 맺는다. 그러나 앵초류는 고산지대의 산정부가 초록의 잎으로 뒤덮이고 난 뒤 숲속의 요정처럼 모습을 나타낸다.

앵초(primrose)는 꽃이 군락을 이루어 피는 습성이 있다. 그래서 먼발치서 보면 벚꽃처럼 화사하면서도 마치 열쇠꾸러미 같은 인상을 준다. 그래서 ‘열쇠’라는 이미지가 늘 따라다니고, 꽃말도 ‘행복의 열쇠’, ‘젊은 날의 사랑’, ‘당신 없이는 살 수 없어요’ 등이다. 앵초속(primula)의 꽃들은 대개 ‘프리뮬라’라고 하는데 그것은 원예종에 한해서 그렇게 부른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것으로 키가 낮고 배추잎과 같은 잎을 가진 앵초(櫻草)와 설앵초(雪櫻草), 잎이 단풍잎과 같이 넓게 펼쳐진 큰앵초의 3종이 있다. 꽃은 홍자색으로 피었다가 꽃이 시들고 차츰 보라색으로 변화하면서 꽃잎이 진다. 앵초(라는 명칭은 일본명 ‘사쿠라소우(櫻草)’가 그대로 번역되어 붙여진 이름이다. 일부에서는 ‘앵두나무(櫻)의 꽃(花)’과 같아 붙여졌다는 설을 제기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화려한 꽃잎의 모양새가 ‘벚꽃’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중국어로도 벚꽃은 ‘잉화(櫻花)’라고 한다. 영어명 프림로즈(primrose)는 라틴어에서 처음을 의미하는 프리마(prima)와 꽃을 의미하는 로사(rosa)의 합성어로, ‘봄에 처음 피어나는 꽃’을 의미한다. 그리움이라 해야 하나/ 수줍어서 말을 못하겠네/ 잔설을 녹인/ 앙증맞은 앵둣빛 가슴앓이// 망막을 거슬러 한 천년쯤/ 저 편 아득한 기억/ 단칸방 서늘한 이불/ 불 지피던/ 아, 설레어서 도무지/ 무슨 말을 못하겠네// (설앵초/ 양전형)



#설앵초

중부 이북의 경우 5월까지 산정부의 사면에는 잔설이 남아있는 경우도 있다. 봄눈이 녹으면서 눈을 뚫고 피는 꽃이라 해서 설앵초(雪櫻草), 설할초(雪割草)라고 한다. 일설에 설앵초의 잎 뒷면에 은 황색 가루가 붙은 모습이 눈처럼 보인다고 해서 ‘설(雪)’자가 붙여졌다고도 한다. 앵초는 전국적으로 습윤하고 부엽토가 많은 계곡 주변에 서식하여 널리 분포하지만, 설앵초의 경우 한라산이나 영남알프스, 가야산, 설악산 등 고산지대의 이끼가 많은 곳 또는 바위틈에서 자란다. 줄기는 곧게 서고 높이는 10~15㎝ 정도이다. 꽃은 5~6월에 엷은 자주색 또는 분홍색으로 피고 줄기 끝에서 우산모양으로 달린다. 삭과는 8월경에 결실한다.

설앵초는 쌍떡잎식물 앵초과 앵초속의 여러해살이풀로, 학명은 Primula modesta var. fauriae (Franch.) Takeda이다. 속명 프리뮬라(primula)는 봄에 ‘처음 피는 꽃’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종소명 모데스타(modesta)는 라틴어로 ‘조심스런’이란 뜻으로 눈 속에서 조용하고 꿋꿋이 피어나는 설앵초의 특성을 나타낸다. 눈깨풀, 분취란화, 좀설앵초, 애기눈깨풀 등의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어린순은 식용으로 이용하기도 하며 거담작용 등의 약재로도 사용한다. 우리나라의 해발 800m 이상의 고산지대, 일본, 사할린 등에 걸쳐 분포한다. 설앵초는 지구온난화가 계속될 경우 우리나라에서 멸종될 수도 있는 식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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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앵초

전국의 높은 산 숲 속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산정부의 나무들에게 잎이 돋아나 숲을 이루면 그 우거진 숲에서 꽃대를 높게 올려 홍자색의 꽃을 피운다. 손바닥 크기 정도의 단풍잎 같은 넓은 잎을 펼치며 7~9갈래로 얕게 갈라진다. 꽃은 5~6월에 30~40㎝의 꽃대 위에 5~6개씩 핀다. 처음에는 홍자색으로 피었다가 꽃이 지면서 차츰 보라색으로 변한다. 키가 크고 잎이 단풍잎과 같이 생겨 다른 앵초속의 것과는 쉽게 구별된다.

큰앵초는 앵초과 앵초속의 여러해살이풀로 학명은 Primula jesoana Miq.이다. 종소명 예조아나(jesoana)는 발견된 서식지를 나타내는데 지금의 홋카이도(北海道)의 옛 명칭 ‘에조(蝦夷)’를 의미한다. 어린순은 식용으로 이용되며 앵초근(櫻草根)이라 하는 뿌리에 5~10%의 샤포닌을 함유하고 있어 해수, 거담, 호흡기질환, 기관지염 등에 효능이 있다.

큰앵초는 깊은 산의 반그늘이나 습기가 많은 곳을 좋아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고도가 높은 산지에 분포하며 쉽게 보기 어렵다. 앵초속의 식물들은 대개 고산지대나 고위도 지역에 분포하는 북방계 식물이다. 일반적인 앵초보다 크다고 해서 ‘큰앵초’라 부른다. 앵초의 키는 약 15㎝인데 반해 큰앵초의 키는 약 30~50㎝나 되며, 잎도 큰앵초가 길이 4~18㎝, 폭은 6~18㎝로 각각 10㎝ 미만인 앵초보다 크다. 앵초는 잎에 잔털이 많이 나오며 원추형으로 생긴 반면 큰앵초는 단풍잎처럼 끝이 갈라지는 것도 다른 점이다. 앵초류는 매발톱, 노랑제비꽃 등과 같이 고산식물이면서도 화단에서도 잘 자란다. 하여 원예종으로 개발된 품종이 다양하며, 꽃의 색깔도 흰색, 노란색 등 다양하다. 우리가 봄철 도심의 화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앵초류는 ‘프리뮬러’라고 하는 개량종이다. 큰앵초는 우리나라 전역과 일본에 분포한다.



#앵초의 전설

북유럽의 어느 작은 마을에 리스베스라는 소녀가 살고 있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병으로 오랫동안 병상에 누워있었다. 봄이 오자 어머니는 햇볕을 쬐며 들판을 한번 걸어봤으면 했다. 걷기는커녕 일어날 기력조차 없었던 어머니가 쓸쓸히 말하는 것이었다. “들판은 온통 봄꽃으로 가득하겠구나. 얼마나 예쁠까?”, “엄마 앵초를 꺾어올게요. 싱그럽게 피어난 앵초를 보면 병이 곧 나을지 몰라요.” 리스베스는 들판으로 달려갔다.

들판은 푸르게 빛나는 하늘 아래 부드럽고 따스한 햇살과 바람으로 별천지였다. 앵초도 한껏 아름답게 피어 있었다. “분명 멋진 꽃다발을 만들 수 있을 거야. 엄마가 얼마나 기뻐하실까?” 리스베스는 앵초를 꺾으려다 말고 그만 손을 멈추었다. 갑자기 앵초가 가엾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들판에 그냥 두면 오랫동안 볼 수 있지만, 한번 꺾어버리면 이삼일 이내에 시들어 버릴 것이기 때문이었다. “아, 맞아. 뿌리 채 뽑아 가면 되겠지.” 주춤하던 리스베스에게 묘안이 떠오른 것이었다. 앵초를 화분에다 심어 볕이 잘 드는 창가에 둔다면 들에서처럼 오랫동안 피어있을 것이다. 그런데 앵초 한포기를 파내어 집으로 가려던 리스베스는 갑자기 그 자리에 멈춰 섰다. 하늘에서 요정이 그녀 앞으로 훨훨 내려왔던 것이다.

“축하한다, 리스베스야. 너는 이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아이일거야.”라며 연녹색 날개옷을 펄럭이며 요정이 말했다. “너는 지금 보물의 성으로 들어가는 열쇠를 찾았단다. 나를 따라 오렴.” 리스베스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요정을 따라갔다. 새소리가 들리는 숲을 지나 가득 찬 샘물을 돌아서 요정은 깊고 깊은 숲속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아름다운 성이 눈앞에 나타났다. 키 큰 나무들에 둘러싸여 있는 성은 지붕도 벽도 모두 연녹색이었다. 높이 솟은 탑도 싱그러운 초록이었다. “이 성은 요정이 지키는 성이란다. 성 안에는 보물이 가득 차 있단다. 성문을 여는 열쇠는 오로지 이 앵초 뿐이란다.”라며 리스베스가 안고 있는 앵초를 쳐다보는 것이었다. 봄이 오면 들에는 수천수만의 앵초가 피지만 오직 한 송이만 성문을 열 수 있는 열쇠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열쇠를 발견한 사람은 요정의 안내를 받아야만 성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보물을 차지하고 싶어 하던 사람들은 들판으로 나가 앵초를 찾았다. 그러나 성문을 열 수 있는 앵초는 단 한 송이뿐이었다. 리스베스의 손에 있는 앵초는 황금색으로 빛났다. 그것은 보물성의 열쇠라는 표시였다. 연녹색 성문에 앵초를 댄 순간 조용히 문이 열렸다. 성 안에는 온통 보석으로 가득차여 있었다. 요정의 가르침대로 리스베스는 보석을 주머니에 가득히 집어넣고는 성 밖으로 나왔다. 리스베스가 고맙다는 인사도 하기 전에 요정도 보물성도 사라지고 없었다. 보석과 앵초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온 리스베스를 보고 어머니는 행복해 했다. 그 보석으로 인하여 어머니는 치료를 받을 수 있었고, 병은 곧 낫게 되었다. 리스베스는 그렇게 행복하게 살았지만 두 번 다시 앵초 열쇠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한다.

눈부시게 빛나는 꽃을/ 쳐다보고 있으면// 꽃의 모양과 색깔이/ 내 눈에 비칩니다.// 은은히 소박한 들꽃을/ 바라보고 있으면// 내 마음의 모습과 빛깔이/ 들꽃에 비칩니다.// 가슴속 깊이/ 감추어져 있던 것들이// 있는 그대로/ 거짓 없이 드러납니다.// (들꽃 거울/ 정연복)

칼럼니스트 hysong@y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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