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로부터 소외된 삶, 사회활동으로 ‘재활’
사회로부터 소외된 삶, 사회활동으로 ‘재활’
  • 김종현
  • 승인 2017.06.08 18:2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빅핸즈’ 김지영 대표
에이즈 감염인 자활 지원 위해
2013년 ‘레드리본’ 조합 설립
HIV 인식개선 돕는 카페 오픈
감염자·비감염자 더불어 근무
수익금 전액 자활활동 등 투입
김지영사진
빅핸즈 김지영 대표

19세, IMF를 이해할 수도 없었던 나이에 김지영은 대학 진학을 눈앞에 두고 IMF를 맞았다. 집은 누군지도 모를 사람들에게 넘어갔고, 학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학자금 대출로 채무자가 됐다. 낮 시간엔 학업을, 밤 시간에 알바를, 주말에도 알바로 집안 생계를 챙겨야 했다. 그러한 시간이 밑거름이 됐을까, 그녀는 우리사회의 부조리와 사회에서 배제된 사람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운좋게 들어간 대학원에서 조교 일을 병행하면서 공부를 할 수 있었고 야간에는 가정폭력 피해 여성과 자녀를 위한 상담과 법률지원을 했다.

25세, 대학원 졸업 즈음 로버트 포로스트의 시처럼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싶었던 그녀는 “아무도 이 일(에이즈)을 선뜻하지 않는다”는 말과 “지원과 관심이 적어 급여 수준도 형편없다”는 말에 이끌렸다. 바로 에이즈에 감염된 사람들을 지원하는 일이다.

29세, 반려자를 만나다. “사랑보다, 가정보다 감염인과 일이 우선인 나를 존경해줬다.”

33세, 여럿이 함께 길을 가다. 신영복의 ‘여럿이 함께 숲으로 가는길’에서 30대의 새로운 인생 방향을 깨닫고, 협동조합이라는 미개척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김 대표는 “감염인들은 자신의 가족은 물론 사회와 단절된 삶을 살아야 한다. 이들이 일을 한다는 것은 그들의 왜곡된 삶을 바로잡는 목적이자 수단이 된다. 일과 사람을 엮는 것 그것이 바로 사회적경제이고, 협동조합이었다.”

2013년부터 에이즈 인식개선과 감염인 자활 지원을 위한 레드리본 사회적 협동조합을 만들고 소셜카페 빅핸즈(큰 박수, 큰 격려)를 대구시 동구 서호동 금호강변에 꾸며 수익사업을 시작했다. HIV 감염인과 비감염인이 함께 운영하는 국내 1호 공동체 사회적 협동조합이 보수적인 대구에서 만들어져 큰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빅핸즈 카페를 한번이라도 찾아온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편견을 버리고 에이즈에 대해 알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카페 운영 수익금 전액은 에이즈 인식개선과 감염인 자활 지원에 사용된다.

빅핸즈는 공공기관 우선 구매대상 기업으로 지정돼 있다. 매장 내에서 음료와 수제 베이커리를 판매할 뿐만 아니라 케이터링 출장 서비스, 직접 추출한 더치커피 선물세트 납품 등의 수익사업을 하고 있다. 카페 이용자는 세미나실도 3시간까지 무료로 쓸 수 있도록 하는 등 지역사회와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구운전면허시험장과 협약을 맺고 올 연말까지 면허시험장에서 이동식 카페도 운영하고 있다.

김 대표는 “보다 많은 감염인들이 스스로의 존재를 드러낼 필요가 있다. 10년 뒤에는 지역사회에서 커밍아웃한 감염인이 우리 조합의 대표로 선출돼 지역민과 교감하고, 소통하며 빅핸즈 2, 3호를 내 미국 뉴욕의 하우징웍스(카페수익 전액을 에이즈환자와 홈리스를 위해 사용하는 미국의 사회적 기업, 북카페, 중고품 판매로 유명)처럼 명실상부한 대구의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김종현기자 oplm@idaegu.co.kr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