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정부 2인자, 출마 명분 약해
지지율 하락도 불출마 요인 작용
2007년 1월 16일. 고건 전 총리가 전격적으로 대선 불출마를 발표했다. 고 전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었지만, 지지자들의 반발로 성명서를 배포하는 형식으로 불출마 선언을 갈음했다. 당시 고 전 총리는 지지율 15% 수준을 유지하며 유력 대선주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고 전 총리는 불출마 선언문에서 “일 년 가까이 나름대로 상생의 정치를 찾아 진력해 왔으나 대결적 정치구조 앞에서 저의 역량이 너무 부족함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결국 고 전 총리의 길을 택했다.
황 권한대행은 19대 대선 선거일을 지정하기 위한 임시 국무회의를 소집한 뒤 모두 발언을 통해 “고심 끝에 현재의 국가위기 대처와 안정적 국정관리를 미루거나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국정 안정과 공정한 대선관리를 위해 대선에 출마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황 권한대행은 이어 “앞으로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의 막중한 책무에 전념하고자 한다”며 “두 달도 남지 않은 대통령 선거를 엄정하고 공정하게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사실 황 권한대행의 불출마는 예견된 일이었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 진영에서는 황 권한대행의 출마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총리실 주변에서는 황 권한대행이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국가 비상상황에서 국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책임이 있는 황 권한대행이 대선에 출마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황 권한대행이 대선에 출마하는 경우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체제가 들어서 국정 불확실성이 가중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부터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이르기까지 현안이 산적해 있었다.
특히 황 권한대행이 대선에 출마하는 경우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해야 하는 ‘심판’이 ‘선수’로 뛴다는 비판이 불 보듯 뻔했다. 여기에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인용한 상황에서 박근혜정부의 2인자가 대선에 출마하기에는 명분이 약해졌다는 분석도 있었다.
황 권한대행이 최근까지 대선 출마와 관련해 주요 인사를 만나거나 정책을 가다듬는 등의 움직임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불출마를 점치는 배경 가운데 하나였다. 여기에 황 권한대행의 지지율이 생각만큼 오르지 않았다는 사실도 황 권한대행이 불출마를 결정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