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수술 사전 예약 취소
가족 여행 준비했는데…”
“마음 추스리고 다시 책 펴
부족했던 영역 집중할 것”
경북 포항 강진의 여파로 2018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이 23일로 미뤄지자 대구지역 고등학교 3학년을 비롯한 수험생들은 혼란에 빠졌다.
일부 학생들은 수능 이후 계획이 모두 틀어져 불편을 겪고, 또 다른 일부는 공부할 시간이 늘었다는 반응을 보이는 등 희비가 엇갈렸다.
16일 오전 9시께 당초 예정대로라면 수험생들을 응원하기 위해 나온 학부모, 선·후배들로 붐벼야 할 동구 청구고등학교 등 수험장 앞은 한산했다. 지진 발생 후 몇몇 포항지역 수험장이 훼손되고 여진 가능성이 남아 있는 점 등을 이유로 수능이 일주일 연기되고 대부분 학교가 휴교했기 때문이다.
수능 연기 발표 직후 학생들은 공황 상태에 빠졌지만, 다음날인 16일 오전부터는 마음을 다잡고 자택과 도서관, 독서실 등에서 자습을 이어가는 모습이었다.
같은 날 오전 10시께 수성구 범어도서관 등 공공도서관에서는 입시용 문제집을 풀고 있는 수험생을 여러 명 볼 수 있었다.
수능 연기를 놓고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희비가 나뉘었다. 대부분 학생은 대입논술시험과 면접 등 일정이 미뤄져 혼선을 겪게 됐다. 송현여자고등학교 3학년 김모양은 16일 수능을 치고 8일간 논술전형을 준비한 뒤 오는 25일 경북대학교 논술시험(AAT)을 칠 예정이었지만 계획이 모두 어긋나게 됐다.
김 양은 “수능만 치면 끝이 아니라 AAT와 실기전형도 준비해야 하는데 모두 미뤄지니까 혼란스럽다”며 “합격이 발표돼야 마음 편히 쉴 수 있는데 더 오랫동안 마음을 졸이며 있어야 하니까 화가 난다”고 토로했다.
또 일부 수험생들은 항공사·성형외과 등에 사전 예약을 잡아놨지만 예약을 취소해야 하는 등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박모(19·대구여고)양은 오는 17일부터 4박5일간 일본 규슈로 가족여행을 갈 예정이었지만, 수능 연기로 인해 여행을 취소하게 됐다.
또 나모(19·원화여고)양은 17일 친구들과 성형외과 상담예약을 잡아놨지만 예약을 미루게 됐다. 박 양은 “가족들이 회사에 휴가를 내는 등 몇 달 전부터 준비한 여행인데 갑자기 못 가게 돼서 너무 아쉽고 속상하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수능 연기를 기회로 삼아 ‘기적의 일주일’을 만들겠다는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학생들도 있었다.
이모(19·수성고)양은 “처음 속보가 떴을 때는 화도 나고 허탈한 마음에 눈물이 났지만, 빨리 마음을 다잡는 사람이 남은 일주일을 잘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을 추스르고 책을 폈다”고 말했다.
또 현모(19·정화여고)양은 “사실 일주일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일주일이 더 생기니까 신이 주신 기회라는 생각도 든다”며 “단기간에 성적을 올릴 수 있는 사회탐구영역 위주로 공부해서 수능 등급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남승렬기자·정은빈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