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싸움이 아니라 엄연한 범죄” 데이트 폭력 대책 마련 목소리
“사랑 싸움이 아니라 엄연한 범죄” 데이트 폭력 대책 마련 목소리
  • 장성환
  • 승인 2017.12.25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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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언·욕설·지나친 집착에도
형법상 별다른 규정 없어
신고해도 벌금 10만원 이하
‘폭력 방지법’ 국회 통과 시급
해가 거듭될수록 데이트 폭력 사건에 대한 피해가 심각해지면서 관련 법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데이트 폭력을 단순히 연인 간의 사랑싸움으로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엄연한 범죄라는 인식 역시 확산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0월, 2년 동안 사귄 남자친구와 헤어진 대학생 K(여·22·대구 수성구 황금동)씨는 집 밖으로 나갈 때마다 주변을 살피며 경계하는 버릇이 생겼다. 전 남자친구가 자신에게 찾아와 위협을 할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실제 K씨의 전 남자친구는 K씨와 헤어지고 나서 집 앞으로 찾아와 손목을 잡고 놔 주지 않거나 폭언·욕설을 하는 등의 행동을 수차례 한 적이 있다.

K씨는 “처음에는 아직 나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이해했지만, 그런 일을 몇 번 겪다 보니 아직도 집 밖으로 나갈 때마다 심장이 두근거린다”며 “최근에는 전 남자친구가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마음을 완전히 단념한 건지 아닌지 나로서는 알 길이 없기 때문에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L(여·27·대구 동구 신암동)씨는 남자친구의 지나친 집착이 부담스러워 이별을 결심했다. 남자친구가 L씨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파악하려 하는 것은 물론이고 잠시라도 연락이 안 되면 불같이 화를 내며 막말을 일삼고 있기 때문이다.

L씨는 “남자친구는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나는 정신적 폭력을 당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며 “이런 것도 경찰에 신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데이트 폭력은 형법상 별다른 규정이 없기 때문에 일반 폭행이나 스토킹처럼 구체적인 피해 사실이 있을 때만 처벌을 할 수 있다. 게다가 이 경우 ‘경범죄처벌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대부분 10만 원 이하의 벌금만 내면 풀려나게 된다.

전문가들은 ‘데이트 폭력 관련법’ 마련이 시급하다고 한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다른 범죄보다 보복·재범 가능성이 높아 가중처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육체적 폭력뿐만 아니라 정신적·언어적 폭력까지 데이트 폭력의 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송경인 대구여성의전화 사무국장은 “현재는 제도적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에 데이트 폭력 관련 피해 여성에 대한 상담 및 지원을 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며 “하루빨리 ‘데이트 폭력 방지법’이 국회 문턱을 넘어, 우리 사회가 데이트 폭력을 개인적인 문제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해 함께 해결해 나가려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데이트 폭력 검거 인원은 2014년 6천675명, 2015년 7천692명, 2016년 8천367명을 기록하며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장성환기자 s.h.jang@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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