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직원과는 업무 얘기만…뒷풀이·회식도 ‘눈치’
여직원과는 업무 얘기만…뒷풀이·회식도 ‘눈치’
  • 강나리
  • 승인 2018.03.1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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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에 경직된 직장생활
연애·결혼·출산 질문 삼가고
성희롱 걱정에 농담조차 안 해
여성들 “과한 배려 불편” 의견도
남녀간 장벽…불평등 심화 우려
사회 전 방위적으로 확산 중인 ‘미투’(#Me Too·나도 당했다)가 일상생활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투가 문화예술계와 정치권 등 각계각층으로 들불처럼 번지면서 직장 및 학교 내 조직 문화에 크고작은 변화가 감지되는 상황이다. 일부 남성들은 스스로의 언행에 대해 습관적으로 자기 성찰을 하는 한편, 여자들과의 만남을 아예 꺼리는 ‘펜스룰(Pence Rule)’을 따르기도 한다.

직장과 대학가에선 흔히 갖던 술자리가 줄어드는 모양새다. 성희롱 등의 의심을 살 수 있는 언행들이 술자리에서 주로 이뤄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직장 내 남녀 동료들은 업무 관련 내용을 제외한 대화를 최대한 삼가는 분위기다. 동료들이 모인 자리에서 연예인의 외모를 평가하거나, 여직원의 연애·결혼·출산 계획을 묻는 행위도 크게 줄었다는 전언이다.

직장인 최훈(41·대구 수성구 중동)씨는 “평소 쉬는 시간에 여직원들과 농담을 많이 주고받는 편이었지만, 지금은(미투 운동 이후로) 괜한 오해를 살까 싶어 되도록 같이 자리를 하지 않는다”며 “어쩌다 외모 이야기라도 나오면 혹시 불쾌감을 주진 않았는지 상대방에게 묻거나 사과하는 버릇도 생겼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종형(26·경북 경산 조영동)씨도 “요즘은 여학생들 별명도 함부로 부르지 않는다”며 “늘 하던 뒤풀이 술자리는 여학생들 의견을 일일이 물어보고 정하게 됐고, 대부분 간단히 저녁이나 커피만 먹고 집에 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여성 직원들이 대다수인 서비스업계에선 성차별적 발언이 눈에 띄게 줄었다.

서비스직 여성들은 ‘고객이 왕’이라는 문화 탓에 일부 고객들의 성희롱 및 성추행적 언행을 어쩔 수 없이 참아야 했지만, 최근 들어 스스로 언행을 의식하고 조심하는 손님들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판매업, 요식업 등에 종사하는 여성들은 중년 남성들이 자신을 ‘예쁜이’, ‘언니’, ‘아가씨’라고 부르는 경우가 이전보다 줄었다고 전했다.

여성들의 반응은 다소 엇갈린다. 불편했던 조직 문화가 사라지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이같은 변화가 오히려 남녀간 장벽을 과도하게 높여 성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7년차 직장인 오하림(여·35·대구 달성군 화원읍)씨는 “상대를 비하하는 발언이나 성희롱적 뉘앙스가 섞인 언행은 남녀를 불문하고 없어져야 될 일이다. 여직원들과 아예 말을 섞지 않겠다는 식의 태도는 오히려 또 다른 형태의 성차별이 될 수 있다”며 “솔직히 간부급 상사들이 너무 조심하고 말을 아끼는 분위기도 좀 불편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투 운동이 여성에 대한 모든 차별을 근본적으로 뿌리뽑기 위한 기폭제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혜숙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대표는 “미투 운동으로 인해 여태껏 묵살돼 온 여성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라며 “이를 기점으로 여성을 차별적 대상으로 생각하는 조직 문화 자체가 사라져야 한다”고 밝혔다.

강나리기자 nnal2@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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