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19일 목요일    단기 4350년 음력 12월22일(丙午)
  • 당신을 보았습니다
    당신이 가신 뒤로 나는 당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까닭은 당신을 위하느니보다 나를 위함이 많습니다. 나는 갈고 심을 땅이 없으므로 추수가 없습니다. 저녁거리가 없어서 조나 감자를 꾸러 이웃집에 갔..
    01-18 21:24
  • 까뮈
    그대가 노벨 문학상을 받던 해 나는 한국의 경상도의 시골의 고등학생이었다. 안톤 슈낙을 좋아하던 갓 돋은 미나리 잎 같은 소년이었다. 알베르 까뮈, 그대의 이름은 한 줄의 시였고 그치지 않는 소나타..
    01-17 21:34
  • 비누
    그는 물에 닿으면 반드시 녹는다 그러나 젖은 제 몸의 향기를 지극히 사랑하는 까닭에 한 순간의 생이 뜬금없는 거품일지라도 오래 전 세상 눈 뜨기 전부터 키워온 제 몸의 향기를 흐르는 물에 아낌없이..
    01-16 21:56
  • 겨울 바다로 간다
    겨울 바다로 간다 파도의 울음 속으로 던져버릴 묵은 먼지 같은 잡념의 보따리를 들고 간다 동짓달 그 투명한 달빛을 위해 전등은 끄고 촛불하나 준비해야지 파도가 창 건너에서 으르렁대면 무서움에 떨..
    01-15 21:24
  • 쌀과 살
    불린 쌀을 안치면 밥이 된다 살을 불리면 때가 된다는 점에서 쌀과 살의 거리는 한 음절 이상이다 쌀은 살을 찌운다 살이 빠진다고 쌀이 불어나는 건 아니다 쌀통과 몸통의 함량은 질적으로 다르다 쌀로..
    01-12 21:46
  • 별이 빛나는 밤
    그는 밤의 한가운데를 유성으로 가로지르며 별들이 휘몰아쳐 오는 것을 보았다 바늘구멍 같은 희망에 매달려 아침을 맞았다 가래 섞인 한숨소리가 어둠속에서 숨죽였으므로 그 밤의 밑그림은 검푸른 소용돌이였..
    01-11 21:30
  • 오늘 하루
    모처럼 저녁놀을 바라보며 퇴근했다 저녁밥은 산나물에 고추장 된장 넣고 비벼먹었다 뉴스 보며 흥분하고 연속극 보면서 또 웃었다 무사히 하루가 지났건만 보람될만한 일이 없다 그저 별 것도 아닌 하찮은..
    01-10 21:54
  • 너의 모습
    산이 가까워질수록 산을 모르겠다 네가 가까워질수록 너를 모르겠다 멀리 있어야 산의 모습이 또렷하고 떠나고 나서야 네 모습이 또렷하니 어쩌란 말이냐, 이미 지나쳐 온 길인데 다시 돌아가기엔 너무 먼..
    01-09 21:58
  • 겨울 햇살
    시든 들풀 사이로 흐르던 한줌 냇물도 얼어붙은 三冬 흩어져 떠돌던 마른 풀잎마저 잠들어 버렸는데 하얗게 얼어 버린 내 가슴 속을 쓰러지듯 안기어 오는 이 여린 햇살을 어찌 거둘까? ◇황영숙=1990..
    01-08 21:25
  • 아름다운 아침
    찬바람이 날을 세우는 이른 아침 방금 목욕을 마친 두 할머니가 힘겹게 목욕탕 문을 밀치며 나온다 두 분 중 연세가 조금 덜 들어 보이는 할머니가 허리춤에서 휴대폰을 꺼내더니 가쁜 숨을 몰아쉬며 어디..
    01-05 21:54
  • 아버지의 등
    아버지의 등에서는 늘 땀내가 났다 내가 아플 때도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어머니는 눈물을 흘렸지만 아버지는 울지 않고 등에서는 땀 냄새만 났다 나는 이제야 알았다 힘들고 슬픈 일이 있어도 아버지는..
    01-04 21:43
  • 새 달력에 못질을 하며
    귀밑머리 스쳐 하이얀 강물로 흐르는 바람소리 내 몫의 나이테를 감돌아 하염없이 세월을 실어 나른다 갈대꽃 뾰얗게 흩어지는 허무 또는 환희의 언덕에서 또 하나 새 달력에 탕탕 못질을 하며 세월도 함께..
    01-03 21:55
  • 문을 열면 어떤 길이 어떤 어두운 밝음이 어떤 미로가 나를 이끌 것인가 나는 내다본다 속에서 어둠의 뇌성은 치고 나가고 싶다 초록의 문을 열고 싶다 나는 또 나가고 싶잖은 마음이 인다 또는 잠시 나..
    01-02 21:40
  • 새가 되고 싶은 나
    꽃이 새가 될 수 있다면 나무가 새가 될 수 있다면 돌멩이가 새가 될 수 있다면 땅따먹힌 땅이 새가 될 수 있다면 검은 비닐이 새가 될 수 있다면 오색 풍선이 새가 될 수 있다면 구름이 새가 될 수..
    01-01 20:47
  • 아래만 바라보아도 바다까지 이른다. ◇문무학(文武鶴)=1949년 경북 출생  1982년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당선  1988년 시조문학문학평론 추천  문학박사  시조집   현대시조문학상 대..
    12-29 18:34
  • 따뜻한 종이컵
    종이컵이 따뜻하다. 공원 한 귀퉁이에 허름한 중년처럼 앉아 있는 자판기. 커피 한 잔 뽑아 마시다가, 문득 객쩍은 생각을 해본다. 짚둥우리 속에서 막 꺼낸 달걀은 암탉의 항문으로 나온 게 안 믿어..
    12-28 21:43
  • 꽃나무
    꽃나무를 본다 잎은 따가운 햇살 바늘을 초록 손바닥으로 받으며 견디고 가지는 겨울 삭풍을 앙상한 온몸으로 아우성치며 견디었다 뿌리는 또 어떠한가 늘 캄캄한 땅속에 갇혀 있으면서도 단 한 번 자신의..
    12-27 21:52
  • 그 사람의 말
    그 사람의 말에는 늘 여지가 있다. 다른 사람의 말을 깊숙이 끌어안는 여유와 부드럽고 넉넉한 여백, 어떤 대상이든 결코 혼자 차지하지는 않는다. 자신만의 어법으로 자기화 하면서도 언제나 그 누구와도..
    12-26 21:50
  • 이런 택배가 있었다
    참기름 한 병, 고춧가루 한 봉지, 볶은 땅콩, 튀긴 검정콩, 무말랭이 한 봉지 그리고 작은 스티로폼 박스 하나 주방에 펼쳐진 택배의 목록이다 먹을 것들을 주욱 펼쳐놓고 생각한다 여든을 바라보는 외..
    12-25 22:01
  • 야이 새끼야
    중증 소아마비 걸음 불안한 아버지와 얼굴 꼭 빼닮은 다섯 살 아들이 냉천 둑에서 놀고 있다 카메라를 든 아버지는 연신 아들에게 둑 가까이는 못 가게 한다 너 거기서 떨어지면 아무도 구해줄 수 없다고..
    12-22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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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경주관광해변가요축제
2016포항해변전국가요제
<이명철 교수의 맛기행>
 월남쌈 전문점 '쌈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