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페란토, 영어를 뛰어넘을 수 있나
에스페란토, 영어를 뛰어넘을 수 있나
  • 황인옥
  • 승인 2013.10.30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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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의 논리에 의해 국제패권어 차지한 영어
인류공통어 없이 인류의 평화 불가능
누구나 쉽게 배우도록 창안된 에스페란토…
풍부한 자료 근거해 국제공통어 가능성 짚어
위험한 언어
위험한아이
언어를 영역적 측면에서 나누면 민족어와 영어로 함축 될 수 있다. 민족어에는 고유성을, 영어에는 국제성이라는 개념적 확장이 추가된 분류다. 영어가 민족어이면서도 민족어와 구분해 국제패권어로 지위가 격상된 것은 영어가 국제공용어로 통용되는 현실의 반영이다.

언어가 가지는 문화적·정신적인 파급효과를 상기하면, 영어가 국제공용어로서 누리는 지위는 영어권 국가들이 언어를 통해 얻는 잉여수익이 언어적 측면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경제적 이득은 물론이고 패권을 강화하는 정치적인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적의 배경에는 영어가 힘의 논리에 의해 국제공용어적 지위를 취득했다는 ‘강제성’과 ‘불평등성’이 작용하고 있다. 이 책의 전제는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책은 먼저 일류 보편어를 갈망했던 인류의 역사부터 짚는다. 고대 이집트의 왕에서부터 시작해 데카르트, 라이프니치 같은 철학자들을 거쳐서 오늘날 국제공통어로서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시도하고 있는 에스페란토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인류공통어’에 대한 이상을 구상하고 실현해 왔음을 상기한다.

그러면서 일관되게 1887년 폴란드의 안과 의사인 루도비코 라자로 자멘호프(1859~1917) 박사가 창안한 국제 공용어인 ‘에스페란토’를 언급한다.

에스페란토는 자멘호프가 유럽의 아홉 개 언어에서 공통점과 장점만을 뽑아내 예외와 불규칙이 없는 문법을 만들어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창안한 언어다. ‘에스페란토’의 의미는 ‘희망하는 사람’이다.

1887년 창안 이후 에스페란토는 ‘1민족 2언어 원칙’에 입각해 같은 민족끼리는 모국어를, 다른 민족과의 교류에서는 ‘에스페란토’의 사용을 줄기차게 주창해 왔다.

이러한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는 오늘날의 현장은 중국, 바티칸, 폴란드, 오스트리아, 쿠바 등 11개국. 이들 국가에서 단파 및 위성방송을 통해 매일 수차례씩 국제방송을 하고 있다.

또 매년 유럽과 다른 지역을 번갈아 가며 ‘세계에스페란토대회’를 열고 있고, 언어나 인종이 다른 1천5백~2천 여 명의 사람들이 에스페란토로 다양한 주제에 관해 토론하며 대안을 찾고 있다. 동시에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각 대륙별 대회와 국가 대회도 개최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매년 10월 ‘한국에스페란토대회’를 열고 있다.

하지만 에스페란토가 처음 창안되던 1800년대 후반에는 민족주의와 국가주의, 패권어의 이상을 지향한 좌우파로부터 억압받고 지배당하고 고립되는 역사를 지나왔다.

이유는 정치 논리 때문이었다. 진보와 좌파가 극명하게 대립하던 당시의 서유럽 노동자 조직이었던 ‘세계무민족성협회’측에서 세계 프롤레타리아트의 통합을 위해 에스페란토를 사용한다고 선언하는 등 ‘에스페란토’가 정치적으로 차용되면서 서유럽 정부들에 의해 탄압이 끊이지 않았다.

유럽의 탄압과 달리 동아시아에는 양태가 조금 다르게 나타났는데, 그 대표격이 중국이다. 다민족 국가로서 현존하는 언어의 다양성이 중국의 근대화를 방해할 것이라는 이유로 중국에서는 이 언어를 환영했다. 유럽이 정치적인 이유로 접근했다면 중국은 경제우선 논리로 접근했던 것이다.

이처럼 책은 “언어적 공통되기 없이 공통된 인류의 형성이 불가능하다면, 언어적 공통되기의 노력은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되어야 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국제패권어인 영어를 넘어 인류 공통어의 창조는 가능할 것인가”로 이어진다.

그러면서 국제공통어의 이상을 실현하고 인류 평화를 도모하고자 라자로 자멘호프에 의해 창안된 에스페란토의 100여 년의 역사를 객관적 소개와 명확한 문체, 그리고 풍부한 자료들에 근거해 에스페란토의 국제공통어로서의 가능성을 서술한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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