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추락 안경산업, 희망의 빛 찾는다
끝없는 추락 안경산업, 희망의 빛 찾는다
  • 김정석
  • 승인 2014.04.1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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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부흥 꿈꾸는 ‘대구안경특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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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3일 기공식을 가진 ‘안경산업 토탈 비즈니스센터 조감도. 대구 북구청은 센터 건립을 통해 열악한 작업환경과 비효율적인 유통구조가 대거 해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각종 정보통신 기기의 발달과 더불어 안경을 착용하는 인구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1987년 24%에 그쳤던 안경 착용 인구는 지난 2011년 54%로 증가했다. 우리나라 인구 2명 중 1명이 안경을 끼고 있는 셈이다.

대구는 수 천만명에 달하는 국내 안경 시장에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누군가가 국산 안경을 착용하고 있다면, 그 안경테는 십중팔구 대구에서 생산된 제품이다. 대구가 이탈리아의 벨루노, 일본의 후쿠이, 중국의 웬조우 등과 함께 ‘세계 4대 안경 생산지’인 까닭이다. 특히 대구 북구는 안경산업과 관련해 지역특화발전특구를 운영하며 국내 안경테 생산량의 90%를 담당한다.

한국의 안경산업은 8·15 해방과 함께 시작돼 70년 가까운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대구에서는 안경산업이 지역의 대표 산업으로 발돋움해 지난 1980년대 들어 확고한 지역산업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중국과 동남아에서 값싼 안경 관련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대구의 안경산업은 지난 1995년 정점을 찍은 뒤부터 침체 일로를 걷는 중이다.

이는 지역에 위치한 대부분의 안경 관련 제조업체가 종업원 10인 미만의 영세업체인 영향이 크다. 이 중에서도 대구 북구 안경특구는 전국 안경업체의 65%가 몰려있다는 위상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이 작은 규모의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낡은 시설과 노후한 장비는 젊은 층의 수혈을 어렵게 만드는 데다 ‘하루 벌어 하루 먹기’도 힘든 상황에서 연구개발(R&D)은 언감생심 꿈조차 꾸기 힘들다.

하지만 최근 대구 북구청은 안경특구 내에 ‘안경산업 토탈 비즈니스센터’를 건립하는 등 안경산업의 재부흥을 꾀하고 있다. 최근 안경특구의 최대 걸림돌인 ‘안경 생산자는 안경을 판매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규제까지 걷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일면서, 북구 주민들의 최대 염원인 안경특구 부활이 비로소 이뤄질지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편집자주>

◆ 한국 안경산업의 끝없는 추락

국내 안경산업은 1980년대 중소기업 고유업종 지정으로 크게 발전했지만 이후 신소재 개발 미흡과 디자인 및 브랜드의 개발 소홀, 도금과 표면처리의 기술 부족 등으로 1995년부터 시장 점유율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저임금을 바탕으로 한 중국의 급부상으로 비교우위의 원천이었던 가격경쟁력이 사라지고, 이탈리아와 독일 등 선진국의 품질이나 디자인, 브랜드 이미지 등에서도 밀려버린 탓이다.

실제로 국내산이 아닌 중국산 안경테 부분품을 수입해 제품을 생산할 경우 관세(8%)와 통관비, 물류비 등을 포함해도 20~30% 정도 저렴하게 완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으며, 반대로 우리나라에는 조르지오 아르마니, 샤넬, 불가리 등 해외 유명브랜드와 필적할 만한 글로벌 브랜드 역시 전무한 상황이다.

신규인력의 수혈이 어렵다는 점도 국내 안경산업의 커다란 약점이다. 안경산업은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숙련인력의 확보가 경쟁력을 결정함에도 불구하고, 제조공정이 복잡하고 자동화 및 기계화에 한계가 있어 수작업에 의존하기 때문에 작업 환경이 열악, 신규인력 채용이 어렵고 숙련인력의 이직률 또한 높다.

대구경북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09년 대구지역 안경제조업 총 사업체 수는 288개로 2000년 692개에 비해 58.4%가 감소했다. 지역 안경산업 종사자 수 또한 2009년 1천671명으로 2000년 3천939명과 견줘 2천268명(57.6%)이 줄어들었다. 이 같은 인력 감소로 인해 2009년 기준으로 종사자 수가 1~4명인 영세업체 비율이 62.1%까지 뛰었다.

뿐만 아니라 매년 대학에서 배출되는 수많은 인력들이 안경 관련 제품 제조업체 취업을 기피한다는 것도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안보건학 등 안경에 대한 기초지식은 갖추고 있지만 대부분 안경원 취업이나 개업을 목표로 두고 있어 제조업체에 실질적인 공급인력원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대구에 안경산업의 희망이 있다

이처럼 ‘그로기’ 상태에 빠진 국내 안경산업에 더 이상의 희망은 찾아볼 수 없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안경산업의 인프라가 극도로 집약돼 있는 대구를 희망의 출발점으로 꼽고 있다.

전국에서 대구지역 안경제조업체 및 종사자 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기준 82.5%에 달한다. 이는 대구가 안경산업과 관련해 유리한 입지여건과 구조적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1946년 국내 안경산업이 최초로 시작된 곳이 바로 대구이며 도금업 등 관련 산업이 다른 지역에 비해 양호한 곳도 대구였다. 이와 더불어 육상 교통의 요충지로서의 입지적 여건도 대구 안경산업 발달에 한몫을 했다.

뿐만 아니라 안경산업은 각 업체가 150~260단계에 달하는 전체 공정 중 일부(20~30단계)를 담당하는 구조로 돼 있어 한 지역에 많은 업체들이 모여 있는 것이 전문화·분업화·협업화에 유리한 까닭에 안경업체들이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는 대구는 안경산업을 일구기에 더 없이 좋은 조건을 갖췄다.

정부와 지자체는 대구의 이 같은 장점들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각종 정책들로 ‘지원 사격’을 하고 있다. 대구시는 안경산업 육성을 위한 전담조직인 섬유패션과 특화산업담당을 운용하는 한편 지난 2004년에는 재단법인 한국안경산업지원센터를 설립했다. 이어 2006년에는 정부가 대구 북구를 대구안경산업특구로 지정했으며 대구경북연구원이 안경산업 종합발전계획(2008)을 수립하는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한 바 있다.

또 정부와 지자체는 안경산업에 가장 중요한 ‘숙련인력’을 키우기 위해 숙련도 향상교육과 우수 개발 인력의 공급, 글로벌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세부사업들을 다양하게 만들어나가고 있다.

◆‘토탈 비즈니스센터’ 결정타 될까

안경산업의 부활이 대구에서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최근 조성공사에 돌입한 ‘안경산업 토탈 비즈니스센터’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대구 북구청은 지난 2월 13일 북구 3공단에 ‘안경산업 토탈 비즈니스센터’ 기공식을 갖고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갔다. 센터의 기공식에 대한 관련업계의 관심을 뜨거웠다. 열악한 작업 환경과 비효율적인 유통구조, 높은 공장 임대료 등 오래 전부터 대구 안경산업의 걸림돌로 지적됐던 요소들이 센터 설립으로 일거에 해소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었다.

비즈니스센터 건립 사업은 지난 2010년 12월 당시 지식경제부에서 숙련형 패션사업 육성방안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한 것이다. 안경특구 내 아파트형 임대공장을 건립함으로써 조업환경을 개선해 기술력이 뛰어난 중소기업의 집적화와 안정적인 유통구조를 조성, 침체된 안경산업을 되살리는 데 목적이 있다.

총 사업비 178억원이 투입돼 연면적 9천958㎡ 규모로 건립될 비즈니스센터 1층에는 안경가공센터, 2~6층에는 아파트형 공장, 7층에는 안경디자인연구소가 들어선다.

대구 북구청 관계자는 “센터가 완공되면 환경이 열악한 중소 안경업체에 현대화된 시설을 제공하고 집적화를 높여 생산성 향상과 매출 증가, 지역의 일자리 창출 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석기자 kjs@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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