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까마귀의 비밀 - 모든 것은 지혜가 만들어낸다
붉은 까마귀의 비밀 - 모든 것은 지혜가 만들어낸다
  • 승인 2014.04.22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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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옛 우리나라 북방에 부여(夫餘)라는 넓은 나라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나라는 고구려(高句麗)에게 정복당하고 맙니다.

당시 고구려에 비해 더 넓은 땅과 더 많은 병사를 가졌던 부여가 왜 고구려에게 멸망되고 만 것일까요?

핵심은 훌륭한 인재의 정확한 판단과 진취적인 태도가 아닐까 합니다.

당시 부여에는 ‘대소’라는 기골이 장대한 왕이 있었고, 고구려에는 열 살 때 벌써 군사를 지휘했다는 지혜로운 ‘대무신왕’이 있었습니다.

대무신왕은 아버지 유리명왕과 함께 일찍부터 전쟁터를 다니며 병사들과 잘 어울렸습니다. 그리고 궁금한 것은 누구에게나 물어서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아량과 탐구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대무신왕은 태자였을 때에도 여러 번 부여군과 전투를 벌였는데 그럴 때마다 병사가 적어 숫자로는 승산이 없다고 보고, 지형에 어울리는 매복 작전을 펼쳐 승리를 거두었다고 합니다.

어느 해에는 산과 골짜기의 지형을 보고 몰래 병사를 보내었더니 짐작대로 야생마들이 모여 풀을 뜯고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날랜 말을 훈련시켰는데 대무신왕은 이 말을 하늘이 내린 신마(神馬)로 여기고, ‘거루’라 부르며 군사들의 사기를 높였습니다.

이에 부여왕은 어떻게 하면 이 나이 어린 고구려왕의 기를 꺾어 놓을까 기회만 보고 있었습니다.

마침, 부여 백성 중의 하나가 산에서 잡았다며 몸은 둘인데 머리는 하나인 붉은 새 한 마리를 왕에게 바쳤습니다. 모양은 까마귀를 닮았습니다.

“이 새가 가지고 있는 징조는 무엇인가?”

대소왕은 신하들에게 물었습니다.

“전하! 까마귀는 원래 검은 것인데, 지금 이것은 색깔이 변하여 붉은 까마귀가 되었으니 좋은 일이 일어날 징조입니다. 또한 몸은 둘인데 머리는 하나이니, 이것은 우리가 고구려를 쳐서 두 나라를 아우를 좋을 징조입니다.”

이에 부여왕은 기뻐하며 이 붉은 까마귀를 고구려로 보내면서 정탐해오도록 하였습니다.

“이 까마귀에 깃든 징조를 말하고 고구려왕이 어떻게 생각하는 지 알아오도록 하라.”

붉은 까마귀를 받아든 고구려 대무신왕은 신하들과 의논하여 전혀 다른 해석을 내어놓았습니다.

“하하하! 그런가? 우리의 생각은 다르오. 검은 것은 원래 북방의 색인데 지금 남방의 색인 붉은색이 되었다. 또 붉은 까마귀는 상서로운 새이거늘 그대가 얻어서 가지지 않고 나에게 보내었으니 두 나라 중 누가 망할지는 모르겠구나.”

이것은 북쪽을 상징하는 검은색이 남쪽을 상징하는 붉은색으로 바뀌었으니 곧 남쪽의 고구려가 번창할 것이라는 해석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새를 부여에서 고구려로 들고 왔으니 이것은 바로 간접적인 항복이 아니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대무신왕은 어린 나이였지만 정확한 판단과 호연지기로 나이 많은 동부여의 대소왕을 잔뜩 비웃어준 것입니다.

이에 부여의 사신은 황급히 돌아가 그대로 왕에게 보고하였습니다.

“아뿔싸, 우리의 생각이 짧았구나!”

그 뒤, 얼마 되지 않아 부여 대소왕은 고구려에게 항복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새 한 마리를 두고 이처럼 서로에게 유리한 해석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언쟁이 아니라 바로 치열한 심리전이었습니다. 이 심리전에서 이처럼 재치 있는 해석이 나오게 하여 국면을 반전시킬 수 있는 힘이 바로 미래지향적인 저력이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이 저력은 단순 군사력보다 더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또한 이 이야기는 노동력에 의한 힘도 물론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창의적 지혜라는 것을 엿보게 합니다. 우리는 더욱 날카로운 사유(思惟)로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는 힘을 길러나가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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