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바다에 멈춰버린 대한민국
슬픔의 바다에 멈춰버린 대한민국
  • 남승현
  • 승인 2014.04.2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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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가혹한 현실, 받아들이기 어려워…
‘세월호 참사’ 공황상태
각종 행사 줄줄이 취소·연기…친목 모임 자제
선거운동도 스톱…공직사회 술자리·언행 경계령
소비심리 실종 유통·관광·음식업계 ‘냉가슴’
우울증·무력감 확산…“정부, 중심잡고 수습해야”
세월호 침몰사고후 온 국민이 비통함과 분노, 무력감, 우울증에 빠져 있는 가운데 지역사회의 시계(時計)도 멈춰섰다.

6.4 지방선거 열기가 실종된 것은 물론 지자체와 대학, 초·중·고교는 모든 행사를 취소 및 연기하고 있으며 친목 모임도 사라지고 있다.

또 일부 몰지각한 고위 공무원들의 돌출행동으로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한 후 공직 사회도 얼어붙은 상태다.

23일 현재 대구시장 후보를 뽑는 새누리당 경선은 무기 연기됐고 기초단체장, 시·구의원 예비후보들은 선거운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는 물포럼 D-365성공개최 다짐행사, 제44주년 새마을의 날 기념식, 제92회 어린이날 경축행사, 부처님오신날 달구벌 연등행렬을 취소했고 약령시 한방문화 축제, 대구평생교육진흥원 개원 행사를 연기했다. 지역 기초단체들은 찾아가는 예술공연, 제17회 비슬산 참꽃 문화제 등 각종 행사와 상반기 직원체육대회 등을 취소했다.

교육계의 경우 수업을 제외한 모든 행사가 사실상 전면 취소내지 연기된 상태다.

올해 개교 100주년 기념행사를 위해 2년전 부터 준비해온 대구가톨릭대는 대부분 행사를 취소했으며 개교 60주년을 맞은 계명대도 문화 행사 등을 전면 취소했다.

경북대, 영남대, 대구대, 경일대, 대구한의대 등도 봄축제·체육대회를 전부 취소했으며 중간고사가 끝나는 대로 모금 및 봉사활동을 할 계획이다.

초·중등 교육의 경우 1학기 수학여행 취소는 물론 숙박을 해야하는 모든 현장체험 학습이 중단됐고 당일 체험학습도 학부모의 80%동의를 얻어야 갈 수 있도록 해 사실상 올 스톱됐다. 5월 1일과 2일 열기로 한 초등학교 운동회도 전부 연기됐다.

공직사회는 빙하기가 지속될 전망이다. 음주·가무 금지는 물론 연가·외출을 삼가하도록 했으며 언행을 조심하라는 지침까지 내려와 공무원들은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고위 공무원인 이모(54)씨는 “온 국민이 애도하는 시기에 자칫 잘못하면 공직은 물론 사회에서 비난을 받을 수 있어 모든 행사와 약속을 취소하고 야근 근무를 하거나 퇴근후 곧바로 귀가한다”고 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지역사회가 집단 우울증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다.

어린 학생들은 연일 생중계되는 세월호 침몰사고를 보면서 마치 자신이 배에 있는 듯한 동질감을 느낄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데다 시민들의 웃음소리도 사라지고 있다.

직장인 박모(45)씨는 “ 이달말 갖기로 한 동문체육대회가 취소된 것은 물론 직장내에서도 소규모 모임조차 갖지 못한다”며 “배 안에 있을 학생들의 생환을 바라는 기적과 정부의 허술한 대책을 보면서 분노가 치물어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뒤숭숭하다”고 했다.

지역사회가 트라우마에 빠지면서 유통, 관광, 음식업계는 손님들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하소연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대해 지역 A대학 박모 교수는 “세월호 침몰이후 지역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시계가 멈춘듯 하다”며 “이번일을 계기로 원인과 책임을 확실히 물어 두번다시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가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남승현기자 namsh2c@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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