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기 지방의회 출범에 즈음하여
제7기 지방의회 출범에 즈음하여
  • 승인 2014.07.09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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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지방자치연구
소장 · 수필가
서울시의원이 살인교사 혐의로 체포되어 수사를 받고 있는 것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든다.

사람 죽이는 일이 돈과 관계되는 일은 다반사지만 현직 서울시의원이 3천억원을 가진 재력가로부터 토지 용도변경 대가로 수억 원의 돈과 향응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어 온 국민들이 놀라고 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아 돈을 준 사람이 으름장을 놓자 경제력으로 어려운 친구를 시켜 무참하게 그를 죽였다고 한다. 천인공노할 일이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후 일부 지방선거직 공직자가 각종 불법행위로 형사 처벌되는 것을 자주 봐 온 우리는 이번 사건을 보면서 지방의원의 힘이 생각보다 커다는 느낌을 받는다.

지방의원은 법령의 범위 안에서 조례를 제정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주요정책을 결정한다는 정도로 그 권한은 한정적이라고 알고 있는 주민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서울특별시는 수도라는 측면에서 여타 광역자치단체와는 구별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동일한 지방자치법의 적용을 받고 있다.

일개 시의원이 나라에 평지풍파를 일으킨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그는 2012년 12월, 죽은 재산가가 준공업지역 내 토지를 매입한 뒤 서울특별시 도시계획조례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한다. 당시 같은 당 소속이던 민주당의원 11명도 이 개정안에 찬성했다. 주택과 산업지역이 혼합된 준공업지역에 호텔급 생활숙박업이 가능토록 한 것이 개정 조례안의 주된 내용이었다. 시의회를 통과하지는 못했지만 만약 이 안이 통과되었더라면 재산적 가치는 급상승했을 것이다.

또 여러 정황으로 봐서 재산가의 빌딩이 위치한 토지를 일반주거지역에서 상업지역으로 용도 변경해 주겠다고 김의원이 약속한 것처럼 보이는데 이 안이 그대로 결정되었더라면 그 자산가치는 3천억원에서 최대 1조원까지 오르게 되어있다는 말도 들리고 있다. 그는 또 레일체결장치 업체인 AVT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지방의원이 이곳저곳에서 비정상적으로 금품을 받고 있는 사실을 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어떨까.

살인교사라는 엄청난 혐의를 받고 있는 시의원은 대학생 시절 총학생회장을 지냈고 국회의원 보좌관 등을 역임한 정치적 장래가 촉망된 인물이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정치세계의 단맛에 취해서 타락의 늪으로 빠진 것을 보면서 과연 정치란 무엇인가 회의를 갖게 된다. 기성세대를 불신하고 깨끗한 정치를 하겠다던 젊은이도 진흙 탕 속에 들어가면 속물이 되고 마는 것인가.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은 정치적 동물이라고 했다. 동물들 가운데 인간만이 유일하게 정치지도자를 선출하고 나라의 정책을 결정하는 행위를 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디테일하게 말하자면 사람은 누구나 사회관계에서 자기 유익을 추구하는 존재다.

정치는 속칭 정치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공존하는 어떤 곳에든 크고 작은 각양각색의 정치행위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정치행위는 공적이냐 사적이냐의 경계에서 그 가치를 찾아야 한다.

지방의회의원은 선거로 뽑힌 주민의 대표자다. 그들의 할 일은 지방자치법 39조에 엄연히 정해져 있다. 지방의원은 주민의 복리를 위한 지방행정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으며 중앙정치권의 정치인과는 그 역할이 다르다.

그러나 지방선거에 정당과 지역 국회의원이 간여하게 되므로 지방의원은 싫어도 정치의 늪 속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게 되어있다. 지역민 전체를 위한 일에만 몰두한다면 지방의원이 사회에 물의를 일으킬 이유가 없다.

그러나 이권에 눈을 돌린다면 중앙정치인의 행태를 닮아가는 꼴이 된다. 알다시피 우리나라 국회의원들 중 국민들의 존경을 받는 정치인은 눈을 씻어 봐도 없다.

지방의원들이 정치인 소리를 듣기 좋아하면 지역민들과의 거리는 그만큼 멀어진다. 주민 곁에서 지역민이 원하는 일들을 맡아 처리하는 훈련을 쌓아야 한다. 또 지방자치는 ‘정치를 배우는 학교’라는 생각을 가지고 지방 일에 충실하면 주민들이 그들을 정치적 인물로 키워줄 것이다.

제 7기 지방의회시대가 열렸다. 지방의회에 새로운 인물도 많이 들어왔다. 광역의회든 기초의회든 국민들의 질시를 받고 있는 서울시의원 사건을 거울삼아 오로지 법령에 따라 주민 편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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