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탄과 사나운 개
술탄과 사나운 개
  • 승인 2014.07.22 16:4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규성 논설위원
7세기 모하메드가 아라비아 반도에서 이슬람을 탄생시킨 지 채 100년이 안되어 아시아 아프리카에 걸친 이슬람 대제국이 탄생했다. 아랍어로 ‘통치자’, ‘권위’를 뜻하는 ‘술탄’은 역사적으로 다양한 의미를 지녀왔으나, 시간에 지날수록 모하메드의 후계자인 칼리프로부터 도덕적 종교적 권한을 위임받아 특정 지역을 지배하는 속세의 무슬림 통치자를 지칭하는 말이 되었다. 그러나 오스만투르크의 술탄들 중 옛 비잔틴 제국의 영토를 잠식하며 이슬람 세력을 확장한 무라드 1세(1360~1389) 때부터 술탄이 본격적으로 이슬람 제국의 최고 통치자를 의미하게 되었다.

명실상부한 이슬람의 최고통치자였던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한 술탄에게 충성스런 한 대신이 있었다. 그런데 이 대신은 신앙심이 아주 깊었기 때문에 신에 관한 일이라면 무엇보다도 철저하고 또 엄하게 다루었다. 게다가 이 대신은 술탄의 총애까지 받고 있었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들 두려워하게 되었고, 또 시기하게 되었다. 그를 두려워하고 시기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는 그를 모함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이야기였다.

술탄의 황궁은 중상과 모략과 속임수가 판치는 비밀스런 장소였다. 항상 술탄 근처를 어슬렁거리던 간신들은 대신이 없는 틈을 이용하여 대신의 비행에 대해 있는 것 없는 것을 다 들어서 모함했다. 한 두 명이면 모를까, 많은 신하들이 대신의 비행을 상소하자, 술탄도 결국 간신들의 말을 믿고 대신을 사형에 처하라고 명령했다.

그런데 이 술탄의 사형 방식은 특이했다. 술탄은 사나운 개들을 기르고 있었는데, 사람들에게 사형을 내릴 때는 이 개들을 굶겨 물어뜯도록 했다. 이 대신도 마찬가지로 사나운 개들에게 던져질 운명이었다. 술탄 앞에 불려 온 대신은 자신이 모함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이미 늦었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술탄에게 마지막 부탁을 했다. “위대한 이슬람의 통치자여, 저에게 열흘의 시간을 주십시오. 그 동안 빌린 돈은 갚고, 남은 재산은 친족과 자손들에게 분배하고, 자식들을 위한 후견인을 정하겠습니다.”

술탄의 마음은 이미 이 대신으로부터 떠나 있었지만, 그간의 정을 고려하여 대신의 사형집행을 열흘간 유예했다. 집으로 돌아 온 대신은 당장 창고에서 금화 100닢을 꺼내 수렵장의 집으로 달려갔다. 이 수렵장이 술탄의 사나운 개들을 사육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신은 수렵장에게 금화 100닢을 주고 열흘 동안 개들을 돌볼 수 있게 해달라고 빌었다. 수렵장은 허락했다.

수렵장으로부터 간신히 승낙을 받은 대신은 그 때부터 매일 개들에게 손수 먹이를 주고 온갖 정성을 다해 개들을 돌보았다. 심지어 잠도 개들과 같이 맨 땅에 누워 잤다. 그러자 사납던 개들도 결국 대신과 친해져서, 대신이 움직이면 꼬리를 치며 따르게 되었다.

드디어 열흘간의 유예기간이 끝났다. 예정대로 대신은 술탄과 많은 신하들 앞에 끌려나왔다. 사나운 개들이 풀렸고, 대신은 개들 앞에 던져졌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사나운 개들은 대신을 덮치는 대신 꼬리를 치며 대신의 주위만 맴돌았다. 어떤 개는 대신의 어깨를 가볍게 물기도 하고, 또 어떤 개는 대신의 얼굴을 핥으며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이 광경을 본 술탄은 그저 놀라서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술탄은 대신을 자기 앞으로 끌고 오게 했다. “어찌된 일인지 사실대로 말하라.” 대신은 술탄 앞에서 당당하게 말했다. “위대한 이슬람의 통치자여, 저는 열흘 동안 이 개들을 돌보았습니다. 그 결과는 술탄이 지금 보고계신 그대로입니다. 저는 그동안 술탄을 30년 동안이나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섬겨왔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는 간신들의 모함을 믿으시고 저에게 사형을 선고하셨습니다.”

이 말을 들은 술탄은 너무나 부끄러워 얼굴이 뻘개졌다. 그러나 제국의 통치자답게 자신의 경솔한 처사를 사과하고 대신에게 금으로 만든 의관과 많은 보석을 상으로 내려 그의 마음을 달래 주었다. 또한 그를 중상모략한 간신들을 넘겨주었다. 대신은 그들을 너그러이 용서했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