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 넘어선 진정한 믿음과 사랑으로
청렴 넘어선 진정한 믿음과 사랑으로
  • 승인 2014.07.23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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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렴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
스승과 제자간 빵 하나도 부담
감사한 마음, 말로 다 표현 못해
민경은
큰아이를 처음 초등학교에 보낼 때의 일이다.

아이를 처음 학교에 보내면서 두려운 마음이 먼저 들었다.

주위에서 선배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무엇을 해야 하며 어떻게 해야 한다는 등 너무 어렵고 막막하기만 했다.

선생님을 믿고 학교에 보내는 것이 진정한 믿음이고 서로간의 신뢰라고 생각했지만 주위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인지, 진정 내 아이를 위한 것은 무엇인지 혼란스럽고 걱정만 쌓여갔다.

그러던 중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을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담임선생님과의 면담 날이 되었다.

그냥 빈손으로 갈 수는 없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래서 작은 롤 케이크 하나를 사서 학교를 찾았다. 그랬더니 선생님께서는 손사래를 치시며 괜찮다고 하셨다.

나는 선생님께 이 빵이 “우리 아이를 잘 봐 주세요”하는 뜻이 아니라 여느 집에 방문을 하게 되더라도 빈손으로 가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준비한 것이라고 말씀 드렸고, 조금 망설이시던 선생님은 어쩔 수 없이 빵을 받으셨지만 다음부터는 마음만 받겠다고 하셨다.

그 일 이후 나는 아이들 면담을 갈 때마다 빈손으로 간다. 더 이상 선생님들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회 분위기가 청렴을 강조하는 탓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네 작은 정까지도 부담이 되어 버린 교육 현실이, 스승과 제자 간에 빵 하나도 쉽게 받기 힘든 사이가 되어 버린 이 현실이 슬프기도 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엄마들 사이에 풍문으로만 듣던 촌지나 불미스러운 일들에 대한 걱정을 내려놓을 수 있어서 안심이 되기도 했다.

이제 큰아이가 4학년, 둘째아이가 2학년이다. 그 동안 진정한 스승으로서 쓴 소리도 마다않고 해 주신 선생님들, 힘들 때 손잡고 같이 울어주신 선생님들을 많이 만났다. 우리 아이들의 선생님이시자 또한 나의 마음속 깊은 곳의 스승이 되신 분들이기도 하다.

감사한 마음들을 어찌 말로 다할 수 있을까…

청렴, 선생님들에게 굳이 청렴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어떠한 잣대를 가지고 평가한다는 것이 이 시대의 진정한 스승으로 살아가시는 많은 선생님들께 죄송한 마음부터 든다.

청렴을 넘어선 믿음과 사랑으로 서로를 대할 때,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밝아질 것이라고 생각된다.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보낼 시간이 지나 온 시간보다 더 많은 지금 나는 기대한다. 또 어떤 인연으로 멋진 선생님들과 만나게 될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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