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충혈경쟁의 최대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 진도 앞바다에 자식을 잃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다. 갈등과 대립의 연속이던 지난 새월호 참사의 아픔을 상생과 통합의 시기로 전환시킬 코페르니쿠스와 같은 전환적인 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 ‘상극의 정치’에서 ‘상생의 정치’로 국민대통합을 시도해야 한다.
상생정치의 목적은 융합이고, 통합이다. 통합의 기준 내용을 당파적으로 제시하지 말고, 최소한 합리적인 상식과 토론의 절차로 융합해야 한다. 필자는 진보 보수 이념논쟁을 떠나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여야가 합의 할 수 있는 기본 잣대가 우리 헌법안에 있음을 감히 주장한다. 바로 ‘헌법정신의 합의’이다. 국가의 통치조직과 통치 작용의 기본원리 및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근본 규범인 ‘헌법정신’을 존중하는 것이다.
헌법 제10조는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헌법 제34조와 10조에는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헌법 정신’도 세월호 침몰과 함께 바다로 서서히 가라앉고 있는 실정이다.
바다로 가라앉고 있는 ‘헌법정신’을 빠르게 구조하기 위해 일차적으로 필요한 것이 정확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세월호 특별법안에 반대하면서 “야당 안은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 동행명령권, 특별검사 요구권 등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3권 분립의 헌법 질서 아래 이를 뛰어넘는 권한을 진상조사위에게 부여하는 것은 신중하게 논의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제안이 가족대책위의 제안과는 다르게 진조위에 기소권은 부여하지 않는 훨씬 완화된 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전인수격 논리로 ‘헌법정신’을 들이밀고 있다. 심지어 법무부장관도 야당의 제안인 “특별사법경찰관제도를 두고 사법경찰관이 검사에게 영장을 청구하고, 검사가 이를 판사에게 청구하면 판사가 영장을 발부하는 절차 자체는 사법체계를 흔드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최근 여의도 정가에서는 ‘3권 분립의 헌법 질서를 뛰어넘는 초헌법적 권한’ 운운하면서 새누리당이 기를 쓰고 세월호 특별법에 반대하는 이유는 “박대통령과 김기춘 비서실장의 책임이 거론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근거 있는 주장이 나돌고 있다. 만약에 새누리당의 이러한 정치적 동기가 정말로 맞는다면, 이 나라의 헌법정신은 ‘임금과 도승지를 보위하려는 일부 가신들’에 의해 뿌리째 짓밟히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것은 프로크루스테스(Procrustes)라는 이름의 유령이 지나가는 행인을 자기 집으로 데려와 쇠 침대에 눕힌 뒤 다리가 침대 길이보다 짧으면 잡아 늘이고 침대보다 길면 작두로 잘라내 버린 대한민국판 ‘프로크루스테스의 헌법 침대’와 같은 것이다, 한낱 정략적 동기에 따라 수시로 변화하는 그야말로 ‘두 얼굴의 헌법정신’이다.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 그 존엄의 요구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은 헌법정신의 구체적 실천이다. 여름휴가로 소통의 에너지가 충전되어 세월호 유가족들과 시원하게 대화하는 박대통령의 전향적인 모습을 기대해본다.
그들의 한 맺힌 눈물을 박대통령이 이제는 닦아 줄 차례가 왔다. 그것이 헌법정신에서 부여된 대통령의 도덕적 최고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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