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백년 뒤 삶의 향기를 남기는 사업
삼백년 뒤 삶의 향기를 남기는 사업
  • 승인 2014.07.29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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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전 중리초등
학교장
브라질 월드 컵, 독일과 포르투갈 경기를 보고 있었다. ‘토마스 뮐러’라는 선수가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문득 ‘뮐러’라는 이름에, 지난 7월 5일 태안반도의 천리포수목원에 간 일이 생각났다.

‘민병갈’, 그는 우리나라에 최초로 사립수목원인 ‘천리포수목원’을 세운 사람이다. 본명은 ‘칼 패리스 밀러’이고 미국서 귀화하여 한국에서 50년의 생을 마감한 사람이다.

우리나라가 해방이 되던 1945년 미국의 정보장교로 한국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1962년부터 태안반도의 쓸모없는 농원과 산림 부지를 구입하면서 개인 사재를 털어서 수목원을 조성하기 시작하였다. 한 인간의 모든 것을 담기 시작하면서 자신보다 나무를 더 사랑하게 되고, 나무들의 온전한 피난처를 만들기 위하여 비영리재단을 설립하고, 미국 국적까지 포기하면서 한국인으로 살기로 결심을 하였다.

수목원 홍보관에는 ‘아름다운 삶의 향기를 남긴 설립자 민병갈’이라는 현수막과 함께 “나는 삼백년 뒤를 보고 수목원 사업을 시작했다.”는 고인의 이야기가 마음을 짠하게 하고 코끝을 찡하게 한다.

한국의 문화를 사랑하고, 한국의 얼과 멋을 즐기며, 진정한 한국인으로 살기로 작정한 민병갈의 발자취는 생활에서부터 진정한 한국인이었다.

평소에 갈고 다듬은 서예로 그가 남긴 ‘화향조어총시정(花香鳥語總詩情)’이라는 액자를 보면서, ‘곳곳에 심어진 꽃의 향기와 숲속에서 지저귀는 새소리가 모두 시의 서정을 느끼게 한다.’는 것은 하나의 자존심이었다.

13,200여종의 식물들이 살고 있는 세계적인 수목원이라는 찬사를 받을 만큼 민병갈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이었던 것이다. 증명이라도 하듯 2000년 국제수목학회로부터 세계에서 12번째,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인증을 받기도 했다.

민병갈은 2002년 세상을 떠나면서-그는 물론 수목원의 목련나무 밑에 묻혔지만-천리포수목원을 공익법인으로 등록하였다.

그 동안 40여 년 간 연구목적 이외는 비개방 수목원이었던 것을 공익법인에서는 2009년 3월 1일부터 개방을 하였다. 개방이 되면서 비밀스런 수목원을 관람하고 배울 수 있는 것은 우리 국민들에겐 엄청난 행운이었다.

그래서 민병갈의 아름다운 삶의 향기와 정신을 본받는 것은 국민의 바람이고 희망이며 목표가 되기 때문이다. 교육의 목적도 모든 국민의 인격도야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는데 둔다면, 민주 국가의 발전과 인류 공영의 이상을 실현하고 이바지하게 하는데 둔다면, 더불어 글로벌시대 민병갈처럼 세계로 뻗어나가게 한다면, 한 인간이 모든 것을 담고 닮아가는 삶은 각자의 몫이리라.

푸른 눈의 한국인 민병갈은 어떻게 우리나라에 머물게 되었을까? 아마 그는 나아감(進)에 깊은 관심을 두었으리라. 나아간다는 것은 반드시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옛 성현들도 ‘안다는 것은 먼저이고 행하는 것은 뒤에 일(先知後行)’이라 하였다. 오늘 알고, 내일 알고, 아는 것이 많아지면 저절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배울 경우에는 끝까지 가서 마칠 작정을 하고, 물음이 있으면 답을 기어코 찾아내어야 하며, 생각을 할 경우에는 터득할 때까지 골몰히 하여야 하고, 분별함에 있어서는 분명할 때까지 시비를 가려야 하고, 행할 경우에는 끝까지 그만 두지 않는 것이 나아감(進)이 아닐까?

공자의 제자인 안연은 알면서도 모르는 자에게 묻고, 많은 지식을 갖고도 지식이 적은 자에게 묻기도 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스승이 될 만한 사람이면 천리 길도 멀게 느끼지 않고 찾아가서 배우곤 하였단다. 이것이 진실로 나아감(進)의 모습이리라.

민병갈도 수목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우리의 문화와 전통에 관하여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고 스승 될 만한 사람이 있으면 어디든 가서 배우는 열성을 가졌다고 한다.

그런데 아는 것이 부족하면 설령 행한다 하여도 부진함을 알 수 있다. 공자도 제자를 가르칠 때 귀를 잡아 당겨 일러주고, 옆에다 두고 이끌어 주었지만 끝가지 분발하여 깊이 터득하는 자가 드물었다고 한다.

자기보다 나은 사람이 있어도 따라서 배울 생각을 하지 않고, 깊고 심오한 뜻을 물으면 대답을 하지 못하고, 분명히 알지도 못하면서 궤변을 늘어놓는 일 등은 모두 그침(止)에 해당된다 할 수 있다.

오랜 세월이 흐른 후, 삶의 향기는 나아감(進)의 정도에 따라서 달라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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