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 일으키는 무채색의 겹침
상상력 일으키는 무채색의 겹침
  • 황인옥
  • 승인 2014.08.21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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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오보갤러리, 한무창 개인전

드로잉·평면작업 10여점 선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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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무창 작가가 작품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했다.
그의 그림에 대한 첫 인상은 ‘유쾌함’이다. 그림에는 흡사 색종이를 덧대고 덧대 붙인 듯한 중첩성과 보라, 빨강, 파랑, 초록 등의 무채색조의 향연으로 가득하다. 재미있는 동화 하나쯤 품고 있는 듯한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한다. 이 그림을 그린 주인공은 서양화가 한무창이다.

한무창이 누오보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시작했다. 이번 전시는 드로잉과 설치로 세상과 소통했던 작가가 작심하고 회화의 존재감을 묵직하게 드러내는 회화의 귀환과도 같은 전시다.

“사실 회화는 내 창작의 뿌리였기 때문에 회화를 정면으로 진지하게 재직시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드로잉 1점과 평면작업 10여점을 선보이고 있다.

예술가를 예술가답게 만드는 첫 시작점은 일반이라면 보편적으로 수용하는 현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뒤집어보고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새로운 보편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이다. 한무창의 예술적 직관 또한 이 공식을 수용한다.

우리가 어떤 결과를 얻기 위해 무심하게 반복적으로 행하는 ‘무의식(無意識)’적 행위들을 ‘의식(意識)’적 행위로 끌어올리며 예술의 과정 속에 포섭하는 것이 그가 예술을 대하는 방식이다.

첫 시작은 계명대 서양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에서 유학생활을 시작하면서 언어 습득을 위해 종이 위에 독일 단어를 적고 또 적는 무의식적 반복에서 발견한 우연성으로부터 비롯된 형태를 드로잉 작업으로 차용하면서 부터다. 그렇게 시작된 우연성과 중첩성은 지금까지 그의 작업에 일관되게 관여하고 있다.

그가 우연성과 중첩성으로부터 도달하고 싶은 고지는 어디일까. 한무창은 ‘예술적 개방성’과 ‘예술적 자유’를 언급하며 “예술이야말로 어느 한쪽을 수용하기보다 양단을 모두 이해하고 급기야는 그것으로부터 개방돼 자유로움을 구가하는 행위”라고 말한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회화다. 그는 어떤 방식으로 개방성과 자유를 회화와 연결 지으려 했을까. 가장 자극적인 지점은 흡사 색테이프를 반복적으로 오려 붙인 것 같은 깊이감과 공간감이다.

테잎을 중첩적으로 붙인 듯한 공간감은 종이 테이프를 붙이고 붙인 자리를 제외한 나머지 좌우상하 면을 색칠하고 테이프를 떼어내고, 또 다시 다른 면에 종이 테이프를 붙이고 테이프 외의 면에 색을 칠하고 테이핑(taping) 행위로 얻어진 착시효과다. 중첩성 외에도 회화 작업에서 주목되는 것은 색채감이다. 그의 회화가 경쾌한 상상력을 발동하게 만드는 이유에는 원색의 톤을 한 단계 낮춘 무채색조의 색채들의 어우러짐이 한몫한다.

한무창은 “이번 회화작업은 색감각이 떨어지고 색을 잘못쓴다는 나에 대한 편견을 스스로 정면으로 마주하고 싶었다”며 “내 색들은 대개 세계 여러 나라의 국기색들이다. 대체로 이런 색들을 선호하지 않는데, 나는 사람들의 관심밖에 있는 이 낯선 색들로부터 개방성과 자유를 얻고 싶었다”고 했다. 알록달록한 독특한 색감의 무수한 겹침, 시간의 중첩, 무의식적인 우연의 개입 등에 집중한 탓일까. 그의 그림은 감상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할 만큼 무한한 이야기의 보고처럼 다가온다.

“내 그림은 멀리서 볼 때와 가까이서 볼 때의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그만큼 사람에 따라 다양한 이야기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그림 속 다양한 콘텐츠의 존재 가능성은 우연성과 중첩성, 숭고하면서도 거슬리지 않는 색채감이 만들어내는 판타지 때문 아니겠는가”. 전시는 9월6일까지.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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