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아버지
친정아버지
  • 승인 2014.08.3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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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태연 시인
친정아버지는

하늘이 맑으면

사람의 마음도 맑다는 한시로

대구 향교에서 귀한 백시장을 타시고

할아버지는 지게꾼에 지어서 왔다고

딸은 백 번쯤 들었습니다

불타버린 사진들 속의 아버지

서문시장 농악회를 이끌었고

창부타령과 황성옛터를 애창 했습니다

어리고 고집 센 딸을 앞에 두고

안경부터 벗고 눈물을 훔치며

비산동으로 가 봐라

얼마나 사람들이 고생 하는가

잡화도매상의 점원아이들도

모두 남의 집 귀한 자식이라며

식구들과 똑같은 밥상을 만들었다

불타는 사막을

상인들과 성직자들만 지나간다 합니다

아버지의 봄 속을

딸이 지금 지나갑니다


▷▶허태연 1947년 대구 출생, 영남대 국문과 수학. 사람의 문학 등단. 시집 : 팔공산


<해설> 감성이 맑아야 글을 쓰고 글을 쓰기 위해서는 감성이 여릴 수밖에 없다. 시인의 아버지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가난한 아이들도 남의 집 귀한 자식이라고. 똑같은 밥상을 차리는 그 아버지, 가족 살림에는 등한시 하는 아버지가 미운 딸은 사진마저 태우고 만다. 그러나 아버지의 봄 속을 자신이 걸어간다는 저 소이가 아찔하도록 감미롭기까지 하다. -제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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