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세대갈등
일자리 세대갈등
  • 승인 2014.08.2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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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민 노사발전재단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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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사회의 최대 현안 중 하나는 ‘일자리’일 것이다.

대졸 취업률은 절반을 겨우 넘는 50% 중후반대에 그치고 있다. 이러니 20대 태반이 백수라는 ‘이태백’이라는 신조어는 현실이 된지 오래이고,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3포 세대’에 이어 인간관계까지 포기하는 ‘4포 세대’, 여기에 주택 구입을 포기한다는 ‘5포 세대’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팍팍한 현실로 인해 삶을 꾸려가는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부분마저도 하나하나 포기해야 할 항목이 늘어만 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일자리의 문제가 청년층에 그치는 것만도 아니다.

중장년층의 고충 역시 청년층에 못지 않다. 50세만 넘으면 직장에서 밀려나도록 압력을 받는 상황에서 자녀들의 교육비와 결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일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 상황에서 은퇴 이후 몇십년 남은 자신의 노후 준비와 함께 부모님 세대의 부양까지 걱정해야 한다.

이러니 이들의 고용률은 이미 청년층을 추월한지 오래다. 우리나라의 고령 세대는 이미 세계에서 가장 오래 일하고 있다.

70대 고용률은 OECD 평균의 2.5배인 32.7%로 1위이다. 75세 이상 고용률은 17.3%로 OECD 평균의 3.3배나 된다. 이른바 좋은 일자리는 50대 중반에 떠났지만, 그 뒤로도 10~20년을 나쁜 근로조건 하에서 더 일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많은 이들이 일자리 세대갈등을 우려하고 있다. 과거 세대간의 갈등이 주로 이념적, 정서적 충돌을 둘러싼 문제였다면, 지금의 세대갈등은 경제적 이슈를 둘러싼 갈등이라는 측면이 있다.

이를 두고 1970~1980년대 고도성장의 과실을 챙겼던 기성세대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저성장·저고용 시대의 직격탄을 맞은 청년층과의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이를 일부에서는 ‘세대전쟁’이라고까지 표현하고 있다.

많은 부분에서 이들 세대간의 이해관계는 분명히 상반되는 것이 사실이다.

정년 연장, 임금체계 개편 등의 문제는 물론이고, 연금 문제와 부동산 문제 등 여러 분야에서 기성세대와 2030세대의 이해관계는 완벽하게 엇갈리고 있다.

물론 일부에서는 이와는 다른 시각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고용문제만 두고 본다면 중장년층의 고용이 청년층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일자리 세대갈등론은 객관적으로 입증된 것이 없다는 것이다.

청년층의 일자리와 중장년층의 일자리가 경합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세대갈등이라는 관점에서 이 문제를 보는 것은 정책 실패의 책임소재를 모호하게 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이 있기도 하다.

여러 사회적 자원들의 분배가 ‘세대 간 제로섬 게임’이라는 프레임 속에 갇힌다면, 일자리와 각종 복지제도를 확대해 나가야 할 책임이 있는 정부와 기업의 책임은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실체 없는 세대전쟁론은 사회적 모순을 외면한 채 어느 누구도 정책적 책임을 지지 않는 논리를 부추긴다는 비판이다.

물론 과거와 같은 고도성장의 시대도 아니며, 저출산, 고령화의 현실 속에서 일자리, 연금, 부동산 모든 부분에서 세대간의 이해관계가 분명히 다른 측면이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세대갈등이라는 관점을 넘어서, 이의 해법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공론화하는 것이다.

이스턴(David Easton)은 정치를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라고 하였다.

사회의 다양하고 유한한 가치와 자원들을 정당성을 부여받은 권위로 나누는 시스템이 정치라는 얘기다.

따라서 누가, 누구를 위해서 어떻게 자원을 배분하는가는 정치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이제 일자리의 절대량이 늘어나기 어렵고, 더구나 좋은 일자리는 더 제한된 상태다. 고령화 시대에 맞는 노동시장, 저출산 시대에 맞는 노동시장 구조가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 사회에는 고용노동 패러다임을 어떻게 가져갈지에 대한 논의가 아직 시작되지 못하고 있다. 일자리 문제에 대한 ‘정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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