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벤트로 변질된 ‘얼음물 샤워’
정치 이벤트로 변질된 ‘얼음물 샤워’
  • 이창재
  • 승인 2014.09.01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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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나도 앞다퉈 가세

얼굴 알리기 행사 전락

기부 동참 뜻은 좋지만

지나친 희화화 반감도
/news/photo/first/201409/img_140819_1.jpg"20140901김의식도재준오철환의원/news/photo/first/201409/img_140819_1.jpg"
대구시의원들의 아이스버킷 챌린지 동참 행렬이 잇따르고 있다.
대구·경북 단체장과 정치인들이 ‘아이스버킷 챌린지’ 열풍에 가세하면서 본래 취지와 달리 홍보용 행사로 전락, 보기 불편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2~3주간 연일 얼음물 샤워에 도전해 언론을 장식하는 지역 정치인들이 늘면서 진정성보다 이미지 메이킹을 위한 행동같다는 것.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미국루게릭병(ALS)협회의 제안으로 시작된 캠페인으로 지명된 사람이 24시간 안에 얼음물을 뒤집어쓰거나 100달러를 기부한 뒤 3명의 다음 타자를 지목하는 방식이다. 얼음물을 끼얹을 때 일시적으로 근육이 수축하는 고통을 느껴 루게릭병 환자의 어려움을 잠시라도 공감해 보자는 취지다.

지난 6월 루게릭병 환자 팻 퀸이 침상 위에서 얼음물을 뒤집어쓰며 루게릭병에 대한 관심을 호소한 동영상을 우연히 본 한 야구 선수가 자신도 그 운동에 참여하겠다고 밝히며 도전 동영상을 SNS에 올린 것이 미국 전역에 펴져나갔고 급기야 우리나라에도 전파됐다.

최근 대구·경북에서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아이스버킷 챌린지 열풍이 일면서 루게릭병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고 기부문화를 확산시키는데 일조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당초의 순수한 취지보다 정치인이 자신과 친분이 있는 다른 정치인을 지목해 홍보하거나 비슷한 처지의 정치인들이 서로 지명해 유대를 강화하는 식의 정치 이벤트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북의 경우 캠페인에 참가한 단체장이 인근 지자체장을 지목하는 경우가 많았고 대구시의회는 같은 의원들끼리 서로 지목해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동참하는 의원 수가 급격히 증가할 정도였다.

일각에서는 최근 경쟁적으로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참여하면서 지목되지 않은 정치인은 소외감을 느낀다는 황당한 이야기도 돌고 있다. 또 순간적인 근육 경직은 느껴보자는 취지의 얼음물 샤워임에도 단순히 물 한바가지 뒤집어 쓰고 망가지며 기부하는 정도로 희화화되는 상황이다.

일부 시민들은 “캠페인 취지는 좋지만 일부는 얼굴 알리기에 더 집중하는 것 같아 보기에 좋지 않다”고 전했다.

한편 승일희망재단에 따르면 지난달 31일까지 우리나라에서는 7천여명의 아이스버킷 챌린지 참여로 7억원의 기부금이 형성됐다. 처음 시작한 미국 ALS 협회는 이 행사를 시작한지 한달여만인 지난달 29일 1억 90만 달러(약 1천23억)의 기부금이 모였다고 밝혔다. 이는 아이스버킷 챌린지가 없었던 지난해 같은 기간 모금액 280만 달러(약 28억)의 약 36배다.

정민지기자 jm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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