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서구 새희망, 서대구화물역 부지 개발
<창간특집> 서구 새희망, 서대구화물역 부지 개발
  • 김기원
  • 승인 2014.09.04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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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단 접근성 높이고 물류비 등 절감

지역 상생발전.도심 교통혼잡 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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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개발이 중지된 대구 서구 이현동 서대구 화물역 부지 전경.
대구시가 도시계획을 시작했던 1960년대, 차량통행이 빈번해질 큰 교차로에 미리 터를 닦아 ‘광장’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계획된 도로가 들어서기 전 넓은 공터였던 12군데에 각각의 번호를 매겼다. 현재의 반월당네거리는 1호 광장, 대구역은 10호 광장, 범어네거리는 4호 광장 식이었다. 우리가 두류네거리를 흔히 ‘7호 광장’으로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구 서구 이현삼거리도 한때 ‘12호 광장’이라고 불렸다. 당시 개발 호재가 있고 사람이 몰릴 것이라는 기대가 ‘12호 광장’ 명칭에 녹아 있었다. 실제 이 일대는 한때 서대구·염색 산단이 들어선 데다 경부선 선로가 지나고 고속도로가 인접해 대구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영화를 누렸다. 하지만 현재 이곳은 도시의 ‘섬’이 됐다. 철로는 지역을 나눴고, 산단은 노후화돼 기피시설이 된지 오래다. 섬유산업 호황으로 40만에 달했던 서구의 인구는 21만으로 추락했다. 반세기 동안의 급격한 변화로 성장통을 겪는 우리 경제현실의 축소판이 된 이곳에 다시 사람들이 모이는 날이 올 것인가. 희망은 의외의 곳에서 나타났다. 10년 넘게 방치됐던 이현동 서대구화물역 부지에서 지역회생의 씨앗이 싹트고 있다. 서구 르네상스의 시발점이 될 서대구 역사 개발의 가치를 짚어본다.

◆IMF 외환위기 직격탄을 맞은 서대구 화물역 조성사업, 그후 10년

서대구화물역 건설 사업은 1995년 대구시와 한국철도공사(현 코레일)가 대주주인 ‘대구복합화물터미널’ 주식회사의 민자사업으로 시작됐다. 대구 서구 이현동 경부선 철도변 21만 9천여㎡ 부지에 10년간 486억원을 투자, 화물역사, 내륙컨테이너 기지, 야적장, 철강재하치장 등을 건설할 계획이었다. 당시 영남권 내륙화물기지가 생기기 전이었기에 화물역 사업의 가치는 높았다.

하지만 1997년 강타한 외환위기로 인해 사업자인 (주)청구가 부도를 맞게 되면서 이 부지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게 됐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기존 사업자를 대신할 대체 사업자가 선정되지 못한 데 이어 2004년 감사원이 서대구화물역에 대한 사업 실적이 전혀 없는 것에 대해 출자지분을 조속히 회수 또는 청산하라고 권고했다. 이미 130여억원을 투입했던 대구시는 뒤늦게 백지화를 발표하게 됐고, 대구복합화물터미널의 청산 시기까지 놓치게 되면서 화물역 예정 부지의 정비를 위한 국고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게 되는 등 잇단 졸속 행정이 반복됐다.

2008년 대구시는 철도선로를 제외한 11만 9천여㎡ 중 코레일, 대구시, 서구청이 각각 63.9%, 20.5%, 15.6%씩 보유한 부지를 모두 매입할 계획을 세웠지만 이마저도 코레일의 거부로 실패했다. 매입 계획이 실패함에 따라 대구시는 2009년 11월부터 2012년 10월까지 대구 도시철도 3호선의 기둥 제작 장소로 서대구화물역의 부지를 임대해 사용했다.

◆서대구화물역 부지의 경제적 가치

애초 화물역으로 계획했던 만큼 인근 도로망과 연계가 쉬워 주요 지역 접근성이 좋다. 부지 남측은 대구의 대표적인 동서축 간선도로인 북비산로와 남북축 간선도로인 와룡로와 접해 있다.

북비산로를 따라 서쪽으로 약 500m거리에는 도시고속도로인 신천대로의 진출입로가 있고 700m거리에 서대구IC가 있어 전국 주요 도시로의 이동이 편리하다.

따라서 이 부지를 이대로 묵혀 두는 것보다는 ‘서대구역’으로 기능토록 해 역세권으로 개발, 낙후된 서구 지역의 상업·업무·교통거점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사유지가 없어 부지확보가 용이해 최소의 비용으로 사업추진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서대구화물역 사업 당시 부지에 정지작업, 하수박스, 옹벽, 상·하수도 등 토목기반공사를 완료했고 지상 2층의 철도역사 건물이 준공돼 있다. 그 외 당초 계획한 철도역사나 작업선로 신호·통신 설비 등 철도기본시설과 영업시설은 전혀 착공되지 않은 상태다.

현재 서구는 노후화된 산업단지와 주거지역으로 상업기능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2020 대구도시기본계획’에 따르면 나머지 구·군은 도심, 부도심, 지역중심으로 각각의 기능이 설정돼 있으나 서구지역은 지역중심도 없는 소외된 지역이다.

조만간 개통될 대구 도시철도 3호선도 서구 지역을 스쳐갈 뿐, 되려 1~3호선 도시철도 라인이 이 지역의 경계를 만들어 주며 주변 지역으로부터 고립시키는 형편이다. 게다가 화물역 부지가 있는 이현삼거리는 12호 광장이었던 과거 명성에 걸맞지 않게 고작 2개의 버스만이 정차해 서구 내에서도 가장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한 곳이 됐다.

이처럼 도시공간의 효율적 활용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서대구화물역 부지를 중심으로 한 적극적 사업 구상은 반드시 필요하다. 서대구역 활용방안은 현재 크게 두 가지로 진행되고 있다. 대구광역권 철도망 구축사업의 신설 정차역과 KTX 서대구역이다.

KTX 서대구역 아직 사업 검토 중
내년 완공 수서발 신규노선 흡수 목표
대구광역권 철도망 조만간 착공
1천여억원 투입…2018년 운행 가능

◆KTX 서대구역, 대구광역권 철도망 신설역 등 활용 방안 가시화

대구광역권 철도망 구축사업은 2017년까지 구미~동대구~경산 총 61.85㎞ 구간을 연결하는 것으로 KTX가 완전히 개통되면서 여유가 생긴 기존 경부선의 선로를 활용해 추진된다.

2013년 상반기 기재부 예비타당성 심의에서는 각 지자체별 분담금 문제로 탈락했다. 그러나 2013년 10월 해당 문제를 수정한 기획안을 기획재정부가 받아들임으로서 다시 예비타당성 심의에 들어갔고 11월 20일 예비타당성 대상사업으로 확정됐다. 따라서 2014년 10월께 예타 통과가 확정되면 조만간 착공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고 대략 2018년에는 운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총 사업비는 1천 171억원이 예상된다.

특히 대구광역권 철도망이 현실화되면 정차역은 구미·왜관·대구·동대구·경산역 등 기존 5개 역 이외에 사곡역, 왜관공단역, 서대구역, 104역(원대지하도 부근) 등 4개역을 추가로 만들 예정이다. 서대구역이 바로 지금의 화물역 부지 위치가 될 것이고, 104역은 도시철도 3호선 달성공원역과 만날 예정이다.

이 노선이 개통되면 구미, 왜관 지역으로 출퇴근하는 대구 시민들이 광역전철을 이용하게 될 것이고 구미 지역의 산업단지에서 지출하는 셔틀 버스 비용이 줄어들어 지역 경제도 개선된다.

한편 KTX 서대구역 건립의 경우 국토부 차원의 사업성 검토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지난해 서대구 복합환승센터 건립 등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비춰졌던 사업이 최근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다만 복합환승센터와 같은 수천억원 대가 아닌 KTX 정차역으로 서대구역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가시화될 전망이다. 서구청 등에 따르면 KTX 서대구역사는 수서발 KTX 사업과 궤를 같이 할 예정이다. 동대구역사의 KTX 운행과 별도로 내년 말 완공할 수서발 KTX의 신규노선을 흡수하겠다는 것.

현재 동대구 역사는 하루 평균 상·하행 KTX 155편 정도를 수용하며 동일 플랫폼에 4~10분 간격으로 차량이 진입해 복잡하다.

평일 4만, 주말 6만여명의 유동인구에, 오는 2016년부터는 27편 가량 편성 예정인 수서발 KTX를 감당해야 한다. 같은 해 동대구 복합환승센터도 완공될 예정으로 이 일대에 교통 정체와 혼잡은 불가피하다.

KTX 서대구역이 40%가량에 해당하는 수서발 KTX를 수용하면 교통혼잡을 분산시키는 효과뿐 아니라 달성·달서·서·북구 110만명의 교통 편의도 도모할 수 있다. 실제 동대구역에서 달서구 월배, 성서권역으로 이동할 경우 대구~부산 간 KTX요금에 버금가는 택시요금이 나올뿐 아니라 이동시간도 버스 등은 최소 30분 이상 걸리는 상황이다.

특히 국가산업단지, 테크노폴리스, 달성산업단지, 성서산업단지, 서대구공단, 염색공단 등 대구 전체 산업단지의 85%가 몰린 남·서부 지역의 접근성을 높이고 물류비용과 이동시간을 1시간 가량을 단축시킬 수 있다.

◆서구 르네상스 시대를 위해 남은 과제

서대구화물역 부지의 주변 지역은 공업지역이다. 북으로는 염색공단이 있고 남으로는 서대구공단이 입지하고 있다. 최근 염색공단의 악취와 대기오염 등 환경 문제가 불거지고 두 공단의 입주 업체의 영세화와 노후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따라서 서대구역사 건립 사업은 서대구공단 재생사업이나 평리동 재정비촉진사업과 연계해 이 지역 일대를 부도심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방향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서북부 지역 일부를 넘어 대구 시민 나아가 인접 경북권 주민들의 공감을 형성하는 일이다. 타 지역의 비판 가운데 서울역과 영등포역이 8㎞가량 떨어져, 가깝다는 이유로 KTX역이 정차하지 않는데 동대구역과 서대구화물역 부지의 거리도 8㎞정도로 KTX정차역으로서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서구청 관계자는 “단순히 거리 상의 문제를 따질 수 없는 이유는 서대구역이 개발되면 서구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급속한 개발로 연계성이 떨어지는 대구 부도심들의 교통망을 확충하는 일련의 과정에 서대구역 개발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정민지기자 jm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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