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모퉁이를 돌아서자… 나만의 여유를 만나다
길 모퉁이를 돌아서자… 나만의 여유를 만나다
  • 김상만
  • 승인 2014.09.02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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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관광1번지 우뚝> 5-2.경북 이야기 속으로 ‘트레킹’

1코스, 돌담길 따라 불교·선비문화 체험

2코스, 사명대사 전설·호국 정신 재조명

3코스, 해발 1천m…낙엽송 보존림 눈길

4코스, 대부분 소나무숲 우거진 산책로
역사의 숨결이 녹아있는 김천에도 제주올레 길 못지않은 길이 있다. 바로 모티길이다. ‘모티’는 경상도 사투리로 모퉁이를 뜻한다. 모티라는 이름에 걸맞게 길마다 모퉁이가 튀어나와서 심심할 겨를이 없다.

빠른 세상에서 느리게 걷는 여유를 맛볼 수 있는 모티길, 모티길은 김천은 직지사주변에 사명대사길과 직지문화 모티길과 청암사주변에 인현왕후길과 수도녹색숲 모티길로 나눠 있어서 원하는 코스를 선택해 발을 내디딜 수 있다.

◆직지문화 모티길

/news/photo/first/201409/img_141332_1.jpg"직지문화모티길사진/news/photo/first/201409/img_141332_1.jpg"
직지문화 모티길
제1 코스라 할 직지문화 모티길은 직지사를 뒤로하고 직지초등학교-방하치마을-방하재고개-돌모마을-직지문화공원으로 이어지는 10㎞의 길을 말한다.(약 3시간 소요)

걷는 것만 즐거운 게 아니다. 황악산 기슭에 자리한 직지사에서 불교 문화 체험도 하고, 대웅전·삼층석탑과 성보박물관의 보물을 볼 수도 있다.

돌담길이 꼬불꼬불 이어져 있는 방하치마을은 특히 경관이 아름답다. 마을은 지난 1660년 김씨·임씨·이씨·정씨 성을 가진 네 선비가 들어와 처음 터를 닦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명대사 모티길

/news/photo/first/201409/img_141332_1.jpg"사명대사모티길사진(2코스)/news/photo/first/201409/img_141332_1.jpg"
사명대사 모티길
제2코스는 사명대사 길로 이름 지어졌다.

사명대사는 어린 시절부터 김천과 인연을 맺었다. 13세 되던 해(1556년), 당시 김천에 은거하고 있던 황여헌(黃汝獻)의 문하에서 글을 배우면서부터다. 황여헌은 조선조 최고의 명재상인 황희(黃喜)정승의 현손(玄孫)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사명대사는 그러나 양친을 연이어 잃으면서 깊은 시련에 빠진다. 그러던 차에 직지사 주지인 신묵대사를 만나 출가하게 된다. 사명대사와 신묵대사의 만남에 얽힌 전설이 전해진다.

어린 나이의 임응규(사명대사의 속명)는 부모를 잃은 슬픔이 날로 더해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시련이었다. 직자사로 발걸음을 옮긴 것도 먹먹한 마음을 달래고 싶어서였다. 천왕문 앞 넓직한 돌 위에 걸터앉은 임응규는 이내 잠이 들고 말았다. 몸은 이미 지쳐있었고, 마음은 허했다. 마침 직지사 대웅전에서는 참선 중이던 신묵대사 역시 고요하고 나른해 졸음이 쏟아졌다. 아무리 정신을 가다듬어도 뿌리칠 수 없는 졸음이었다. 결국 신묵은 선잠에 들었고 기이한 꿈을 꾸게 됐다. 천왕문 앞 은행나무에 황룡이 꽈리를 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금방이라도 승천할 기세였다. 놀란 신묵은 짧은 탄식과 함께 잠에서 깨어났지만 날 것처럼 생생했다.

신묵은 ‘참으로 기이한 일’이라며 천왕문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였다. 천왕문 앞 바위에 한 아이가 곤히 잠들어 있었다. 꿈에서 본 황룡이 이 소년임을 직감한 신묵은 아이를 제자로 삼아 출가시킨다. 그 아이가 바로 임응규, 사명대사였다.

현재 직지사 천왕문 앞에는 사명대사가 잠을 잤다는 바위가 있고, 사명당의 영탱을 봉안한 사명각(四溟閣)이 있다. 김천시가 사명대사의 뜻을 기리고 재조명하기 위해 조성한 길이다. 풍광이 어우러진 길을 걷다보면, 나라를 위해 일어선 사명대사의 호국정신과 승려로서의 고뇌를 느낄 수 있다.

◆수도녹색숲 모티길

/news/photo/first/201409/img_141332_1.jpg"수도녹색숲모티길사진(3코스)/news/photo/first/201409/img_141332_1.jpg"
수도녹색숲 모티길
제3코스 수도녹색숲 모티길은 증산면 수도리마을에서 출발해 자작나무 숲, 단지봉 중턱, 낙엽송 보존림을 지나 김천의 남쪽 끝인 황점리마을을 잇는 평균 해발 1천m의 숲길이다.

전체 거리는 15㎞가량이고, 걸어서 4시간 정도 걸린다. 코스 중간의 오리나무 군락과 3ha에 달하는 낙엽송 보존림이 특히 볼만하다. 제3 코스 마지막 지점인 황점리마을은 온통 산으로 에워싸인 오지여서 사계절 언제나 고즈넉한 정취를 풍긴다. 인근 평촌리 장뜰마을의 다른 이름은 ‘옛날솜씨마을’로 예부터 솜씨 좋은 사람이 많이 살아서 붙은 이름이다. 현재 체험마을로 지정돼 짚풀 공예·천연 염색, 술 담그기 등을 해볼 수 있다.

최근 수도녹색숲모티길을 찾는 이들의 발걸음이 점차 늘고 있다. 북적거리는 수준은 아니지만 인근 수도암, 청암사와 또 다른 김천 모티길인 인현왕후길과 이어져 있어 겸사겸사 방문하는 이들이 꽤 많다.

수도녹색숲모티길의 출발점은 김천시 증산면 수도암 아래의 수도리주차장이다. 주차장에서 조금만 걸어 올라가면 길의 최고 인기 코스인 아름다운숲길 입구에 도착할 수 있다. 아름다운숲길은 지난 1930년대 개설된 운재로를 보수한 길로 지 2007년부터 민간에 개방했다. 모티길을 우회하는 3.2㎞ 구간에 조성돼 있다.

아름다운숲길의 탐방 기간은 매년 6월부터 10월까지로 1일 2회 오전·오후로 나눠 숲해설이 진행된다. 숲해설사의 꼼꼼한 안내와 함께 야생화 및 아름드리 나무를 감상할 수 있다. 아름다운숲길의 주요 수종은 낙엽송을 비롯해 잣나무, 소나무, 참나무류 등으로 자연에 대한 학습을 하는 데 좋다. 아름다운숲길은 2시간이면 코스를 왕복할 수 있어 가벼운 산책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적합하다. 아름다운숲길 끝까지 가면 수도녹색숲모티길과 합류하는데 다시 되돌아 나오거나 수도녹색숲모티길의 종점인 원황점마을까지 갈 수 있다.

수도녹색숲 모티길 대부분은 비포장 임도여서 산악자전거 마니아들의 방문이 늘고 있다. 수도녹색숲모티길 탐방객의 절반가량이 자전거 동호인이며, 간혹 승마를 즐기기 위해 찾는 이들도 있다. 산 능선에 위치한 코스라 중간중간 오르막이 있지만, 적당한 험로주행을 원하는 라이더들에게는 오히려 좋은 조건이다.

◆인현황후 모티길

/news/photo/first/201409/img_141332_1.jpg"인현왕후모티길(4코스)/news/photo/first/201409/img_141332_1.jpg"
인현황후 모티길
제4코스 인현왕후길은 17세기 후반 인현왕후가 거닐었던 곳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김천시 증산면 수도산 자락의 수도암과 인현왕후가 머물렀던 청암사 사이에 호젓한 인현왕후길은 총 9㎞ 구간으로 걷는 데 2시간40분이 소요된다.

인현왕후가 김천에 머물렀을 당시 수도암과 청암사는 인근 쌍계사 소속이었고, 많은 스님도 이 길을 이용했다. 인현왕후 역시 이 길 이외에는 다닐 곳이 마땅치 않았기에 산 능선의 오솔길을 걸으면서 울분을 삭혔을 것으로 보인다. 향토사학계는 인현왕후가 수도암과 청암사를 오가며 기도를 올렸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현왕후길은 수도계곡 주변의 길과 수도산 능선을 따라 둥근 모양으로 조성돼 있다. 일부 코스는 기존 도로를 편입시킨 것이지만 도로구간에는 조선 중기의 유학자 한강 정구의 무흘구곡 일부를 감상할 수 있으며, 수도계곡의 절경을 즐길 수도 있다.

수도계곡 상류 수도리주차장은 인현왕후길의 출발·도착점이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둔 뒤 길을 둘러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인현왕후길 구간 대부분은 소나무숲이 우거져 뜨거운 햇살을 피할 수 있다. 길의 폭은 3m 내외로 등산로라기보다는 산책로에 가깝다. 길 주변에는 고라니와 함께 흔히 보기 어려운 노루가 살고 있다. ‘우욱 우욱’ 하는 노루의 울음소리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길 곳곳에는 침목을 대어 토사의 유출을 막았고, 경사가 심한 곳에는 안전 펜스를 설치해 탐방객들의 안전을 챙겼다. 길 곳곳에는 벤치 등의 휴식시설이 마련돼 있어 명상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등반을 좋아하는 탐방객이라면 수도계곡 인근의 또 다른 입구를 통해 수도암으로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무흘구곡의 제9곡 용추(龍湫) 하류의 도로변에 입구가 위치해 있다. 도로변에는 ‘인현왕후길’이라는 안내판이 있는데, 이곳에서 길을 따라 산으로 올라가면 수도암으로 향할 수 있다. 20여분 만 산을 오르면 능선을 따라 이동하기 때문에 큰 체력소모 없이 인현왕후길을 걸을 수 있다.

김상만·안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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