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복 입은 학생들, 폭력 예방 맹활약
경찰복 입은 학생들, 폭력 예방 맹활약
  • 김지홍
  • 승인 2014.09.21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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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남부경찰서 전국 첫

우리학교 지구대 운영

학교분위기 밝고 건강하게 변화

문제 학생, 모범생으로 바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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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대구 남구 경북여자상업고등학교 ‘우리학교 지구대’ 8명 학생들이 학교 전담 경찰관과 함께 학교 주변을 순찰하고 있다. 김지홍기자
“이쪽에 또 담배꽁초 있어요. 애들이 담배 피우고 자리 뜬지 얼마 안됐네요.”

지난 19일 오후 대구 남구 경북여자상업고등학생 8명이 학교 전담 경찰관과 함께 학교 근처를 순찰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앞장 선 1학년 한 학생은 “빌라 뒤쪽에서 담배를 많이 피우는데, 벌써 왔다가 갔네요”라며 아쉬워했다. 이 학교 주변에는 빌라나 주택이 많다. 일부 학생들은 건물 사이에 숨어 담배를 피운다. 하지만 다닥다닥 붙은 건물이 너무 많아 어디서 학생들이 주로 담배를 피우는지 찾아내기는 정말 어렵다. 한 학생은 하굣길인 친구를 붙잡으며 요즘 친구들이 담배 피는 장소가 어디인지 묻기도 했다. 경찰관과 학생들은 이렇게 함께 일주일에 한 번씩 순찰을 돈다.

이 학생들은 대구 남부경찰서에서 만든 ‘우리학교 지구대’다. 학생 스스로 학교 폭력 등 범죄 예방에 나서도록 한 것이다. 경북여상 아이들은 여경이 입었던 경찰제복 셔츠를 견장도 때지 않고 그대로 받아 자신의 이름표와 ‘우리학교 지구대’ 마크를 달아 활동하고 있다. 지난 6월부터 전국 최초로 시작해 3달째 운영 중이다. 이들은 학교 주변 담배 등 순찰, 등하교 시간에 학교 규칙 지도 활동, 또래 상담, 학교폭력 예방 캠페인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경북여상 학생부장 교사인 남병헌 지구대장을 비롯해 순찰팀원은 현재 12명의 학생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구대원들은 교칙을 어기거나 관심이 필요한 학생들과 교내 모범적인 고학년 학생들이 섞여 있다. 한때 사고를 쳤던 학생들은 지구대 활동을 하며, 모범 학생이 되어가고 있다. 실제로 한 학생은 “내가 직접 해왔던 나쁜 일을 다시 그곳에 가서 순찰하니까 느낌이 새롭다. 바르게 살아서 나중에는 경찰관이 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처음부터 친구를 단속한다는 게 쉽지는 않았다. 지구대 회장 옥지수(19·3학년)양은 “치마를 심하게 줄이거나 머리, 복장 등 교칙을 위반한 아이들을 잡으니까 말다툼이 일어나 싸움할 뻔도 했다. 점점 지구대 활동이 자리 잡히게 되니까 학생들도 조심하게 되고 학교 분위기가 건강하게 밝게 변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 내에 비어있는 공간을 ‘지구대 상담실’로 만들어놓고, 학생들이 언제나 와서 상담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두기고 했다. 학교 폭력 같은 상담은 없지만, 전학생 등 처음에 학교를 적응하기 어려운 친구들에게 같은 학년 친구들을 소개시켜주는 등 연결고리 역할도 하고 있다.

학교전담경찰관과의 소통도 원활하다. 남부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 추지훈 경사는 “아무리 어른들이 신경써준다고 하지만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은 아이들의 입을 통해 듣는 게 가장 정확하다”며 “청소년에게 단순 강의 등의 수동적인 범죄예방 활동에서 벗어나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의지를 가지고 활동하는 모습을 보니 우리도 힘이 난다”고 말했다.

남구 영선초등학교에서도 지난 7월부터 34명의 학생이 ‘우리학교 지구대’ 경찰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지홍기자 kjh@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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