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세 가지 질문 - ‘줄탁동시’의 교훈
중요한 세 가지 질문 - ‘줄탁동시’의 교훈
  • 승인 2014.10.22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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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흔히들 학교 현장에서 ‘줄탁동시’라고 하면 가장 이상적인 사제(師弟) 관계를 나타내는 말로 쓰입니다. 즉 스승은 학생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학생은 스승을 진심으로 존경할 때 비로소 올바른 교육이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줄탁동시는 병아리의 부화 과정을 보고 만들어 낸 고사성어입니다. 병아리가 알에서 나올 때에 안에서 껍질을 쪼는 것을 ‘줄’이라 하고, 어미닭이 밖에서 쪼아주는 것을 탁(쫄 啄)이라 하는 데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이 ‘줄’과 탁(啄)이 동시(同時)에 이루어져야 가장 이상적이라는 것입니다.

병아리는 부화 준비가 되면 세 시간 안에 껍질을 깨고 나와야 하는데 그 시간을 놓치면 질식되어 죽고 만다고 합니다. 이처럼 부화에는 시간이 매우 중요합니다.

알에서 병아리가 아직도 제대로 자라지 못하였는데 어미닭이 성급하게 쪼아 깨뜨리면 온전한 몸이 될 수 없고, 이미 다 자라서 깨고 나오려는데 그냥 버려두면 안에서 힘을 소진하여 목숨을 잃고 말기 때문입니다.

탄생의 기쁨을 누리려는 병아리는 안에서 나오기 위해 스스로 안간힘을 써야 합니다. 날개도 움직여 보고 다리에 힘을 주어 껍질을 밀어보기도 해야 합니다. 그러나 아직은 부리가 약하기 때문에 밖으로 내보내는 신호가 미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하여 삐악거리면서 소리를 내어 밖으로 나올 준비가 되었다고 알리는 것입니다. 이때 어미는 얼른 알아채고 밖에서 쪼아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의 제자이기도 한 영국의 자연주의 학자 알프레드 월레스(Alfred Wallace)는 어느 날 나방이 고치를 뚫고 나오려는 몸부림을 보게 되었습니다.

‘아, 저렇게 몸부림을 치다니 내가 껍질을 좀 찢어주어야겠다. 그러면 즐겁게 밖으로 나오겠지.’

월레스는 면도칼로 고치를 완전히 반으로 갈라주었습니다. 나방이 아름다운 날개를 자랑하며 솔금솔금 기어 나와 탄생의 기쁨을 만끽하려니 했습니다. 그러나 나방은 더 기어 나오지 못하고 그대로 눈을 감고 말았습니다. 바깥 온도가 아직은 너무 추웠던 것입니다. 또한 고치를 뚫고 나오기 위해 힘을 쓰는 과정을 통해 근육을 기르고 몸 기능을 높여야 하는데 그 과정이 생략되어 힘을 제대로 기르지 못했던 것입니다.

결국 ‘줄탁동시’란 안과 밖, 위와 아래, 앞과 뒤, 왼쪽과 오른쪽 등에서 함께 해야 일이 이루어진다는 교훈을 줍니다. 아름다운 우정은 친구가 서로 줄탁동시를 할 때 이루어지고, 행복한 가정은 부부가 줄탁동시를 할 때 이루어지고, 훌륭한 기업은 노사(勞使)가 줄탁동시를 할 때에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병아리와 어미가 동시에 알을 쪼지만, 어미는 병아리를 세상 밖으로 나오도록 작은 도움만 줄 뿐, 병아리를 직접 꺼내어주지는 않습니다. 결국 알을 깨고 나오는 것은 병아리 자신입니다. 그러므로 줄탁동시가 가지는 또 다른 교훈은 결국 무슨 일이나 내가 스스로 주체(主體)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깨달아야 할 때를 스스로 알아야 하고, 실천에 옮겨야 할 때를 또한 스스로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필요하면 도움을 요청할 수는 있지만 언제까지나 그 도움만 믿고 있어서는 아니 됩니다. 어디까지나 이 세상은 내가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마도 톨스토이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질문’이라는 소설에서 다음과 같이 묻지 않았을까 합니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시간은 언제인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장소는 어디인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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