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광등 갈고 부엌칼 갈아 드려요”
“형광등 갈고 부엌칼 갈아 드려요”
  • 정민지
  • 승인 2014.10.22 17:0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산7동 가사환경 정비 드림팀

생활 속 불편 소소한 문제들

지역 기술자들 재능기부로 해결

채희춘 동장 “내년엔 우산수리”
/news/photo/first/201410/img_145224_1.jpg"가사환경정비드림팀3333/news/photo/first/201410/img_145224_1.jpg"
대구 서구 비산7동 주민자치센터는 ‘가사환경 정비 드림팀’을 구성해 일상 속 소소한 불편을 해결해 주고 있다. 정민지기자
“무시라, 너무 날카롭게는 말고 살살 갈아주소~”

대구 서구 비산7동 한 상가 앞에 때 아닌 ‘칼갈이’ 광경이 펼쳐졌다. 숫돌에 갈고 이가 나간 칼날을 연마하는 남성들 뒤로 구경하는 동네 아낙들이 한 마디씩 했다. 아낙들 손에는 신문지로 둘둘 싼 칼들이 들려있었다. 식칼 두 자루를 들고 온 한 주민은 “요새는 칼 갈아주는 사람도 없어서 칼 사고 처음 갈아본다”며 “돌에 슥슥 문질러 무딘 맛에 썼는데 너무 잘 들까봐 걱정”이라고 너스레를 부렸다.

22일 오전 10시 비산7동 가사환경 정비 드림팀이 출동했다. 지난 15일부터 매주 수요일마다 3시간 가량 ‘기술자 부르기는 애매하고, 그냥 쓰자니 불편한’ 가사환경을, 지역 기술자들의 재능기부로 해결코자 구성됐다. 한방울씩 새는 수도꼭지, 천장이 높아 사다리가 필요한 전등, 무뎌져 불편한 식칼, 원예방법을 몰라 고사시키고 마는 식물 등 가사환경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기 위한 것.

무엇보다 재료비는 싼 데 인건비가 그 몇 배가 들어 수리를 주저했던 문제들이 해결되면서 운영 2회만에 입소문이 났다. 실제 지역 기술자로 알려진 목수, 전기설비, 칼정비, 원예 등 각 분야의 재능기부자 6명은 의뢰가 들어온 집집마다 방문해 정비 사업을 펼치면서 주민 만족도가 높다.

이날 주방 수도꼭지를 고친 주민은 “한 방울씩 물이 샌 지는 3~4년 됐다”며 “수리비가 출장비 포함 4~5만원이라 고칠 엄두가 안났는데 이참에 바꾸게 됐다”고 말했다. 이 주민이 지불한 금액은 1만8천원의 재료비가 전부였다.

박영식 드림팀 팀장은 “이웃의 불편을 해결해 줄 수 있어 흐뭇하다”며 “오는 12월까지 도움이 필요한 많은 집들을 찾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가사환경 정비 사업의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채희춘 동장이다.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일상생활에서 아쉬웠던 부분들을 재능기부 사업으로 구상했다.

채 동장은 “예전에는 동네서 쉽게 찾을 수 있었던 ‘무엇이든 고치는’ 기술자들이 사라지면서 물건을 고쳐 쓰기보다 버리게 되는 것 같다”며 “내년에는 우산수리 기술자를 찾아 버리기 아까운 우산 재활용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민지기자 jmj@idaegu.co.kr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