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하여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하여
  • 승인 2014.10.27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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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봉조 대구지방환경청 홍보팀장 수필가
공무원이 동네북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특히 올봄 불의의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공무원 신분을 외부에 밝히는 일조차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초록은 동색’이라고 했던가. 사회적 분위기는 무슨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공무원에게 화살을 돌리는 것이 일상화되고, 성실하게 일하는 다수의 공무원들은 자신과 하등의 관계가 없는 일에도 싸잡아 죄인 취급을 받는 경우가 다반사가 됐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도마에 오르게 된 것 또한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법적 근거에 의해 소득에 비례해 20년 이상 기여금을 납부하고 받는 연금을 두고, 공무원을 나랏돈을 갉아먹는 몰염치한 정도로 여론몰이를 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입장이 다르다보니 또는 속속들이 내용을 알지 못하다보니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넓게 이해를 하기로 하자.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표현을 실감한 것은, 최근 언론의 보도내용을 접하면서부터였다. ‘공무원 평균 월급이 447만원’이라는 보도와 ‘3백만 원 이상 연금을 받는 공무원이 62.7%’라는 뜬금없는 한 줄의 자막….

안전행정부의 ‘2013년 공무원 총 조사’ 결과에 따르면, 9급 신규임용 공무원은 직급보조비와 복리후생비 등을 포함해 세전소득이 월 평균 156만원이다. 또 재직 10년차 7급(8호봉) 274만원, 20년차 7급(18호봉) 356만원, 30년차 6급(27호봉) 442만원의 월급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그렇다면, 공무원 평균 월급 447만원이라는 계산은 어떻게 나왔을까. 말단 공무원부터 고위공무원에 장·차관, 국무총리, 대통령까지 모든 공무원의 임금을 더한 것뿐만 아니라, 판·검사, 외교관, 국·공립학교 교원 및 교수, 군인들의 임금까지 모조리 더해서 평균을 냈기 때문이다. 어찌 3백만 원 이상의 연금을 받는 공무원이 그렇게도 많다는 말인가? 알고 보니, 차관급 이상 정무직 공무원의 연금 수급 현황을 말하는 것이었다. 스쳐 지나가는 자막을 보고, 누군들 놀라지 않을 수 있었을까.

오해하기 딱 좋은 사례들 앞에, 꿈도 못 꿀 하위직 공무원들은 이래저래 입맛이 쓸 뿐이다. 25년차 6급(22호봉) 공무원인, 필자의 예를 들어보자. 24년 6개월을 재직한 지금 퇴직을 하게 된다면, 연금으로 받을 금액이 월 172만원이다. 26년 9개월을 재직하고 정년퇴직을 한다면, 월 187만원을 받게 된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의 예상 퇴직금 산정프로그램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 한 치 의문의 여지도 없다.

해가 갈수록 평균 수명은 길어지고, 나라 경제는 어려운 상태다. 그런 마당에, 공무원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공감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특정 계층의 높은 연금 운운하면서 또는 비교의 잣대 없이 단순하게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의 받는 액수만을 공개함으로써, 국민을 공무원 대 비공무원의 갈등구조로 몰아가는 것이 온당한 일인지 묻고 싶다.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된 모든 기관·단체에게 고한다. 많은 국민들의 관심을 촉발하는 민감한 사안의 통계를 발표할 때는 확실한 근거와 산정 범위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또한, 월급이건 연금이건 가장 적게 받는 공무원의 사례도 같이 공개를 해줬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기본적으로 20년 이상 기여금을 납부해야만 공무원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과 퇴직수당이 민간기업의 40% 수준에 못 미친다는 진실도 함께 전해주기를 바란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국가기관의 담당자로서 국가와 국민에게 봉사하는 것을 기본으로 알고 낮은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공무원들에게 반감의 불씨만을 키워주는, 일방적인 개혁은 안 될 말이다. 바쁠수록 돌아가라고, 개혁이 시급할수록 직접 당사자인 공무원을 참여시키고 동의를 구함이 마땅하리라.

다시 한 번, 극히 일부 내용만을 공개해 국민의 예민한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 공무원연금 개혁을 앞당기는 길이 아님을 명심해주기 바란다. 아울러, 공무원의 입장에서도 긍정적인 소통과 적극적인 참여의 자세가 필요한 때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개방과 공유, 소통과 협력이야말로 이 시대를 대표하는 ‘정부3.0’의 진정한 가치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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